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쓰는 말글]모듬회? 모둠회!
김선경 기자 2012. 8. 15. 21:32
같은 산악회에 다니는 후배가 전화를 했다. 퇴근 후 소주 한잔하자고 한다. 횟집에서 후배가 소주와 '모듬회'를 주문한다. 직업의식이 투철한(?) 글쓴이가 그에게 '모듬회'는 틀린 말이라는 거 아느냐고 물었다. 눈이 동그래지면서 '모듬회'라고 적힌 음식점 차림표를 글쓴이에게 보여준다.
음식점 차림표에 '모듬회' '모듬요리' '모듬구이'라고 적어 놓은 식당이 많다. 그런데 이는 잘못된 말이다. '모둠회' '모둠요리' '모둠구이'가 바른말이다.
모둠회의 '모둠'은 '모도다'에서 유래한 말이다. '모으다'의 옛말이 '모도다'이다. 그리고 '모두다'는 '모으다'의 방언이면서 '모도다'가 변형된 말이다.
'모두다'의 명사형 '모둠'에 명사 '회'가 결합하면서 표준어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힘의 방언인 '심'이 '밥심, 뱃심, 팔심'처럼 합성어를 이룰 때 표준어로 인정받는 것과 같은 논리다.
국립국어원은 오래전 "'모둠'이나 '모듬'은 둘 다 표준어가 아니다. 그런데 '모둠회'를 표준어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모둠-'으로 시작하는 말이 현재 표준어로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모둠꽃밭, 모둠냄비, 모둠발, 모둠밥, 모둠앞무릎치기와 같은 말들이 이전부터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모듬'을 버리고 '모둠'을 표준어로 삼게 된 이유라는 말이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경향신문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공군 20대 장교 숨진 채 발견···일주일 새 군인 4명 사망
- “강원도 산양, 멸종 수준의 떼죽음” 정보공개청구로 밝혀낸 30대 직장인
- “강형욱, 직원들 최고대우···욕설도 안해” 전 직원의 입장
- 인천시청서 6급 공무원 사망 “업무 때 자리 오래 비워 찾았더니…”
- 기아차 출국 대기 줄만 300m…운 나쁘면 3일 넘게 기다려야 승선[현장+]
- [단독] 세계유산 병산서원 인근서 버젓이 자라는 대마…‘최대 산지’ 안동서 무슨 일이
- 아이돌 출연 대학 축제, 암표 넘어 ‘입장도움비’ 웃돈까지…“재학생 존 양도” 백태
- 출생아 80% 증가한 강진군의 비결은…매월 60만원 ‘지역화폐 육아수당’
- 음주운전 걸리자 “무직” 거짓말한 유정복 인천시장 최측근…감봉 3개월 처분
- 미국의 ‘밈 배우’ 전락한 니콜라스 케이지…그 좌절감을 승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