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의 삶, 동화보다 더 동화적이었어

2012. 7. 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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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천국의 이야기꾼 권정생

"유언장이라는 것은 아주 훌륭한 사람만 쓰는 줄 알았는데,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유언을 한다는 게 쑥스럽다…."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일대기를 담은 책은 권정생의 마지막 순간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열아홉 나이에 찾아온 결핵은 일흔이 되도록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일본에서 가난한 청소부의 아들로 태어나 경북 안동 조탑리 빌뱅이언덕 토담집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권정생의 삶은 동화보다 더 동화적이었다. 자신의 병이 동생의 결혼에 방해될까봐 행려병자로 떠돌던 한때, 교회 문간방에서 살며 종지기로 살던 시절,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글을 쓰게 된 과정, 이오덕 선생과의 만남 등을 읽다 보면 가슴 한켠이 아릿해진다.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에 담긴 고통과 슬픔, 남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마음은 그의 삶이 씨앗이 되어 피운 꽃이었다. 눈으로 만든 토끼, 길에서 주워온 강아지, 그의 죽을 훔쳐 먹던 생쥐 등 권정생은 주변의 모든 것들에 온 마음을 줬다.

<행복> <봄빛> 등의 소설을 쓴 정지아 작가는 후기에서 "권정생의 삶은 그의 책 <강아지 똥>과 똑같다"고 썼다. 권정생의 일대기를 쓰기 위해 권정생에 관한 자료를 낱낱이 찾아 읽었을 그는 유언장에 담긴 깊고 순한 마음에 눈물을 쏟았다고도 했다. "내가 목을 늘이고 가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저 높은 곳을 향해 달리는 동안 권정생은 한없이 몸을 낮춰 가여운 모든 것들을 마음에 품었다." 작가의 말이 책장을 덮는 순간 마음에 와 닿는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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