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5편으로 보는 미국의 맨얼굴

최원택 2012. 7. 3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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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소개하는 작품을 이미 본 이들은 왜 이 작품들을 추천했는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재미와 감동과 가슴졸임 등을 잊지 못할 것이다. 여름휴가 기간에 화면 앞에서 몇 시간 아니 10여 시간을 훌쩍 흘려보내도 후회하지 않을 미국 드라마(미드) 5편을 소개한다.

< 더 킬링 > (The Killing, 2011~ , AMC)장르:범죄수사/2시즌 26에피소드/약 28시간감동 ★★★★☆ 유머 ☆☆☆☆☆ 긴장감★★★★★폭력성★★★☆☆ 현실성★★★★☆ 선정성★★☆☆☆

미드 중 범죄수사 드라마 하면 많은 사람들이 < csi과학수사대 > 를 떠올린다. 에피소드마다 신묘한 과학수사로 살인자를 잡아내는 < csi > 에서 범죄의 희생자는 으레 등장하기 마련인 소재에 불과하다. 하지만 덴마크 범죄 드라마 < 포르브뤼델센(Forbrydelsen) > 을 리메이크한 < 더 킬링 > 은 십대 소녀 로지 라슨의 죽음에 2시즌 26화를 할애한다. 처음에 단순한 치정살인으로 추정되었던 사건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시애틀의 시장 선거와 테러 등 배후에 얽힌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미궁으로 빠져든다. 사건 배후가 조금씩 밝혀지는 가운데 확장되는 이해관계로 인해 범인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한 회가 끝날 때마다 다음 회를 안 보고는 배길 수 없는, 이른바 절벽에 아슬아슬 매달려 떨어질까 안 떨어질까 궁금하게 만드는 클리프행어(cliffhanger)가 일품이다. 로지를 잃은 가족의 슬픔과 거기에 깊이 공감하는 여수사관 새라 린든을 비중 있게 비추는 것도 살인사건을 너무 일상적으로 다루는 요즘 범죄 미드와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누가 범인인가?'를 추측하게 하는 추리 장르로서의 탁월함도 놓치지 않는다.

< 왕좌의 게임 > (Game of Thrones, 2011~ , HBO)장르:판타지/2시즌 20에피소드/약 20시간감동 ★★★★☆ 유머 ★☆☆☆☆ 긴장감★★★★☆폭력성★★★★★ 현실성★★★☆☆ 선정성★★★★★

원작 소설 < 얼음과 불의 노래 > 는 드라마 방영 전에도 영미권에서는 베스트셀러 판타지 소설이었다. 미국의 유료 케이블 채널 HBO는 이 소설을 웅장하면서도 잔혹한 성인용 판타지 드라마로 영상화했다. 중세 유럽, 더 정확히는 귀족 간 왕위를 둘러싼 내전으로 점철되었던 영국의 장미전쟁 시절 웨스테로스 대륙을 배경으로 한 < 왕좌의 게임 > 은 중세 유럽풍 판타지의 클리셰인 귀부인과 기사들을 등장시키지만 이 장르에서 기대할 수 있는 낭만을 산산이 깨뜨려버린다. 권력을 위해 정략결혼과 배신을 일삼는 귀족과 자신의 몸을 무기로 남자들을 움직이는 여인들이 벌이는 계략과 암투는 판타지라는 장르가 무색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권력을 위해 추악해지기를 꺼리지 않는 이들뿐 아니라 명예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이 한데 어울려 펼쳐내는 < 왕좌의 게임 > 역시 한번 시작하면 쉽게 멈출 수 없는 드라마다.

< 보드워크 엠파이어 > (Boardwalk Empire, 2010~ , HBO)장르:판타지/2시즌 24에피소드/약 24시간감동 ★★★☆☆ 유머 ★☆☆☆☆ 긴장감★★★★☆폭력성★★★★★ 현실성★★★★★ 선정성★★★★★

라스베이거스에 대형 카지노가 들어서기 이전, 도박과 환락의 도시였던 금주법 시대(1920~1933년)의 애틀랜틱시티를 배경으로 실존 인물인 에녹 너키 톰슨(스티브 부세미)을 통해 < 보드워크 엠파이어 > 는 비리와 범죄로 점철된 미국의 추악한 역사를 들춰낸다. 너키 톰슨은 주 회계공무원 신분을 이용하여 밀주 제조를 일삼는 범죄조직의 책사 노릇을 하고, 밀주 제조로 벌어들인 거액을 이용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히는 워런 하딩과 애틀랜틱시티 시장 당선에 크게 기여한다. 너키 톰슨이 저지르는 범죄와 정경유착은 모두 자신이 소유한 토지의 원활한 개발을 위한 것. 비리 공무원이자 범죄자인 너키 톰슨의 행보와 함께 미국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 보드워크 엠파이어 > 는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제작과 연출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한 작품이다.

< 워킹 데드 > (The Walking Dead, 2010~ , AMC)장르:좀비 공포물/2시즌 19에피소드/약 20시간감동 ★★★☆☆ 유머 ★★☆☆☆ 긴장감★★★★☆폭력성★★★★★ 현실성★★★☆☆ 선정성★☆☆☆☆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인 '되살아난 시체' 좀비를 다룬 미드 < 워킹 데드 > 는 극장에서 두 시간 남짓 제한적으로 즐기고(?) 나올 수 있었던 좀비 습격의 공포를 안방극장으로 확장시켰다. 좀비의 습격으로 초토화된 세상에 대한 상상은 여러 영화들을 통해 대중화되고 정교하게 다듬어졌는데 < 워킹 데드 > 는 그 정교함의 정점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여준다. 끔찍한 전염병으로 인해 일상을 유지해주던 문명이 붕괴했다는 절망감과 그 절망을 딛고 생존을 위해 계속 걸음을 내딛는 이들이 새삼 일깨워주는 희망이 수시로 교차하는 < 워킹 데드 > 는 올해 10월 3시즌 방영을 앞두고 있다.

< 투 브로크 걸즈 > (Two Broke Girls, 2010~ , CBS)장르:시트콤/1시즌 24에피소드/약 15시간감동 ★★★☆☆ 유머 ★★★★★ 긴장감★☆☆☆☆폭력성☆☆☆☆☆ 현실성★★★☆☆ 선정성★★☆☆☆

뉴욕 상류층의 삶을 누리다가 아버지의 파산으로 하루아침에 거지가 된 캐롤라인. 식당 웨이트리스와 베이비시터 노릇에 컵케이크까지 만들어 파는 생활력 강한 맥스. 하루아침에 파산한 상류층 여성과 태어날 때부터 파산 상태였던 여성이 뭉쳐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 투 브로크 걸즈 > 는 바닥을 친 미국 경제를 담아낸 시트콤이다. 돈을 아끼기 위해 스타벅스 냅킨을 집어와 화장지로 쓰는 궁상맞은 뉴요커들의 모습을 통해 경제 불황을 겪는 동시대인의 고충을 실감할 수 있다. 이런 힘겨운 삶 속에서도 맥스가 구워 내놓은 달콤한 컵케이크는 두 사람의 재기의 희망이 된다. 회가 거듭될수록 컵케이크 사업을 통해 아주 조금씩 늘어가는 두 사람의 자산 규모를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원택 (자유기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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