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집 팔아도 빚 못 갚는 '하우스 푸어' 급증

박재현 기자 2012. 7. 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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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식 위기' 현실화 우려

서울 등 수도권에서 경매로 집을 팔아도 은행빚을 못 갚는 하우스푸어(집 가진 가난한 사람)가 급증하고 있다. 집값이 대출원금 이하로 떨어지면서 금융기관 경매물건 낙찰가로는 채권청구액도 건지지 못하는 것이다. 대출금과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카드 빚을 낸 뒤 여러 장의 카드로 다른 카드 빚을 갚는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가계대출 부실이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는 '스페인식 위기'가 한국의 현실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일 경향신문이 부동산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의뢰한 결과, 지난달 수도권 주거시설의 경매 낙찰가가 금융사의 채권청구액보다 낮은 경우가 전체 낙찰건수의 47.8%였다. 은행 등 금융사가 부실화한 주택담보대출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로 잡은 주택을 경매에 부쳤지만 원금을 회수하는 비율이 절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채권청구액보다 낙찰가가 낮은 경매 건수 비율은 30%대였다. 10월 이후 40%대로 올라섰고, 올해 들어서는 4월 42.2%, 5월 45.2% 등 3개월 연속 높아지는 추세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금융기관이 경매에 내놓은 물건들이 많아졌지만 낙찰률은 오히려 떨어지면서 낙찰가가 하락하고 있다"면서 "금융사로서는 돌려받을 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해 손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사용대금을 갚지 못해 살고 있던 집이 경매에 나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지옥션 분석을 보면, 2009년 486건이었던 카드사의 경매신청 건수는 2010년 522건, 2011년 553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 벌써 328건을 기록해 연말쯤이면 지난해 전체 경매신청 건수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카드 빚을 갚지 못해 나오는 경매물건이 증가하는 이유는 대출에 따른 이자와 생활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카드사에서 돈을 빌렸지만 그마저도 갚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카드사 경매물건은 부동산 담보대출금 연체로 인한 일반 경매물건에 비해 경매 청구금액이 적다. 실제로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전용면적 164㎡ 대우아파트는 2008년 시중·저축은행 등에서 10억7500만원이 대출됐다. 당시 이 아파트 시세는 11억9500만원이었다. 이후 아파트 값은 계속 하락했고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진 집주인은 카드로 돌려막기를 했지만 카드빚 2000여만원을 못 갚아 경매에 들어갔다.

이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대출금 액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하락했다. 만약 대출금 이하로 낙찰된다면 카드사로서는 경매 청구액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가계대출이 점차 부실화하면서 금융권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담보대출 손해를 줄이기 위해 은행들은 기존 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재조정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만기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이면서 LTV가 80% 이상이 된 경우 담보를 재평가하기로 했다. 재평가에서 기준을 넘긴 대출액은 상환하도록 할 방침이다. 하나은행도 대출 만기 연장 때 원금의 최대 10%를 상환하도록 하는 원칙을 마련했다.

<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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