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집값 반토막 쓰나미' 덮쳤다

박성호기자 2012. 7. 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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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아파트값 반토막 쓰나미] 거래는 없는데 공급 과잉.. 8억이 4년새 4억4000만원으로
■ 실상 어떻길래
은마 8억·개포주공 7억까지 하락.. 서울 재건축도 심리적 저지선 위태
불안 심리 장기화 현상.. 2009년 보다 지금이 더 큰 위기

지난 2005년 파주 교하지구의 한 아파트를 분양 받아 입주한 이모씨(37)는 단지 내 상가의 중개업소 앞을 지날 때마다 맘이 착잡하다. 이씨의 집은 한때 6억원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3억5,000만원 정도로 떨어졌다. 아직 분양가(3억3,000만원)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에 불안하기만 하다. '하우스푸어'가 사회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분양 당시 대출금이 적은 것이 위안이다. 이씨는 "몇 번이나 집을 팔려고 내놔봤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직장도 멀지 않으니 그냥 포기하고 살아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 집값이 '반토막' 난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일부 아파트는 고점 대비 40% 이상 가격이 빠졌으며 공급물량이 집중된 양주 등 수도권 동부 지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수도권 외곽에서 시작된 '반토막 쓰나미'는 최근 서울까지 몰려오는 추세다.

◇곳곳서 반토막 난 대형 아파트 집값=지난 2006년 입주한 파주시의 W아파트 181㎡형(공급면적 기준)은 최근 4억4,000만원에 인근 중개업소에 매물로 등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8억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가격이 내려가면서 4년 만에 고점 대비 45% 나 급락했다.

일산과 김포 지역 역시 일부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40% 안팎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163㎡ 안팎의 대형 아파트는 고점 대비 3억원 이상 가격이 떨어진 곳도 수두룩하다.

서북부 지역보다는 덜하지만 수도권 내 다른 지역 아파트 값도 30% 이상 가격이 떨어진 곳이 부지기수다. 남양주시 평내동 J아파트 72㎡형은 4년 전 1억7,000만원까지 가격이 올랐지만 현재는 1억1,000만원 정도로 6,000만원이나 하락했다. 용인시 죽전동 H아파트 106㎡형도 한때 6억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3억8,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와 있다.

의정부시 호원동 H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으니 거래가 안 되고 그렇다 보니 가격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도 심리적 저지선 잇따라 붕괴

=서울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미 강남권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격은 심리적 저지선이 붕괴되고 있다. 중층재건축의 대명사인 대치동 은마 101㎡형은 인근 중개업소에 최근 호가가 8억원인 매물도 등장했다. 지난 2010년 10억5,000만~10억6,000만원까지 올랐지만 불과 2년이 지나 2억5,000만원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현재와 같은 거래상황이라면 8억원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반응도 나온다.

개포동 주공1단지 50㎡형도 지난주 7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개포동 M공인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라면 7억원선도 지키기 힘들 것 같다"며 "문제는 상황이 반전될 뚜렷한 계기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때 13억원을 훌쩍 넘었던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112㎡도 현재 9억2,000만~9억4,600만원으로 9억원선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하락세 멈출 기미 없어…최악 상황 우려

=올 초까지 박스권을 형성하면서 하향 안정세를 보였던 수도권 아파트가 다시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거시경제 불안과 인구구조 변화, 수도권 주택수요 감소라는 중ㆍ장기적인 변수에다 단기적으로는 일부 지역에 공급이 지나치게 편중된 탓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진 경기도 고양ㆍ파주ㆍ김포와 인천 등 서북부권의 올해 입주물량은 5만1,749가구에 달한다. 최근 3년 새 최대이며 지난 2009년(2만9,575가구)과 비교하면 2배 가까운 물량이다. 반면 올 들어 5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6만5,65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여건(40.03%)이나 급감했다. 집값은 떨어지고 거래는 위축된 상황에서 공급폭탄까지 맞고 있는 셈이다.

가격하락을 대형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지만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중소형 주택으로 가격하락세가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용인 죽전동 H공인 관계자는 "한 달에 매매계약을 한 건 하기도 힘들 정도"라며 "중대형 시장이 나빠지니 중소형에도 심리적으로 영향이 미치는 듯하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세종시ㆍ지방혁신도시 등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수도권에 수요 공백이 일어난데다 인구구조 변화, 공급과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단기 쇼크로 집값이 급락한 2009년보다 장기적인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지금이 더 큰 위기"라고 진단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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