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객 알바비도 기획사가 절반 넘게 떼가

류인하·김경학 기자 2012. 6. 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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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현장 체험 르포

기자는 지난달 30일 오전 11시10분쯤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6번 출구 앞으로 갔다. 한 케이블 방송의 스타특강쇼 프로그램 방청객 아르바이트(방청 알바)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방송에 동원되는 알바생은 100명이었다.

사람이 어느 정도 모이자 기획사 직원이 종이 한 장을 나눠줬다. 일명 '페이표'라는 이 종이의 뒷면에는 "녹화 종료 후 1부당 9000원을 지급합니다. 방송에 피해를 주거나 진행에 불편을 주면 방청료를 안 줍니다"라는 경고문이 적혀 있다.

방청은 오후 1시부터 시작됐다. 기자는 조연출자의 인솔에 따라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조연출자는 상황에 따라 "오~" "아하~"를 적절히 섞어주고, 손을 들면 박수를 치라고 지시했다.

▲ 7~8시간 쪼그려 앉아 박수방송국 시간당 5000원 지급실제로 받은 돈은 2200원꼴

이날 출연자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셰프 코리아>의 심사위원인 김소희 셰프였다. 그의 인생역정을 듣는 과정에 주변의 방청객들이 슬슬 졸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곳곳에 서 있던 기획사 직원이 조는 사람을 흔들어 깨웠다.

요리를 선보이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녹화가 잠시 중단됐다. 기자는 이때 처음으로 자리에서 잠깐 일어났다. 이내 "아무도 일어나지 마세요"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1부 녹화는 쉬는 시간도 없이 140분간 계속됐다. 계단식 의자에 장시간 앉아 있으려니 다리가 저려왔다. 곳곳에서 허벅지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점심도 굶은 채 꼬박 3시간20분이 지난 오후 4시20분이 돼서야 1부 녹화가 끝났다. 제작진은 점심 겸 저녁으로 김밥 한 줄과 500㎖ 생수 한 병씩을 나눠줬다. 방송국 내 화장실을 들어가려 하자 안내요원은 "밖에 나가면 주유소 화장실이 있으니 거길 이용하라"며 내쫓았다.

오후 5시25분부터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출연한 특강쇼 2부 녹화가 시작됐다. 녹화는 오후 7시45분에야 끝났다. 기획사 직원은 "아까 모였던 지하철역으로 가라"고 했다. 도착하니 기획사 직원이 돈봉투를 나눠줬다. 봉투에는 1만8000원이 들어있었다. 시간당 2200여원에 불과한 셈이다. 최저임금 기준인 4580원에 턱없이 모자랐다.

취재 결과 이 돈은 방송사가 지급한 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였다. 당초 방송국은 기획사에 8시간 녹화 대가로 시간당 5000원씩 1인당 4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기획사가 수수료 명목으로 2만2000원을 떼고 나머지만 준 것이다. 이 프로그램 제작 관계자는 "중간에서 기획사가 일정액을 가져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절반 이상이나 떼 간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알바생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날 함께 방청한 박모씨(23)는 "사정상 장기 알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마저도 감지덕지"라고 말했다. 이날 방청 알바를 인솔했던 기획사 측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지난 2일 직접 가본 KBS2 <사랑의 리퀘스트>에서도 오후 4시30분(대기시간)~오후 7시까지 2시간30분 동안 방청 알바를 하고 6000원을 받았다. 기획사가 4000원을 떼 가고 남은 돈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방청 알바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방청 알바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단순히 앉아만 있다 오는 것을 과연 노동이라고 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기본적으로 방송국에서 방청 알바를 용역으로 두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관리비 부담을 밖으로 떠넘기는 행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인하·김경학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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