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는 돈보다 빚 1.5배 많아.. 남유럽보다 더 심각
연체율도 5년반 만에 최고
다중채무자 200만명 육박
[세계일보]가계부채는 부동산과 불가분의 관계다. 집을 사기 위해 빚을 낸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의 43%를 차지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앞다퉈 집을 사고 분양을 받으며 은행빚을 끌어 쓴 것이다. 둘의 관계는 대체로 좋았다. 하지만 부동산경기 침체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경기마저 좋지 않아 가계 상환능력이 약해지면서 급기야 최악으로 치달았다. 다중채무자가 늘어나고 가계부채 연체율도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부동산 거래가 실종되면서 집을 제때 팔지 못해 빚더미에 올라앉은 이들이 늘고 있다. 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에 세워진 아파트 급매 안내판이 행인의 눈길을 끈다.김범준 기자 |
◆부동산발 가계부채 대란 우려
가계부채는 규모와 연체율 모두 예사롭지 않다. 3월 말 부채잔액은 911조원으로 10년 전인 2002년 439조원보다 갑절 이상 불었다. 1년 전인 작년 1분기 852조원에 비해서도 60조원 가까이 늘었다. 연체율 역시 상승 행진을 이어간다. 5월 말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97%로 2006년 10월 1.07% 이후 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보다 1.5배 많다. 작년 3분기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4.9%로 남유럽 국가인 스페인 140.5%보다 높다. 같은 남유럽에 속한 그리스 97.8%, 이탈리아 80.1%를 크게 앞지른다. 재정위기를 겪는 나라들보다도 빚 갚을 여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주택담보대출도 사정이 나쁘긴 마찬가지다. 연체율은 지난 12월 0.61%에서 올 들어 5개월 연속 오름세다. 5월 말엔 0.85%까지 치솟았다. 1% 돌파가 시간문제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집값 하락과 이자 독촉으로 압박 받는 '하우스 푸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급등의 주범은 아파트 집단대출이다. 집단대출은 주로 집을 분양받은 사람이 받는 대출이다. 아파트 시세 하락에 따른 분쟁과 건설사 자금사정 악화 여파로 5월 말 연체율이 사상 최고 수준인 1.71%로 솟구쳤다.
◆빚 '돌려막기' 다중채무 위기
개인신용평가기관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4월 말 다중채무자는 182만명이다. 2010년 3월 말 120만명보다 62만명(51%) 늘었다.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6월(165만명) 이후에도 17만명이나 증가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대부업체 이용자까지 합치면 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연체율 상승세도 가파르다. 다중채무자 연체율은 4.15%로 2010년 말 2.41%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4월 말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 0.89%의 5배 가까운 수준이다.
다중채무자 중 상당수는 빚을 내 빚을 돌려 막는 사람들이다. 대출이자와 원금을 감당하지 못해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 이전 대출을 갚는 식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중채무자 연체는 연쇄적으로 금융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과 다중채무자 등 가계부채의 취약 부분에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심각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원재연 기자 march2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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