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효성 의문시되는 추가 경기부양책
정부가 어제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2차 경기부양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6월 8조5000억원 규모의 1차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이번에 추가로 5조9000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새로 내놓은 것이다. 이는 당초 예상치(2조원 안팎)의 3배 가까운 규모로, 정부도 위기감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은 세금을 줄이는 감세가 특징이다. 정권 말기에 국회 통과가 필요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피하는 대신 '마른 수건'을 짜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모양이다.
정부는 부동산 취득세를 연말까지 절반으로 내리고, 미분양 아파트를 연말까지 사면 향후 5년 동안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자동차를 비롯해 TV·에어컨·냉장고·세탁기와 같은 고가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도 연말까지 1.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분을 줄여 소득확대 효과를 내도록 했다. 이달부터 직장인들의 소득 원천세액이 평균 10% 이상 줄어들어 1만~5만원씩 월급이 늘어난다.
정부가 서둘러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것은 내수 시장이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처음으로 석 달째 동반 감소했다. 휘발유 소비량도 7월에 이어 두 달째 줄었다. 국산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8만6000대에 그쳐 2009년 1월 이후 43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가뜩이나 수출이 어려운 판에 내수마저 얼어붙으면 성장 동력이 완전히 꺼질 위험마저 있다. 정부가 서둘러 경기 활성화를 내세운 추가 부양책을 들고나온 것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효과가 의심스럽다. 정부가 내년 균형 재정도 사실상 포기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세금 감면을 들고나왔지만 생각처럼 소비가 되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재정 투입이 어정쩡한 규모여서 기대한 만큼 효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자칫하면 게(경기회복)도 잃고, 구럭(균형재정)도 잃을 수 있다. 그렇다면 큰일이다. 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분 조기 환급은 봉급생활자들이 내년 2월에 돌려받는 돈을 미리 돌려받는 것에 불과하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얘기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소비세를 깎아주는 것은 특정 업종, 기업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2009년에도 자동차 소비세를 내린 바 있다. 부동산 세제 감면은 돈이 많은 부유층에 유리하다. 취득세 50% 추가 감면은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재정을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아 지자체의 반발이 우려된다.
더 이상 추가 경기부양 여력은 없어 보인다. 정부는 무엇보다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제의 불확실성을 없애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보다 정교한 경제 운용 방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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