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맛집 28선] 일제강점기를 이긴 의지의 맛 잼배옥
7월 11일 농림수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식당'을 발표했다. 전국에서 50년 이상 된 한식당 100곳이 선정됐고 이 가운데 서울에 28곳이 있다. 세월의 향기를 맡고 전통의 맛을 느껴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찾아가봤다. < 편집자주 >
신라시대부터 왕이 직접 농사를 다스리는 선농에게 바쳤다던 설렁탕이 지금은 국민 음식이 됐다. 수많은 설렁탕 전문점이 생겼고 각기 다른 맛을 뽐내는 와중에 서울 서소문동에 위치한 '잼배옥'은 특유의 호불호가 갈리는 맛을 80년이 다된 세월동안 지켜왔다.
지난 1933년 일제강점기 때 처음 문을 열 당시 위치는 지금의 서울역 뒤편 잠바위골이었다. 잠바위가 잠배, 잼배가 되고 뒤에 일본식 '옥(屋)'을 붙여 지금의 잼배옥이 된 것이다.
3대째 이어가고 있는 잼배옥은 고 이종근 종근당 회장이 한국전쟁 전 배달원으로 일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종근 회장은 훗날 일가족과 함께 잼배옥을 다시 찾았다고 한다.
한 장소만 고집하는 다른 장수맛집과 달리 잼배옥은 이사도 참 많이 다녔다. 서울역 앞 동자동 인근에서 처음 장사를 시작해 한국전쟁 직후 남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1960년대 초 서울역 앞으로 다시 이전한 뒤 1974년 지금의 자리에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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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배옥의 첫 시작은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 건물에 '잼배옥'이라 쓰인 플래카드 하나 내걸고 시작한 잼배옥은 이후 허름한 간판으로 바꿔 걸었다가 지난 2006년 리모델링해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 했다.
세월의 흔적처럼 가격도 조금씩 올랐다. 2007년만 해도 한 그릇에 7000원이었던 설렁탕은 현재 8000원이다. 또한 당시 5000원이던 해장국은 2000원 오른 7000원, 특대 설렁탕은 3000원이 오른 1만2000원을 받고 있다.
자리도 수차례 옮기고 가게 모양새도 바뀌었지만 변함없는 맛을 잊지 못해 잼배옥을 찾는 단골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지금은 휴가철이라 줄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점심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로 2층까지 가득 찬다는 게 잼배옥 점원의 설명이다. 도대체 잼배옥의 무엇이 이토록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을 끌어 모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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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위생단속에 걸려 한 차례 수모를 당했던 잼배옥의 내부는 그 때의 사건이 무색할만큼 깨끗하다. 가게 안쪽에 있는 간이부엌에서 점원들이 접시와 수저, 젓가락 등 간단한 집기들을 세척하고 이를 손님들이 훤히 볼 수 있다. 1층에서 무전기로 설렁탕을 주문하면 2층에서 음식을 만든 뒤 간이부엌 옆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통해 음식이 내려온다.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얼마 안된다. 국물을 우려내기 위해 24시간 불을 끄지 않는다는 주인의 말이 설득력을 얻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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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이라 상상한 잼배옥 설렁탕은 평범하기 그지 없었다. 처음 설렁탕을 한 술 떠도 크게 느껴지는 것은 없다. 그러나 잼배옥의 설렁탕은 한 수저, 두 수저 뜰 때마다 다르다. 먹으면 먹을수록 진정한 설렁탕의 맛이 난다. 일부 유명 프랜차이즈가 내놓은 설렁탕만 먹어봤다면 잼배옥 설렁탕의 진면목을 알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겠다.
잼배옥 설렁탕에서 나는 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코를 찌른다. 이 때문에 잼배옥 설렁탕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 그러나 설렁탕을 먹다보면 이것이 잼배옥의 매력 포인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깃국물에서 고기 냄새가 나는 것만큼 정직한 맛이 없다.
잼배옥 설렁탕의 국물 색은 곰국처럼 매우 진하다. 기름기가 많아 먹다보면 입술이 끈적거린다. 입안의 기름기를 잡는 것은 함께 나오는 김치다. 살짝 신 맛이 나는 김치가 깔끔한 느낌으로 마무리 해준다.
이열치열이라 했다. 무더운 날씨에 잼배옥 설렁탕 한 그릇 비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onnews@fnnews.com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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