넓은 벌 동쪽 끝으로 휘돌아나가는 물길.. 산길..

2012. 9. 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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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고장 충북 옥천 용암사·부소담악
삼일천하 김옥균의 못다핀 사랑이야기도..

[세계일보]금강과 대청호가 흐르는 '물의 나라'이지만 옥천에서는 고즈넉한 가을 산사의 매력에도 빠져볼 수 있다.

옥천읍을 호위하듯 에워싸고 있는 장령산 북쪽 기슭의 용암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1000년 고찰. '바위 암(巖)'이라는 이름 그대로 산중턱의 커다란 바위에 기대어 서 있는 절집으로, 옥천읍과 주변 산하가 발아래 펼쳐지는 일망무제의 전망과 새벽 일출이 장관인 곳으로 이름난 곳이다.

이른 아침 옥천 둔주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금강. 새벽 안개가 산중턱에 걸려 장관을 연출한다.

낙락장송이 늘어선 바위산을 따라 올라가며 대웅전·천불당 등이 차례로 들어서 있고, 맨 위 바위에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붉은빛이 감도는 이 마애불은 천년 사직의 허망함을 통탄하던 신라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가 이곳을 떠나자 그를 따르던 이가 만들었다는 전설이 깃들여 있다. 보수공사를 하며 입구에 시멘트 건물과 스테인리스 난간 등을 설치해 절집의 운치는 적잖게 훼손됐지만, 용암사가 제공하는 전망은 단연 발군이다. 전남 구례 사성암, 충북 제천 정방사 등 시원한 전망이 펼쳐지는 절집은 여럿이지만, 용암사처럼 대웅전의 부처님이 바로 정면으로 절집 앞 장쾌한 풍광을 내려다보는 곳은 아직까지 알지 못한다.

군북면 추소리의 '부소담악'도 옥천을 대표하는 명소. 부소무니 마을 앞 물 위에 떠 있는 바위산이라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부소담악은 대청호의 물줄기가 휘감아 나가는 한쪽 자락에 빗금 모양의 바위 절벽이 700m가량 줄지어 서 있어 장관을 연출한다. 조선시대 우암 송시열이 소금강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예로부터 옥천 최고의 선경으로 꼽혔다.

둔주봉 중턱 전망대에서 만나게 되는 좌우가 뒤바뀐 한반도 지형.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가을에 부소담악의 비경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지나야 할 것 같다. 최근 태풍에 따른 잇단 폭우로 대청호가 만수위에 달해 요즘에는 바위 절벽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겨 있기 때문이다. 부소담악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호수 건너편에서는 탐방객 대신 강태공만이 앉아 연방 붕어를 낚아 올리고 있다. 부소담악 위에는 추소정이라는 정자가 서 있다. 몇 해 전에 세워진 건물로 외관은 내세울 게 없지만, 정자 2층에서 내려다보는 풍광만큼은 더없이 빼어나다. 특히 물안개가 피어나는 이른 아침 이 정자에 오르면 호수는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추소리 마을을 반지처럼 에워싸고 있는 환산(581m)의 둘레를 돌며 옥천읍내에서 추소리로 오가는 호반도로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가 된다. 금강을 따라 둔주봉에서 장계관광지를 잇는 길도 옥천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옥천읍내에 자리한 '향수'의 시인 정지용 생가.

군북면 석호리의 청풍정도 이 일대의 명소다. 금강이 휘감아도는 야트막한 야산 중턱 끄트머리에 자리한 청풍정에는 구한말 개혁파 정치인 김옥균과 기녀 명월의 전설 같은 사랑 이야기가 흐른다. 갑신정변(1884)이 3일천하로 막을 내리며 이곳으로 숨어들어온 김옥균이 기약없이 무기력한 세월을 보내자, 명월은 자신에 대한 사랑 때문에 김옥균이 큰 뜻을 펴지 못하고 있다고 자책하며 금강에 몸을 던지고 만다. 정자 건물 자체는 보잘것없지만 명월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품은 정자 주변 풍광은 기가 막히다.

옥천을 대표하는 인물은 단연 '향수'의 시인 정지용이다. 향수는 옥천 문화와 관광의 대표 브랜드이기도 하다. 옥천의 주요 명소를 잇는 자전거길에 '향수 30리길', '향수 100리길'이라는 이름을 붙어 있다. 금강변에 여러 분야 예술가 10여명이 참여해 마련한 문화·휴식공간인 장계관광지의 핵심 테마도 정지용의 문학세계다. 옥천읍의 생가 앞에는 그의 대표시 '향수'를 재현하듯 물레방아와 실개천, 돌다리가 복원돼 있다. 옥천의 물길과 산사를 접하며 풍성해진 감성은 아담하고 소박한 그의 초가집 앞에서 향수의 시구를 떠올리며 절정에 달하게 된다.

옥천=글·사진 박창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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