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30만 '하우스푸어' 배신한 금융감독당국
【서울=뉴시스】정일환 기자 = 한국은행이 지난주 기준금리 0.25%p 인하를 전격 결정했다. 이를 두고 금융소비자들이 금융감독당국을 향해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당국의 말을 따랐다가 금리인하 효과를 누릴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고정금리 대출자가 130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1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당국은 지난해 6월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의 핵심내용 중 하나는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 비중을 크게 늘리겠다는 것. 금리변동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 안정적인 가계경제를 이끌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이후 금융당국과 정부는 신규 대출자들에게 고정금리로 대출받을 것을 적극 권유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에게 2016년까지 자체 목표를 설정해 제출토록하고 이행실적 점검도 벌이며 압박을 가했다.
그 결과 지난해 5월 신규 가계대출의 11.4% 수준이던 고정금리대출자 비중은 올해 5월 44.3%까지 높아졌다. 신규 대출자의 절반 가까이가 고정금리를 선택한 것. 일부은행에서는 고정금리 비중이 75%까지 치솟기도 했다.
고정금리는 금리변동위험이 없는 대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예컨대 신한은행의 우량고객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변동금리는 연 4.1~4.3% 수준인데 비해 고정금리 대출은 연 4.7%에 달한다. 다른 대부분의 시중은행도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통상 0.5%p 정도 높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원을 빌린 경우 연간 50만원 가량, 2억원을 대출받았다면 연간 10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여기에다 만약 이번 기준금리 인하 폭인 0.25%p만큼 변동금리가 더 내린다면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금감원은 지난 주말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연간 2조원이나 경감될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이다.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쓰린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시중은행 동향을 감시하겠다는 엄포도 놨다.
금리결정은 한국은행의 고유권한이다. 감독당국이 개입하거나 방향을 제시할 수 없는 불가침 영역이다.
그렇다고 예측까지 금지된 것은 아니다. 더구나 금리인하는 이미 외국계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예고된지 오래다.
911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의 위험성을 줄이려는 금융감독당국의 고충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문제해결에는 고통도 따르기 마련이다.
포인트는 당국의 권유를 따랐다가 고금리를 떠안게 된 하우스푸어들에게 최소한의 설명도 없다는 점이다.
wh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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