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부동산①]집 얻을 사람도 집 가진 사람도 힘들다
【서울=뉴시스】우은식 기자 = 부동산 경기 침체가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유럽발 위기에서부터 국내 경기 불안까지 폭넓은 불확실성이 부동산으로의 자금 흐름을 꽁꽁 묶고 있다. 문제는 거래마저 실종돼 실수요자, 공급업체 등 부동산 관련 업종 전체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시스에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을 소비자, 공급자, 정책당국의 시선에서 바라보면서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찾아보고자 '위기의 부동산' 기획시리즈를 3편으로 나눠 시작한다. /편집자 주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회사원 최모(39)씨는 직장을 옮기면서 출퇴근이 힘들어 서울에 집을 구하러 다니는데 쉽게 방을 구할 수 없어 진땀을 빼고 있다.
지난 2002년 신혼살림으로 대출을 받아 장만한 최씨의 집은 용인 인근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162㎡ 면적의 중형대 평형으로서 당시 각광받는 지역이였다. 그러나 이사를 가기 위해 3년전부터 집을 내놨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아직까지 팔리지 않고 있다.
최씨는 "한때 6억원까지 호가하던 집이 현재 4억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며 "이미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집이 나가질 않으니 서울에 새집을 사기도, 전세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대출 이자를 물면서 집이 나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른바 '하우스 푸어'의 문제는 이제 개인적인 하소연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 전체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버는 돈은 빠듯한데 애물단지가 된 주택 때문에 부채상환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고금리 대출에 손을 벌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07년 가을 인천시 남동구 내 아파트 단지에 입주한 조모(40)씨. 당시 부동산 경기가 한창일 때 이곳 저곳을 알아보다 서울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인천 재건축 단지에 청약을 넣어 당첨됐다.
조 씨는 당시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게 돼 기쁜 마음에 계약했다. 112㎡ 면적의 아파트는 당시 매매가 2억7000만원이었는데, 목돈으로 마련해둔 7000만원에다 2억원은 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렀다.
아파트 단지가 활성화 되면서 한때 집값이 3억5000만원까지 올랐고,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아파트가 애물단지가 되면서 골치를 앓고 있다.
입주한 뒤 3년이 지난 2010년 가을 조 씨는 1차 위기를 맞았다. 3년 거치 상환 조건인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시한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집을 팔아 싼 곳으로 옮기려고 입주 당시 가격 수준으로 내놨지만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3년간 매달 100만원 가량을 대출 이자로 꾸준히 지불하며 집값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리며 버텼지만 손해만 본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조 씨는 5% 수준의 대출이자 조건으로 주택금융공사에서 2억원을 대출 받아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대출을 받아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악순환에 금융 비용만 계속 부담해야하는 꼴이 된 것이다.
조 씨는 부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들과 두 딸 등 5식구가 살기위해 넓은 평수를 구하던 중 살던 집을 주변 시세보다 싼 1억5000만원 전세에 내놓았다.
지난해 가을 결국 전세로 내놓고 조 씨는 미분양 등으로 가격이 저렴한 인천 청라지구에 조금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전세 7000만원으로 입주했다. 전세금으로 받은 1억5000만원 가운데 1억원은 대출 원금을 상환해 이자를 줄이는데 썼고, 남은 5000만원과 부모님에게 3000만원을 빌려 청라지구 아파트 전세금으로 냈다.
조 씨는 "인천에 집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대출금 1억원, 전세금 1억 5000만원 등 총 2억5000만원 빚을 안고 살고 있는 셈"이라며 "진짜 문제는 내년 가을에 전세 만기가 돌아왔을 때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가격이 계속 내려가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빌린 대출금 원금 1억원을 갚아야하는 시기와 전세 계약 종료 시점이 맞물리면서 내년 가을 집을 팔든, 전세를 내놓든 처분해야하고 자신이 살 집도 구해야하는 3중고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장급인 조 씨는 현재 대출 이자 50만원, 관리비 30∼50만원, 자녀 교육비 등 매달 들어가는 고정 비용을 감당하고 나면 생활비마저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수도권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에 청라지구 같은 가격대의 전세를 앞으로는 구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대출 상환 시한폭탄이 다가오는데 집값이 떨어지면 대출을 돌린다고 해도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제는 더이상 길이 없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최 씨와 조 씨와 같은 '하우스 푸어'의 사례는 이제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분양권 당첨=복권 당첨'이라는 얘기는 과거의 전설이 된 지 오래고, 주택 담보 대출자의 20%가량이 하우스 푸어로 전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06~2007년에 집을 산 사람들이 현재 '하우스 푸어' 대열을 형성하고 있다. 당시 계속해서 오르던 집값을 바라보던 무주택자들이 더이상 늦추면 손해라는 생각으로 무리한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막차'를 탔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들이 금융 부담을 견디지 못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고, 이를 내다 팔면서 부동산 시장이 더욱 왜곡되면서 거래가 더욱 얼어붙어 금융기관의 부실까지 이어지는 등 총체적인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 대출 잔액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5개 시중은행 기준으로 총 23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 정도만 상환되다고 해도 주택 담보 대출자들은 올해 2조3000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4월 가계 집단대출 연체율이 1.56%로 높아져 2010년 전수조사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수도권에 나온 경매물건이 지난 5월 1만건을 넘어서면서 올해 1월보다 16%나 증가했다.
조 씨가 느끼는 부동산 시한폭탄이 어쩌면 우리 사회 전반에 들이닥쳐 부동산 공황으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
esw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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