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웬수여.." 하우스푸어의 눈물
이자부담에 집도 안팔려 신용불량자 전락하우스푸어 120만가구…빚 폭탄 터질라
"은행에서 마약을 준 꼴이지. 새 집 살 땐 막 퍼주더니 집값 떨어져서 힘드니까 아예 신용불량자로 만들어버렸어. 집이 웬수여…." 경기도 파주 문산에 사는 김윤술 씨(가명ㆍ70)는 3년 전 무리하게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신용불량자로 내몰린 소위 '하우스 푸어'의 전형이다. 김 할머니는 칠십 평생을 신용카드 한 장 만들지 않고 쌈짓돈 모아가며 살아온 똑순이 할머니로 소문났다.
이런 김 할머니가 최근 매일경제신문이 연재 중인 '주택ㆍ건설 국민경제살리기 캠페인' 기사를 보고 신문사로 직접 전화를 걸어 눈물의 하소연을 했다.
김 할머니는 2009년 파주 운정신도시에 전용 85㎡형 새 아파트를 3억원에 분양받았다. 김 할머니는 세를 준 구멍가게에서 나오는 월세 50만원을 제외하곤 별다른 수입이 없어 주저했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업체는 계약금 5%(1500만원)만 내면 중도금 60%(1억8000만원)는 은행에서 3년간 집단대출해주니 걱정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연 6%대 이자가 부담스럽긴 했지만 정 안 되면 입주 때 곧바로 팔아 전세로 옮기든지, 종전 주택을 처분해 대출 일부를 갚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작년 초부터 분양권 시세가 애초 분양가보다 3000만원이나 떨어지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자는 매달 100만원이 넘는데 더 이상 아들 내외에게 손벌릴 상황도 못됐다.
김 할머니는 할 수 없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시세보다 10% 싸게 내놨지만 1년 동안 중개업소에서 전화 한통 걸려오지 않았다. 은행 연체이자가 2000만원 안팎까지 불어나자 급한 김에 대부업체를 찾았지만 연 20% 가까운 이자 폭탄이 어깨만 더 짓눌렀다. 결국 아파트 잔금 1억500만원과 별개로 중도금 집단대출 연체이자, 대부업체 이자만 3000만원을 한꺼번에 물어야 할 처지에 몰렸다.
김 할머니는 최근 "담보대출 이자가 4%대까지 떨어졌다"는 뉴스를 듣고 은행을 찾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고객님은 안된다"는 말뿐이었다. 담보 가치가 줄어든 데다 고정소득이 미미한 김 할머니로선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에 걸려 중도금 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대부업체 이자 상환을 못하자 결국 지난주에는 신용정보회사에서 신용불량자 통보까지 받았다.
부동산 불황이 길어지면서 김 할머니처럼 집값 하락과 대출 원리금 상환이라는 이중고를 견디다 못해 무너지는 소위 '막장 하우스 푸어'들이 속출하고 있다.
김포 인천 등 현 시세가 분양가 아래로 떨어진 입주 예정 단지에선 건설사를 상대로 '분양계약 해지' 줄소송도 벌어지고 있다. 소송 과정에서 고객들이 중도금 대출이자 납부를 거부하면서 집단대출 연체율도 급등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집단대출 연체율은 1.56%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우스푸어는 현재 120만가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5월 현대경제연구원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108만4000가구, 374만4000명의 하우스푸어를 계산했다.
[이지용 기자 / 손일선 기자 / 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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