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진 죄인" 빚내서 산 집, 집값 폭락에..

금원섭 기자 2012. 6. 26.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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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 막아라] [1]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방패가 창으로 부동산 거품 붕괴 막으려 집값 40~60%만 대출 허용 일부 지역 집값 급락하며 LTV 80~90%까지 올라가 집값의 60%까지만 대출연장.. 은행들 원금 일부 회수 나서 이자 부담에 가계 소비 위축.. 경기 침체 촉발 가능성 높아 돈 갚으려 새로 신용대출 받게될 판

그동안 정부와 은행은 가계부채 문제,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우리나라는 '안전지대'에 있다고 큰소리쳐왔다. 이들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내세운 것 중 하나가 주택 담보인정비율(LTV) 제도였다.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담보가치의 절반(40~60%)가량만 돈을 빌려주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집값이 반 토막 나더라도 은행의 부실채권이 대량 발생해서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집값이 고점 대비 40% 이상 떨어지는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사정이 바뀌고 있다.

수도권 외곽 지역 등에서는 집값이 급락해 떨어진 집값을 기준으로 하면 LTV가 70~80% 수준으로 올라간 경우가 나오고 있다. 경매로 넘어간 물건 중에서는 LTV가 100%를 넘긴 '깡통 아파트'도 등장하고 있다. 집을 팔아도 은행 대출을 못 갚는다는 이야기다.

회사원 A씨(45)는 2009년 7월 경기도 고양시의 5억2500만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샀다. 당시 집값의 60%인 3억15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그런데 지금 그 집이 4억3000만원까지 값이 떨어졌다. 3년 만기가 닥쳐 대출을 연장하려 하니 LTV가 문제가 됐다.

떨어진 집값으로 계산해 보니 LTV가 73%가 됐고, 은행에선 금융 당국 가이드라인인 60% 이상은 대출을 연장해 줄 수 없다는 전갈이 왔다. 집값의 60%인 2억5800만원만 대출 연장이 가능하고, 한도를 넘어선 5700만원은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김포, 파주 신도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리먼 쇼크 전인 2007년 분양 당시엔 LTV 50~60% 선에서 대출이 나갔는데, 이후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LTV 비율이 80~90%까지 올라갔고 단지에 따라서는 100%에 도달한 곳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도와 용인 쪽도 LTV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더 떨어지면 이런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고, 주택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부동산 버블 붕괴→주택대출 부실화→은행 파산→금융위기'로 이어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한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방패'로 여겼던 LTV, '창'으로 변신

작년 8월 현재 전국의 주택담보대출 LTV 비율은 47%여서 전체적으로는 안전한 편이다. 하지만 집값이 급락하는 수도권 외곽과 일부 지역 아파트에서 한국판 서브프라임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B은행이 지역별로 2009년 5월과 올 5월 현재 LTV 비율을 비교한 결과, 경기도 김포시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LTV가 50%에서 57%로 7%포인트 올라갔다. 경기도 동두천시와 양평군도 5월 현재 평균 LTV가 각각 56%와 51%로 3년 전에 비해 각각 6%포인트씩 올라갔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전체 주택담보대출 305조원의 46%가 만기가 되거나 거치 기간(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갚는 기간)이 끝난다. 우리·국민·신한·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와 일시 상환해야 하는 주택담보대출은 23조8000억원에 이른다. 집값 하락을 이유로 은행들이 대출자들에게 원금의 10% 정도를 상환하라고 하면 총 2조3800억원을 갚아야 한다.

3년 전 경기도 성남시에 아파트를 사느라 2억원을 대출받았던 B씨(58)도 최근 은행의 요구에 따라 기존 대출의 10%인 2000만원을 갚고서야 나머지 금액에 대해 상환시기를 연장받았다. B씨는 "돈이 없다고 하자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3~4%포인트 높은 신용대출을 알선해 줬다"고 말했다. 주택대출을 갚느라 다시 빚을 내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하우스푸어(house poor)' 계층의 고통은 더 커지고 있다.

결국 빚을 못 갚아 연체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89%로 5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한 달 동안 새로 발생한 가계대출 연체액은 9000억원에 달했고, 그중 주택담보대출이 4000억원을 차지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하우스푸어는 108만 가구에 이르며, 이중 약 3분의 1인 33만 가구가 "대출을 연장받지 못하면 원리금을 갚을 수 없다"고 응답했다. 하우스푸어 계층은 이미 가처분 소득의 40% 이상을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 집값이 더 떨어지고 빚 상환 부담이 커지면 가계 소비를 급격히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 작년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가계 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밑돈 것은 우리 가계의 소비 위축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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