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쿵짝쿵짝 트로트 음악에.. 어르신들 '건강 춤바람'

2012. 8. 29.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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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천 '둔치 체조교실'.. 출퇴근시간 에어로빅 9년째

[동아일보]

23일 오전 서울 중랑구 면목2동 중랑천 둔치에서 할머니와 아주머니 100여 명이 트로트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추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사랑은 아무나 하나, 사랑은 아무나 하∼나∼."

23일 오전 6시 중랑구 면목2동 한신아파트 앞 중랑천 둔치.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할머니, 아주머니 100여 명이 신나는 트로트에 맞춰 에어로빅인지 체조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율동을 한다. 낯설게 보이지만 바로 옆 동부간선도로를 통해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풍경. 매일 아침과 밤 중랑천변에서는 이런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스피커가 설치된 무대 위에선 검은색 에어로빅 복장을 갖춰 입은 강사 이경희 씨(59·여)가 이어마이크를 꽂고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셋 넷" 하며 구령을 붙이고 있었다. 모두 아줌마나 할머니인 것처럼 보였지만 가까이서 지켜보니 여성들 틈에서 동작을 맞추고 있는 할아버지도 열 명가량이나 됐다. 차이라면 아줌마나 할머니들은 기가 막히게 박자를 맞추는 반면 할아버지들은 박자와 동작이 다소 엇갈린다는 정도.

이 모임의 정식 명칭은 '면목 둔치 체조교실'이다. 2003년 9월 1일 처음 시작해 이제 곧 9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에 모여 체조를 했다. 회원들은 눈이 오는 날이면 집에서 빗자루를 가져와 미리 눈을 치워 놓고, 비 오는 날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근처의 천막 안으로 들어가서라도 운동을 할 정도라고 한다. 날씨가 좋으면 150명 가까이 나오고 날씨가 나쁘더라도 40∼50명은 꼭 모인다.

강사 이 씨는 9년 전 지인들의 추천으로 중랑천에 나오게 됐다. 지금은 중랑구청의 지원으로 차양과 스피커까지 설치된 무대가 생겼지만 당시에는 공터밖에 없었다. 이 씨는 "초창기에는 남편이 봉고차에 스피커를 싣고 매일 아침 함께 왔다"고 회상했다. 9년 전 중랑천변에서 시작됐던 체조교실은 같은 장소에 저녁반(오후 7∼8시)이 생기고 중랑구 용마폭포공원과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음악분수 앞, 뚝섬공원, 잠실 한강공원에도 체조모임이 생기는 등 점차 확산되고 있다.

10여 명이 모였던 모임은 이제 회비를 내는 회원만 200여 명에 이른다.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박금례 씨(68·여)는 "2004년 중랑천 둔치에 걷기 운동을 하기 위해 나왔다가 사람들이 신나게 몸을 흔드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함께 체조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매달 2000원씩 회비를 걷어 야유회 등의 경비로 사용하지만 꼭 회원이 아니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나와 체조를 할 수 있다.

운동하러 나온 사람 대부분은 60대를 훌쩍 넘긴 할머니 할아버지다. 이 씨가 트로트 음악을 체조 배경 음악으로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 이 씨는 "노인들이 마음껏 음악 틀어 놓고 몸을 움직일 곳이 없지 않으냐"며 "동작은 에어로빅과 라인댄스, 스트레칭을 결합해 만든 것이지만 어르신들이 신나게 할 수 있도록 트로트 메들리를 늘 틀어 놓는다"고 말했다. 여성들 틈에서 어색하게 몸을 흔들던 김장수 씨(75)는 "처음 나올 때는 부끄럽기도 했지만 운동을 시작하고 나니 몸도 건강해져 이제는 가족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총무 오미화 씨(54·여)는 "내가 제일 어린 축에 속하는데 나보다 나이 많은 언니들이 더 열심히 나온다"면서 "중랑천에 물난리가 나 운동장이 다 떠내려가기 전에는 중독을 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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