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조상들은 왜 논밭 주변에 무궁화를 심었을까
광복의 8월은 민족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무궁화가 만개하는 달이다. 예부터 우리나라에는 무궁화가 많았다. 동양 최고(最古) 지리서 '산해경'에 '북방에 군자국이 있어 무궁화가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진다'고 했고, 신라 효공왕이 당나라에 보낸 국서에 우리나라를 '근화향(槿花鄕·무궁화의 나라)'이라 부른 기록도 있다. 무궁화는 태극기와 함께 국가 상징으로 나라 문장, 국가기관 기(旗),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원 배지 도안에도 사용되며, 대한민국 최고 훈장 이름도 '무궁화대훈장'이다.
열대·한대 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하는 250여 품종의 무궁화 중에 150여종은 우리나라에서 육성됐다. 무궁화는 해마다 6월부터 9~10월까지 100여일간 매일 피고 지며 한 그루에서 2000~3000송이의 꽃을 끊임없이 피운다. 이런 강인함이 우리 민족성과 닮아 나라꽃으로 여겨져 왔다. 무궁화에는 자랑스러운 기록도 많다. 인류 역사상 하나의 꽃과 5000여년 세월을 함께 해온 예는 우리 민족과 무궁화가 유일하다. 또 세계에서 유례가 드물게 국민이 정한 나라꽃이다. 17세기를 전후해 여러 나라에서 나라꽃이 정해졌는데 영국의 장미, 프랑스의 백합, 독일의 수레국화처럼 왕실이나 귀족이 정한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무궁화는 일제 때 독립운동가들이 민족의 표상으로 내세웠고, 이런 연유로 박해를 받은 세계 유일의 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제 때 만들어진 무궁화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가 오늘까지 이어져 매우 안타깝다. 이런 오해와 편견은 '무궁화를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서 죽는다'는 황당한 얘기부터 '몸에 닿으면 부스럼이 생긴다'는 등 사실을 과장한 것까지 다양하다. 그중에도 국민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 중 하나는 '무궁화에 진딧물이 많다'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꽃에는 진딧물이 있다. 지혜로운 우리 선조들은 무궁화의 진딧물이 천적인 무당벌레를 불러오고, 그 무당벌레가 논밭의 각종 해충까지 없앤다는 사실을 알고 논밭 주변에 무궁화를 많이 심었다.
올여름 많은 국민이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전국에서 열리는 제22회 나라꽃 무궁화 축제장을 둘러봐도 좋다. 10일부터 코엑스광장에서 열리는 서울축제에는 전국에서 모인 아름다운 무궁화 1500그루가 도심을 수놓는다. 런던올림픽에 울려퍼진 애국가와 함께 한국인의 자부심이 각별한 이 즈음에 나라꽃 무궁화의 아름다운 자태를 많은 국민이 함께 즐기길 바란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계란말이·어퍼컷이 여전히 트레이드마크인가 [조선칼럼 윤태곤]
- [태평로] 김호중이 다시 살아날 방법
- 이태원 독주타운이 뜨는데, 왜 산토리 주가가 오를까 [여기 힙해]
- [특파원 리포트] ‘노르망디 80주년’과 동맹의 결기
- [김윤덕이 만난 사람] 세계 양자 물리학계 스타였던 한국계 과학자 남세우를 아십니까?
- 오토바이 없는 베트남 올까? [사이공모닝]
- [新중동천일야화] 대통령 위에 하메네이… 핵심은 이달 말 大選보다 후임 종교 최고 지도자다
- [조용헌 살롱] [1448] 마약과 차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15]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
-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23] 연애의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