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뒤면 수확인 데" 태풍 할퀴고 간 '나주배 농가' 시름
【나주=뉴시스】이창우 기자 = "40일 뒤면 수확인데…. 하늘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태풍 '카눈'이 광주·전남지역을 휩쓸고 간 19일 오전 나주시 관정동 승학마을 이승범(65)씨의 과수원 안에는 떨어진 배로 가득했다.
올 봄 극심한 가뭄과 농촌지역 인력난으로 가까스로 배봉지 씌우기를 마치고 자식처럼 돌본 배가 우수수 떨어져있는 것은 본 이씨의 입에서는 연신 긴 한숨만 터져 나왔다.
1만9300㎡규모의 과수원에는 40일 뒤면 출하가 가능한 조생종 원황배와 9월 중순이 수학기인 신고배가 태풍 카눈에 의한 새벽녁 돌풍에 30%이상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떨어진 낙과 한 개를 들고 일어선 이씨는 "배 한개 한개를 키우기 위해 들어간 비용과 정성을 생각하면 금덩이 보다 아깝고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올 해는 농촌지역 인력난이 유난히 심해 배봉지 한 장을 싸는 데만 장당 50원으로 껑충 뛰어올라 봉지 값 500여만을 제외하고 인건비만 800여 만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전년에 비해 한 달 가량 일찍 찾아온 뒤 지속돼 현재까지 들어간 농약 값만도 1200여 만원에 이르는 이씨는 망연자실한 표정과 함께 하늘만 쳐다봤다.
"지금 떨어진 배들은 단맛이 들지 않아 배즙용으로도 판매할 수 없어 상품가치가 하나도 없어요. 그나마 기대하는 건 농작물 재해보험 뿐이죠"
하지만 보상을 받기위해서는 전체 재배면적의 20%이상이 피해를 봐야 가능하다며 초조해 했다.
나주시는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나주배 전체 재배면적 2390ha 가운데 5%가량인 119.5ha가 낙과 피해를 입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장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피해 면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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