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사또전' 재미있는, 그러나 그만큼 허점도 많은

[티브이데일리 차현준 기자] 지난 15일 시작된 MBC 수목 드라마 '아랑사또전'은 장점이 참으로 많은 드라마다.

민담으로 전해져내려오는 '아랑전설'을 모티프로 여러 가지 픽션을 가미한 이 드라마는 우선 줄거리가 재미있다.

재상의 서얼로 태어나 한량으로 살아가는 가운데 귀신을 볼 줄 아는 능력 때문에 원귀들의 부탁에 귀찮아하던 은오(이준기 분)는 아랑(신민아 분)이라는 처녀귀신을 만나는 바람에 팔자에도 없는 밀양사또를 맡게 된다. 어머니를 찾겠다는 자신의 일념과 자신의 죽음의 비밀을 알아야겠다는 아랑과 어쩌면 합일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랑과 보조를 맞추게 된 은오의 캐릭터는 확실하게 매력적이다.

아랑의 캐릭터 역시 예쁘고 귀엽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단순무식형 귀신으로 옥황상제를 영감탱이라고 부르며 안하무인으로 행동하지만 남자랑 입 한 번 맞춰보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었고 왜 죽임을 당했는지조차 모를뿐더러 자신의 정체성을 기억 못하는 황당함은 확실하게 재미있는 설정이다.

극의 양념이자 큰 흐름을 쥔 옥황상제(유승호 분)와 염라대왕(박준규 분)도 팬터시의 재미를 톡톡히 준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신이지만 바둑 한 수 물러달라고 티격태격 하는 모습은 귀엽다.

조연이지만 주연 못지 않은 존재감으로 극의 재미를 더해주는 인물은 무당 방울(황보라 분)이다. 신기 반, 사기 반으로 먹고 사는 그녀의 통통 튀는 매력은 확실하게 드라마를 보는 이유 중의 앞자리다.

캐스팅도 절묘하다. 매우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준기와 신민아의 연기력은 그리 흠잡을 데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맡은 캐릭터 자체가 사극이란 배경과는 달리 요즘 젊은이들처럼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라 그런지 연기가 자연스럽다.

나이가 먹을수록 오히려 연기력이 조금 떨어져 보이는 유승호가 옥에 티이긴 하지만 유승호 박준규 콤비도 재미있다.

여기에 악의 축 역할인 최대감 역의 김용건과 그의 의붓아들 주왈 역의 연우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런 여러 가지 장점에 힘입어 '아랑사또전'은 수목극의 절대강자 KBS2 '각시탈'의 20.3%에는 못 미치지만 한날 동시에 출발한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5.4%를 멀찌감치 따돌리는 14.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중이다.

하지만 원래 드라마라는 게 화를 내면서 보는 것이라 했던가? 이렇게 재미가 쏠쏠한 '아랑사또전'도 몰입도를 방해하는 옥에 티가 지나치게 도드라져 자주 실망을 준다.

이승을 떠돌던 아랑은 건달원귀들에게 둘러싸여 위기에 처하고 이때 시간을 잘 맞춰 은오가 나타나 원귀들을 물리쳐주는데 그 격투장면이 아쉽다. 귀신 패거리와 사람 한명과의 싸움인데 이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격투장면이다. '천녀유혼'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귀신과 사람과의 싸움답게 뭔가 팬터시한 설정으로 처리했어야 매끄러웠다.

귀신의 주먹에 사람이 충격받을 리 없으며 사람의 발길질에 귀신이 고통을 느낄 수 없다는 것쯤은 초등학생도 안다.

가장 크게 실소를 짓게 만드는 대목은 환생한 아랑의 육체다. 아랑은 저승사자 무영(한정수 분)을 협박해 드디어 옥황상제를 만나게 되고 사람으로 환생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원래 있었던 아랑의 육신은 땅 속에 묻힌다. 암만 팬터시라고 해도 어느 정도 앞뒤는 맞아야 한다. 시청자들을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는 관아 은오의 숙소에 누워있던 아랑의 시신 속에 은오의 환생한 영혼을 불어넣어 다시 피를 돌게 했어야 했다.

아무리 팬터시라고 해도 한 사람인데 두 개의 육체가 버젓이 공존하는 것은 설명하기 쉽지 않은 설정이다.

29일 밤 5회가 방송되고 이 드라마는 20회까지 방송되게 돼있다. 따라서 아직은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도대체 은오의 어머니는 왜 사라졌고 어디로 갔으며 아랑의 죽음의 비밀은 무엇인가? 또 최대감과 주왈은 왜 반목하는 것이며 그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무엇인가 등은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더욱 크게 확대시키고 있기 때문에 재미는 점점 더 커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뿐만 아니라 옥황상제와 염라대왕도 뭔가 스포일러를 감추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극 후반 그들이 그려낼 반전드라마를 기대케 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차현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MBC]

아랑사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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