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핀 '미사리 서태지'

정지섭 기자 2012. 6. 27.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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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성 노래 30년 기념 콘서트

박강성(51)은 '거물급 마이너리거' 가수다. 1990년대까지 그의 노래는 방송보다 카페촌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의 '길보드 음반' 같은 '재야'에서 주로 들을 수 있었지만, 그 '재야'의 힘으로 2000년대 이후 TV나 라디오에서 거꾸로 러브콜을 보내는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올해로 노래 인생 서른 돌을 맞은 그가 자축 파티 준비에 한창이다. 2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여는 데뷔 30주년 콘서트 '인 더 비기닝'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박강성은 먼저 그의 분신인 기타를 보며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난 단지 통기타 가수가 아니라 여러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 뮤지션인데, 사람들은 자꾸 카페에서 기타 들고 노래하던 모습만 떠올리죠. 저는 통기타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거든요. 그런데 쉽지 않아요. '기타 치며 노래 불러달라'는 관객 성화에 결국 10~15분은 기타를 잡게 되더라고요.(웃음)"

'장난감 병정' '내일을 기다려' 등 주요 히트곡과 애창곡을 부르게 될 30주년 기념 공연에는 눈에 띄는 게스트가 있다. 가수이자 뮤지컬 대모인 윤복희. 호소력 짙으면서도 살짝 '뽕끼'가 스민 박강성의 보컬과 윤복희의 카리스마 넘치는 열창이 어우러진 '여러분'을 듀엣으로 부를 예정이다. "친한 '교회 누나'지만, 가수로서 한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라 긴장돼요." 그는 "고교 시절엔 포크와 록에만 빠져 있었는데, 웅장하고 극적인 복희 누나의 음악을 접하고 충격을 받아 일찌감치 롤 모델로 삼았다"고 했다.

박강성은 1982년 MBC 신인가요제 대상을 받으며 가수로 첫걸음을 뗐지만 도약은 쉽지 않았다. 카페나 소극장에서 함께 노래하던 최성수·임지훈·김범룡 등 벗들이 1980년대 중반부터 주류 음악계 스타가 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저라고 안 뜨고 싶었겠어요? 하지만 야인으로 필드에서 뛰는 데 익숙하다 보니 적응이 쉽지 않았어요. 사회성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방송국 사람들에게 깍듯이 인사한다든가 하는 것 말이죠."

카페촌 번창과 7080열풍 덕에 1990년대 후반부터 전성기를 맞은 박강성에겐 재미있는 일화가 적지 않다. 공식 발매·집계됐더라면 한국 음반판매 기록을 바꿔놨을 것이라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카페 음악' 모음집, 아이돌 스타 뺨친다는 중년 여성들의 팬심, 그 덕에 언젠가부터 따라붙는 별칭 '미사리의 서태지'.

"1990년대 중반 좌절감이 최고조였어요. 이렇게 잊히겠구나, 난 동료들 뒤치다꺼리할 수준도 못되나 보다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처음엔 몰랐어요. 제가 '미사리 서태지'로 서서히 뜨고 있었다는 걸.(웃음) 어리둥절했어요. 카페는 손님들로 가득 찼고, 고속도로 휴게소엔 내가 취입하지도 않은 '박강성·이은미' 앨범이 떡 하니 나와있질 않나. 하루에 행사 스케줄이 네댓 개씩 잡히고, 너무 좋았어요."

박강성은 2000년대 이후 매년 10여 차례의 콘서트로 팬들과 만나고 있고, 방송에도 곧잘 출연한다. 주류 음악계에서 전성기를 보낸 뒤 점차 잊히며 재야로 향하는 또래 가수들과는 정반대의 음악 행보를 하는 셈이다.

그는 "어떤 스타일의 노래든 다 부르려 애쓰다 보니 갖게 된 이 목소리, 그 덕에 30년을 버텨온 것 같다"고 했다. "늘 다 갖추고 싶었어요.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노래부터, 거칠고 한(恨)으로 가득 찬 노래들까지. 그런 노력과 바닥에서 올라온 인생 경험이 섞인 게 바로 이 목소리죠. 행복하고 감사해요. 이 목소리로 꾸준히 사랑받았고, 집사람·아이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데뷔 30주년 콘서트를 앞둔 박강성이 기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매일매일 하던 대로 노래 부르다 보니 어느새 30년이 돼 있더라"고 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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