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306조.. 이자만 내는 대출자 77%
국내 은행 가계 대출 연체율이 5년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주택담보대출 또한 부실징후가 나타나며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부채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이 28일 발표한 `5월말 국내은행 대출채권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97%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06년 10월 1.07%를 기록한 이래 최고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은 집단대출 연체율 지속과 부동산 침체를 가계 대출 연체율 상승 요인으로 지목했다.
집단대출이란 특정단체 내에서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개별심사 없이 일괄적으로 승인해 이뤄지는 대출을 뜻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5월말 집단대출 연체율은 1.71%로 지난 2010년 12월 집계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택 시세하락 등으로 인해 분쟁이 발생하거나 일부 시행ㆍ시공사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집단대출 연체율이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앞이 안보이는 부동산 침체도 가계 대출 연체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가계대출의 상당 수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은 부동산시장 침체 여파로 연체율이 0.85%로 한 달 전보다 0.06%포인트 올라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의 주 원인이 됐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0.61%에서 5개월 연속 상승해 2006년 10월의 0.94% 이후 5년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우리 경제의 부실 뇌관으로 급부상 한 것이다.
원금 상환을 미룬 채 이자만 내는 대출자가 무려 80%에 육박하고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총 306조5000억 원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대출이 76.8%에 달한다. 액수로는 235조4000억원이다. 120조2000억 원(39.2%)은 분할상환대출이지만 원금 상환시기가 아직 남아 있는 대출이다. 나머지 115조2000억 원(37.6%)은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일시상환대출이다.
결국 306조 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중 내년까지 거치기간이 끝나거나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이 절반 가까운 128조원에 달한다. 전체 주택대출자의 42%가 원금상환 시기가 도래한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일시상환대출은 금융기관이 대부분 만기 연장을 해주고, 거치 기간이 끝나 원금을 갚아야 하는 대출도 장기 분할상환이 대부분이어서 가계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계대출 연체율이 치솟자 금융당국은 부실 위험이 큰 `잠재적 신용불량자'의 부채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를 전격 추진키로 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과 회의를 열어 은행권 공동 프리워크아웃 도입방안 등을 논의했다.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은 1개월 미만 단기 연체가 반복되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우선 적용될 방침이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가 지난 3월 말 현재 660만명에 육박하고, 이 중 250만명은 30% 이상의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프리워크아웃에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담보가치가 추락한 주택담보대출자와 다중채무자 가운데 연체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부실 위험군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자체 프리워크아웃을 운영하면 신용회복위원회의 프리워크아웃(1∼3개월 연체자)과 개인워크아웃(3개월 이상 연체자)에 앞서 가계의 파산을 막는 완충장치가 추가되는 것이다.
금감원은 프리워크아웃을 통해 잠재적 부실 위험군의 채무를 미리 조정하면 충당금 적립 부담이 줄어드는 등 은행 건전성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KB금융경영연구소가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자만 내던 가구가 원금 상환에 들어가면 소득 중 원리금 상환비율이 평균 49.1%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득의 절반 가까이 빚을 갚는 데 쓰는 전형적인 `하우스푸어'(House Poor)로 전락한 것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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