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집주인 세입자에 SOS
"급매보다 1천만원 깎아줄테니 전세살던 집 이참에 사세요"
"복비 주는 셈 치고 급매가보다 1000만원 싸게 팔게요. 살 생각 있어요?" 여의도 K아파트 112㎡에 사는 김 모씨(42ㆍ회사원)는 일주일에 몇 차례씩 걸려오는 집주인의 전화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전화가 처음 걸려온 건 지난해 말부터다. 처음에는 넌지시 말을 건네더니 요즘은 '사정조'로 톤이 바뀌었다. 나날이 떨어지는 집값에 집주인이 빨리 집을 팔고 나가려고 하는 때문이다.
김씨는 이 집에 2011년 초에 전세금 3억원을 주고 들어왔다. 지금 전세시세는 3억5000만원 정도로 5000만원이 올랐다.
반면 집값은 10억원에서 점점 내리막길을 걷더니 최근에는 8억원 미만의 매물만 거래된다는 소리가 나온다.
김씨는 매매가가 7억5000만원 밑으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다.
인근 공인 관계자는 "호가와 실거래 가격 사이의 차이를 보면서 한 푼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세입자에게 집 사기를 종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하우스푸어가 되느니 셋방살이가 낫다'는 집주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집주인들이 빨리 팔고 나오려는 아파트들은 주로 우수 학군ㆍ역세권 등 소위 '물좋은 지역'에 위치했다. 2006년에서 2007년 부동산 활황기에 더 오를 것이라 믿고 '상투'를 잡은 사람들이 많다.
전세금이 올랐다지만 이들 아파트는 대체로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낮았던 곳이어서 집을 살 때 진 빚을 갚기에는 역부족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고액자산가들의 경우에는 집이 여러 채 있어 버틸 수 있지만 집 한 채 있는 사람들은 나날이 느는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더 건져야 한다는 비관론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액자산가의 경우 주식과 비슷하게, 쌀 때 몇 채 더 사서 평균 매입비용을 줄이는 '물타기'가 가능하지만 일반인들의 경우 1000만~2000만원에도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세입자가 살고 있던 집을 그대로 인수하는 경우 양측은 매매가 대비 0.8~0.9% 수준의 중개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세입자 처지에서는 이사 부담이 없고 좋은 집을 고르러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 어차피 같은 동네에 살 거면 굳이 어렵게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집주인들의 이런 경향은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커지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은 2002년 12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시장 침체로 아파트 매수보다는 전세살이를 하는 매매 대기수요가 늘면서 전세금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국민은행 주택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61.2%(5월)로 2002년 12월 65.3%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은 2008년 12월 38.7%에서 2009년 12월 40%를 돌파하는 등 수직상승을 거듭하면서 지난해 12월 50% 선(50.8%)을 넘어섰다.
박원갑 팀장은 "집값 상승기에 빚을 얻어 투자를 했던 하우스푸어들의 슬픈 단면"이라면서도 "실수요자인 전세세입자 처지에서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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