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만개하다..김희선.전지현.신민아

윤고은 2012. 8. 1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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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돌아 제 몸에 꼭 맞는 옷 입으며 '대박'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새로운 연애도 설레지만 사그라졌던 감정이 다시 타오를 때의 희열도 짜릿하다. 때로는 익숙한 대상에게서 어느 날 마주하는 새로움이 신세계의 발견보다 더한 울림을 주기도 한다.

2012년 여름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세 여배우가 그런 울림을 주고 있어 주목된다.

김희선(35), 전지현(31), 신민아(28).

10여 년 전에 데뷔했고 많은 작품을 통해 대중을 만났다. 김희선은 오랜 기간 정상에 있었고 전지현도 인기의 최고점을 찍은 바 있다. 하지만 '후속타'가 없는 지 또한 오래고 자칫 내리막을 걷다 잊힐 수도 있었다.

그런데 터졌다. 두 언니는 명실상부하게 10년 만에 터졌고, 막내 신민아는 데뷔 10년 만에 자신의 스타성에 단단한 쐐기를 박게 됐다.

덕분에 시청자는, 관객은 즐겁다. 그녀들의 어제와의 비교가 즐겁고 오늘의 새로움에 열광한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먼 길 돌아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이들의 모습은 무더위로 지친 대중에게 청량감을 안겨준다.

◇연기자 김희선이 보인다..돌아온 최강미녀, 여유마저 입다 = 김희선은 오랜 기간 '최강미녀'이자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난 10년간 대중을 감동시키지 못했고 결혼과 출산으로 공백기까지 있으면서 '저러다 사라지는 것 아닌가'라는 말까지 들었다.

지금으로부터 13~14년 전인 드라마 '미스터Q'(1998)와 '토마토'(1999)가 잇달아 시청률 40~50%를 기록할 때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길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 13일 첫선을 보인 SBS 월화극 '신의'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여전한 미모는 물론이고 여유마저 입고 안방극장을 거리낌 없이 휘젓고 다니며 6년 만의 복귀를 확실하게 신고했다.

비련의 여인도, 청순한 여인도 아니다. 무턱대고 착한 캔디도 아니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인도 아니다.

그가 맡은 성형외과의 유은수는 하루빨리 돈을 벌어 편안하게 사는 게 꿈인 발랄한 현대여성이다. 원래 외과전공이었지만 돈이 안 되고 힘들기만 하다는 것을 안 순간 미련없이 성형외과로 전업한 은수는 내숭 떨지 않고 솔직하며 밝다.

김희선은 초창기 '목욕탕집 남자들'(1995~1996) 때 안겨줬던 신선한 충격을 다시 한번 전해주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오랜만에 꺼내입은 모습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원숙미와 여유까지 더해져서 연기의 내공도 뿜어낸다.

특히 대사 처리가 이렇게 정확하고 능수능란했던가 싶게 그는 고려로 납치돼 정신없는 상황에 빠진 은수의 심리상태를 대사에 완벽하게 실어나른다.

상황상 외모가 지저분해지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고 생생한 표정, 몸 연기를 펼치는 것도 인상적이다. 덕분에 유은수 캐릭터는 물론이고 드라마 전체에 생기가 돌고 있다.

16살이던 1993년 SBS 인기가요 MC로 데뷔하고 '공룡선생'(1993~1995)으로 연기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이후 드라마 '안녕 내사랑'(1999)과 영화 '비천무'(2000)까지 수직상승하며 최고의 스타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내숭 떨지 않고 화끈했던 '목욕탕집 남자들' 이후에 그가 보여준 캐릭터는 자기 복제와 답습의 결과물이었으며 몸에도 맞지 않는 인상을 줬다.

2001년 선보인 영화 '와니와 준하'는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고 변화와 성장을 기대하게도 했다. 하지만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고 이후 김희선은 드라마 '요조숙녀'(2003) '슬픈연가'(2005) '스마일 어게인'(2006) 등에서 더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신의'를 통해 '나 김희선이야'라고 당당하게 외치며 돌아왔다. 드라마의 인기가 아닌 연기자 김희선이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신의'의 김종학 PD는 "김희선은 완벽한 유은수"라는 말로 김희선의 연기를 극찬했다.

◇섹시하고 쿨한 예니콜..전지현, 드디어 맞춤옷 입다 = 전지현은 11년째 '엽기적인 그녀'였다. 그간 해외에도 진출해보고 다양한 시도도 해봤다. 하지만 결과는 하나같이 안 좋았다.

단순히 흥행 성적만이 아니다. 연기력에서도 이렇다 할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데뷔 초기 섹시함을 강조한 의류 CF가 초대박을 치면서 '엽기적인 그녀'에 이어 섹시하고 당당한 캐릭터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던 그는 그러나 이후 대중의 기대를 철저하게 배반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 떠났다.

'4인용 식탁'(2003)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004) '데이지'(2006)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9)까지 그가 스크린에서 보여준 모습은 자신의 장점을 애써 뒤로 숨긴 캐릭터 일색이었다. 혹은 '엽기적인 그녀'의 어설픈 변조.

이후 '블러드'(2009)와 '설화와 비밀의 부채'(2011)를 통해 해외 시장으로 진출했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3년간 공백기를 가졌던 것과 다름없었다.

16살이던 1997년 잡지모델로 출발했으니 어언 15년째. 그러나 지난 10년 전지현은 172㎝-48㎏의 천혜의 신체조건도 그저 광고에서나 유용한 듯 싶었다.

그랬던 그를 최동훈 감독이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 개봉 22일 만에 1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16일 현재 1천30만 관객을 기록 중인 '도둑들'의 가장 큰 수확은 전지현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스타가 비중을 나눠 가지긴 했지만 전지현은 '도둑들'에서 '왜 전지현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며 그가 가진 진가와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물론 몸매를 드러내는 섹시함과 그것에 유쾌함을 불어넣은 와이어액션 등이 큰 몫을 차지했지만 전지현은 음담패설과 욕설, 자신의 감정상태를 전혀 걸러내지 않고 내뱉는 예니콜 캐릭터와 빈틈없이 합체했다. 그렇다고 거칠거나 터프한게 아니라 시종 리드미컬하게 섹시하고 쿨했다. 이를 통해 그는 소녀적 발랄함에 머문 '엽기적인 그녀'에서 마침내 벗어날 수 있었다.

입은 옷이 편안하니 연기적으로도 자연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 나왔고 한국의 앤젤리나 졸리로 등극했다.

그간 꽁꽁 싸매고 보여주지 않았던 자신의 전매특허 섹시함과 여인의 향기를 만천하에 공개한 데 이어 스스로 설정했던 울타리를 벗어난 그는 이제 어떤 연기도 가능할 것임을 기대하게 했다.

무엇보다 그는 장면장면 여신의 미모를 뽐내며 혼을 뺐다. 예니콜은 전지현에게 천의무봉의 맞춤옷이다.

◇신민아, 청순발랄한 백치미로 혼을 빼다 = 신민아는 연타석 히트로 전작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2010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통해 뭇 남성들의 마음을 뺏었던 그는 지난 15일 시작한 MBC '아랑사또전'을 통해 청순발랄한 백치미로 특허를 출원했다.

구미호에 이어 기억을 잃은 원귀 역을 맡아 비슷한 카테고리의 연기를 선보이긴 하지만 그는 두 역할이 처음부터 자기 몫이었다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그를 통해 데뷔 10년 만에 만개하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진난만함과 엉뚱함, 부끄러움을 모르는 아이 같은 작은 욕망으로 뭉친 캐릭터는 청순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어 상대 남성을 이내 무장해제시킨다. 보호본능과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러한 캐릭터는 까맣고 커다란 눈망울 가득 호기심과 두려움을 안은 신민아의 외모와도 잘 어울리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는 7년 전 영화 '달콤한 인생'의 미스 캐스팅과 비교되며 격세지감을 안겨준다. 극 중 이병헌이 첫눈에 반해 엄청난 일을 저지르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역할이었지만 당시의 신민아는 이를 전혀 소화하지 못했고 결국 관객도 극에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고 말았다.

14살이던 1998년 잡지모델로 데뷔한 이래 '화산고'(2001) '마들렌'(2003) '달콤한 인생'(2005) '새드무비'(2005) '야수와 미녀(2005) '무림 여대생'(2008) '고고70'(2008) '10억'(2009) '키친'(2009) 등의 영화와 '때려'(2003) '이 죽일 놈의 사랑'(2005) '마왕'(2007) 등의 드라마를 거쳤지만 신민아는 연기 인생 10년간 자기 스타일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드디어 제 옷을 찾은 그는 이어 '아랑사또전'으로 쐐기를 박으면서 10년 만에 만개한 스타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상승세를 탄 까닭에 '아랑사또전'에서 누더기차림에도, 망가지는 것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몸을 던지는 모습은 오히려 사랑스러움을 배가한다. 또 2년 전 구미호라는 1차전을 치르며 얻은 경험은 이번 2차전에서 그가 자신감을 갖고 캐릭터 변주를 꾀하게 돕는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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