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박준서, "백업 후배들아, 날 넘어서라"

2012. 8. 28.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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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대호 기자] 올해 롯데 자이언츠가 발견한 최고의 '히트상품'은 바로 내야수 박준서(31)다. 지난 2년 동안 1군 40경기 출장 타율 1할 대에 머물렀던 박준서는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2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며 호시탐탐 1군 진입을 노리던 박준서는 5월 내야수들이 줄 부상을 당했을 때 1군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박준서가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건 5월 KIA와의 3연전, 여기서 모두 선발 출전한 박준서는 9타수 7안타 1홈런 2타점 5득점을 올리는 놀라운 활약을 보였다. 이후로도 박준서의 페이스는 떨어지지 않았고 현재 65경기에 출전, 타율 3할4리 2홈런 11타점 18득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출루율 3할5푼4리, 장타율 4할5푼9리, OPS 0.813으로 규정타석에 모자라지만 강민호(0.842)에 이어 팀 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공격력도 갖추고 있다.

이런 박준서가 더욱 가치 있는 건 좌 타석과 우 타석을 오가는 스위치히터에 내야 전 포지션에 외야까지 소화가 가능한 '트랜스포머'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공백이 생기면 투입이 가능한 게 박준서다. 그리고 그는 그 자리에서 최고의 성과까지 낸다.

모든 포지션의 수비에 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는 사실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박준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래 우 타자인 박준서는 2004년 오른쪽 손목에 통증을 느끼면서 부담을 덜기 위해 스위치히터로 변신했다. 또한 주전선수가 아닌 박준서는 백업 요원으로 최대한 많은 포지션을 소화해야만 가치가 올라간다.

▲ 좌 타석에서는 정교하게, 우 타석에서는 강하게

스위치히터도 들어서는 타석에 따라서 성적의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원래 들어가던 타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올해 박준서는 좌 타석과 우 타석 모두에서 큰 약점을 보이지 않는다. 우 타석에서는 무려 타율이 5할2푼(25타수 13안타) 1홈런 2타점, 2루타 2개와 3루타 2개도 기록하고 있어 13개의 안타 가운데 장타가 5개나 된다.

좌 타석에선 성적이 조금 떨어진다. 타율 2할7푼4리(95타수 26안타) 1홈런 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2루타는 7개, 3루타는 1개를 각각 날렸다. 타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타점과 장타력은 우 타석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

박준서는 "당연히 우 타석에 들어서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좌 투수가 나오면 우 타석에 들어가는 데 그땐 타격을 하는 게 재미있다"고 설명한 그는 "일부러 우 타석에서는 크게 치려고 한다. 장타를 노리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좌 타석에서는 "정교하게 치려고 한다. 원래 내 타석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맞추는 데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타석에 따라서 보여주는 버릇도 다르다. 박준서는 우 타석에서 홍성흔의 '갈매기 타법'을 따라하고, 좌 타석에선 타격 전 방망이를 여러 차례 돌리는 '풍차 타법'을 선보인다. 그 반대로는 결코 보여주지 않는 타이밍을 잡기 위한 그 만의 버릇이다. 특히 방망이를 돌리는 이유에 대해 그는 "2군에서 하다 보니까 타이밍이 맞는 것 같더라. 컨디션이 좋은 날은 딱 잡히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 박준서의 고백, 유격수만은 피하고 싶다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박준서지만 유격수가 가장 자신이 없다고 한다. 올해 박준서가 선발출장을 한 경기는 총 37경기인데 1루수로 2번, 2루수로 27번, 3루수로 2번, 유격수로 6번 나갔다. 그리고 그가 범한 실책 4개 가운데 유격수로 나갔을 때 3개를 기록했다. 유격수가 자신이 없을 만하다.

박준서가 유격수로 나갔을 때 타구판단, 포구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송구에서 문제를 보인다. 그는 "손목 수술을 하면서 송구에 부담을 느끼게 됐다. 유격수나 3루수나 송구 거리는 별 차이가 없는데 유독 유격수로 나갔을 때 실책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박준서는 "오죽했으면 한때 감독님께 찾아가 '제발 유격수만은 못 나가겠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렇지만 올해도 박준서는 선발로 6번이나 유격수로 출전했다. "팀이 필요할 때 그 역할을 하는 게 백업요원 아닌가.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지 기회만 온다면 언제든 준비는 돼 있다"는 말과 함께 박준서는 "그래도 가장 편한 건 3루수"라며 웃었다.

▲ "백업을 맡고 있는 후배들, 날 넘어서길"

프로 12년차 박준서는 올해 데뷔 후 커리어하이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그는 올해를 끝으로 선수생활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2002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후 그는 줄곧 백업생활만을 했고, 지난 2년 동안은 거의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야구를 그만두려 하니까 이렇게 기회가 왔다. 기적과도 같다"라는 게 박준서의 말이다.

올해 한국나이로 서른 둘, 뒤늦게 빛을 본 게 억울하진 않을까. 이에 박준서는 "야구를 이 나이까지 하다 보니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래서 올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내가 야구를 짧으면 3년, 길어야 5년밖에 못하지 않겠나. 그 시간동안 최대한 즐겁게 야구를 하고싶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주전선수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이 질문에 박준서는 손사래를 치며 "거기까진 생각해보지 않았다. 다만 유격수 수비를 나갈 때마다 부담을 느끼니 이번 겨울엔 열심히 훈련해서 그 부분을 보완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신 박준서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은 잊지 않았다. "팀이 강해지려면 백업도 젊은 유망주 선수들이 하는 게 좋다. 그렇지만 올해 서른둘인 내가 제일 많이 나가고 있다. (손)용석이, (정)훈이, (신)본기 등 좋은 선수들이 참 많은 게 우리 팀인데 이 선수들이 날 넘어서서 내 자리를 차지하도록 노력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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