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의 앞날 어떻게.. 막내 문형진에 '종교 대권', 4남은 기업 총괄 '투톱 체제'
통일교는 2009년 문선명 총재의 구순(九旬)을 계기로 '참자녀'(통일교에서 문 총재의 직계 자녀를 지칭)들을 전진배치하는 등 후계 체제를 구축했다.
막내인 7남 형진씨(33)를 통일교 세계회장으로 낙점, 통일교의 '대권'인 종교 분야를 '양위'했다. 통일그룹 회장인 4남 국진씨(42)는 통일재단 이사장을 겸해 통일교 산하 기업 활동을 총괄하고 교회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게 했다.
통일교 총재직은 생전 문 총재의 언급에 따라 부인 한학자씨가 물려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축복가정'으로 불리는 교단 창립기 멤버들도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2세대들을 선교와 기업 경영 현장에 포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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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통일교의 후계 승계작업이 순탄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장남과 차남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사실상의 장남이 된 3남 현진씨(43)는 미국의 국제통일교회재단(UCI) 회장으로 권한이 축소되면서 후계 체제에서 배제됐다. 애초 유력한 후계자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현진씨는 UCI 자산을 기반으로 글로벌피스페스티벌(GPF) 재단을 만들어 독자적인 기반을 구축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왕자의 난'으로 알려진 통일교 2세들 간 내홍은 잇단 소송 사태로 외부에 알려졌다. 2010년 초부터 UCI 자회사인 워싱턴타임스항공(WTA)은 한학자씨가 회장인 통일교 선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맞서 통일교 재단은 UCI를 상대로 '재단을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 통일교가 성지로 꼽는 서울 여의도동 22번지 일대에 초대규모 건축물은 양측의 소송전으로 2년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말에는 통일교 재단 측이 현진씨의 장인인 곽정환씨를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통일교 내부 관계자는 "문 총재의 뜻에 따라 문현진씨와 장인 곽정환씨를 타락한 아담과 사탄으로 공개 규정했다"고 말했다. 문 총재의 병실에서도 현진씨와 '후계자들' 간에 냉랭한 기류가 형성됐다고 한다.
종교 전문가들은 '포스트 문선명' 시대, 이런 분란이 노선갈등으로 번져 다른 신흥종교들처럼 분파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2세들 간의 후계 다툼이 벌써 정통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교인들의 고령화, 일탈, 그리고 '메시아'로 믿었던 문 총재의 '인간적인' 죽음에서 나타나게 될 실망감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이단 시비 속에서도 문 총재를 도와 통일교를 지키며 '실세 2인방'으로 불렸던 박보희, 곽정환씨 등 백전노장 원로그룹도 물러났다. 이미 오래전부터 교회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도 통일교의 고민거리다.
하지만 통일그룹 내부에서는 이미 '형진-국진' 투톱 체제로 후계 구도가 갖춰진 만큼 갈등은 곧 봉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형진씨는 통일교 신도들 사이에서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으며, 국진씨는 부실기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책임경영 체제를 도입해 성과를 올려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한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49)는 "후계 구도에 반발한 현진씨와 그의 후견인 격인 곽정환씨는 해외자산과 인맥, 조직에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교단이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며 "그렇지만 당분간은 통일교에서 '참어머님'으로 불리는 한학자씨의 지원 아래 형진·국진씨가 북한처럼 문 총재의 사후 통치, 유훈 통치 방식으로 통일교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석종 선임기자 sj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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