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중형보다 싸진 대형아파트!..하우스푸어는 어쩌나?

하대석 기자 2012. 8. 3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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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곳곳에서 가격역전현상.."섣부른 투매는 금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S아파트 단지. 6월 중순 168㎡ 아파트 8억 2732만원에 매매됐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이보다 더 작은 전용면적 153㎡ 아파트가 팔린 금액은 8억 6208만원. 같은 단지 안에 면적이 15㎡ 더 큰 아파트가 약 3500만원 더 싸게 팔린 겁니다. 다른 조건은 같은데도 넒은 아파트가 더 낮은 가격에 팔린 '가격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같은 단지에서도 대형이 중형보다 오히려 더 값이 싼 기현상이 최근 신도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성남시 분당구의 S아파트 133㎡(6층)는 지난 4월 8억 9500만원에 팔렸지만, 같은 달 172㎡(15층)는 5000만원 이상 낮은 8억4000만원에 팔렸습니다. 고양시 일산동구의 K아파트는 5월 말 124㎡짜리가 5억 원에 팔렸는데, 6월 초엔 135㎡가 4억 65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큰 아파트가 작은 아파트보다 비싸다는 상식이 깨진 것은 매매가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전세 실거래가를 보면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121㎡(18층)가 2억원에, 123㎡(8층)가 1억7000만원에, 150㎡(8층)가 1억6000만원에 각각 계약됐습니다.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131㎡(19층)가 3억9000만원, 164㎡(17층)가 3억50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4인 이상이 살기 알맞을 만큼 넓은 아파트는 수요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 관리비가 많이 든다며 3-4인용에 맞는 아파트를 구하는 이들이 많아 이런 현상이 빚어진다는 분석입니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매매용이나 전세용이나 아파트 면적을 줄여가고 있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가 클수록 더 유명하다는 통념이 팽배하던 2007년 이전까지 대형 아파트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공급되면서 이런 기현상이 빚어졌다고 지적합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2006년 전후로 건설업체가 이윤 좋은 대형을 많이 지었지만 이후 경기침체로 인기가 급락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분양시장에 나오는 중소형 아파트가 이른바 4베이형에 발코니 확장까지 일반화되면서 3-4인 가구가 살기에 충분한 공간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건설사들은 경쟁적으로 수납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동탄2 신도시에서 KCC건설이 분양하는 84㎡형 아파트는 기존 면적의 60%가량인 약 50㎡를 서비스 면적으로 내놨습니다. 발코니를 확장할 경우 집주인이 사용할 수 있는 총 면적이 130㎡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설명입니다. 동탄2신도시에서 GS건설은 방 다섯 개짜리 중소형 아파트뿐 아니라 천장 높이를 240㎝로 일반 아파트보다 10㎝ 높여 넓은 느낌을 받도록 한 아파트까지 선보였습니다.

대형아파트의 몰락은 어디까지일까요? 최근 나타나는 대형아파트의 침체는 1-2인 가구 증가로 더욱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현재 1인 가구는 전체의 25%(454만 가구)에 이르고 2035년엔 '세 집중 하나 꼴'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형아파트를 팔아야 하는 은퇴세대 혹은 하우스푸어들입니다. 제 주변에서도 '아파트를 내놓은지 2-3년 됐지만 대형이란 이유로 구경오는 사람도 없다'는 푸념이 적잖게 들려옵니다.

이런 분들은 대형아파트의 수요도 줄고 있지만 공급이 끊긴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분양시장에선 한결같이 전용 85㎡ 이하 일색인데다 앞으로 대형 아파트 공급을 계획중인 건설사는 한 곳도 없습니다. 대형아파트의 경우 특히 투자수요는 거의 없고 실수요만 남아있는 주택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출산 장려 분위기 속에서 특히 셋째 자녀에 대한 지원이 늘면서 지난해 셋째 이상 출생아가 5만 천 6백 명으로 한 해 전보다 3.4% 늘어난 점도 주목할만 합니다. 부모를 부양하는 가구가 여전히 존재하고, 넓은 집을 원하는 실수요도 부유층을 중심으로 상존할 것입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형아파트가 중형보다도 떨어진 가격인 지금의 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으니 좀더 기다리라는 조언을 하는 편입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최고가 대비 50%의 낙폭을 보이던 수도권 대형 아파트가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라며 "대형아파트는 특히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거래가 뒷받침되면 가격 반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하대석 기자 hada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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