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남자' 이준혁 "이장일 통해 지옥을 느끼고 싶었다"(인터뷰)

이우인 2012. 6. 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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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이우인 기자]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팽창한 듯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3kg 가까이 체중이 늘었어요. 피부 독까지 올라 얼굴도 엉망진창이고요."

배우 이준혁(28)은 죽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과 같았다. 몸은 편해진 게 분명한데 눈빛은 공허했다. 그동안 단단히 조였던 긴장의 끈이 뚝 끊긴 듯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이장일이 아버지의 자살로 정신을 놓으며 시청자들을 멘붕(멘탈 붕괴)에 빠지게 했던 모습과 오버랩됐다.

이준혁은 지난 24일 종영된 KBS 2TV 수목극 '적도의 남자'에서 자신의 야망을 위해 친한 친구 김선우(엄태웅)를 배신하고, 결국 복수를 당하는 스타검사 이장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적도의 남자' 최대 수혜자가 이준혁이라고 할 만큼 그는 전례 없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데뷔 7년차 이준혁은 뒤늦은 연기력 찬사에 "'적도의 남자'는 주말극을 제외한 미니시리즈 중에는 가장 많은 분량이 주어진 작품이고, 그만큼 준비할 것도 많았다. 그래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면서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이장일 어떻게 됐냐고? 글쎄"

'적도의 남자'는 김선우와 한지원(이보영)의 행복한 키스로 끝을 맺었지만, 이장일의 행방에 대해서는 지금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마지막회에서 장일은 선우와 함께 찾은 고향 바다에 빠졌고, 장일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든 선우와, 바닷속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장일의 모습에서 이야기가 한참 뒤로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이장일이 죽은 게 맞느냐"고 물었더니 이준혁도 "애매하다"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애매한 마무리가 감독과 작가의 공통된 의도가 아닐까 싶다. 왜냐면 애매한 게 재미있으니까"라고 추측했다.

"저는 장일의 연령대를 뱀파이어처럼 애매하게 하려고 했어요. 장일은 과거에 고립돼 있고, 지원에 대한 사랑 또한 성장이 멈췄어요. 마치 애들이 사랑하는 것처럼요. 성별도 모호하게 표현했어요. 여성스럽게도 보이길 바랐어요. 20회에 나오는 샤워신도 아이 혹은 여성 같은 느낌을 내려고 했는데, 아쉬운 점도 많아요."

엄태웅과의 기 싸움에 대해 궁금해하자 그는 "그런 건 없었다"면서 '큭큭' 웃었다. "드라마에서만 팽팽했지, 사람끼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태웅 형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때랑 똑같다. 그냥 친근한 분위기로 '빨리해' 하는 식이었다"며 화기애애했던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준혁은 엄태웅뿐 아니라 부자지간 호흡을 맞춘 이원종(이용배 역), 사이가 좋지 않았던 최광춘 역의 이재용과도 끈끈한 정을 쌓았다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 "나는야 엄태웅에게 목숨 건 남자"

이준혁은 이장일을 통해 지옥을 느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장일의 최고 매력을 '파닥거림'이라고 표현하며 "나는 정말로 장일이 싫다. 처음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했다"고 장일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하지만 "살려고 하는 노력에는 연민이 갔다. 이 친구가 열심히 살지 않거나 치열해 보이지 않았다면 끝까지 싫어했을 것이다"며 역할에 애정을 드러냈다.

장일을 '선우에게 지배받는 자'라고 설명하기도 한 이준혁은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살도 뺐다. "피폐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촬영 전보다 5~6kg 정도 감량했다. 앙상하게 야위어졌으면 더 좋았겠지만 태국에서 미리 촬영한 분량에 나오는 모습과 맞춰야 했기 때문에 더 뺄 수는 없었다"면서 아쉬워했다.

이준혁의 노력은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보상받았다. 등장 초반 이장일 아역 임시완(제국의 아이들)과 복수극에 일가견이 있는 엄태웅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의 연기력은 어느 순간 시청자들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엄태웅에게 '동공연기' '반전연기'라는 수식어가 있었다면, 이준혁에게는 '신체연기 종결자'가 따라붙었다. 이는 그가 뒤통수 눈 입 손 발 등 신체로 감정을 표현하며 붙여진 수식어다.

가장 어려웠던 신체연기에 대해 묻자 이준혁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옥상신 이야기를 꺼낸다. 옥상신은 선우가 장일이 15년 전 자신의 뒤통수를 때려 바다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 죽이려던 상황을 반대로 옥상에서 재현하는 장면으로 '적도의 남자' 명장면으로 꼽힌다.

"옥상에 매달렸던 연기보다 어려운 연기는 없었어요. 매달려서 7~8번을 찍었는데 겁이 많은 편이 아닌데도 어찌나 무섭던지. 태웅 형이 저를 들고 있지만 무게 균형이 제게 쏠릴 땐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때 일은 절대로 못 잊을 것 같아요. 저는 엄태웅에게 목숨을 건 남자였어요.(웃음)"

◇ "공백 두려움? 확 뜬 적도 없다"

'적도의 남자'는 MBC TV '더킹 투하츠', SBS TV '옥탑방 왕세자'와 같은 날 동시에 첫 방송돼 종영하는 날까지 시청률 경쟁을 벌였다. 시청률 꼴찌로 시작한 '적도의 남자'는 7회에 첫 1위, 9회부터 19회까지 11회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작품성, 연출력,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았다.

반면 '더킹 투하츠'는 시청률 1위로 출발, 꼴찌로 마감하며 '적도의 남자'와 희비가 엇갈렸다. 그런데 '더킹 투하츠'의 여주인공 하지원은 이준혁과 같은 소속사 배우이기도 하다. '적도의 남자'의 1위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입장인 것. 하지만 이 남자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다. "마냥 좋았어요. 하하하. 그리고 지원 누나랑 경쟁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요. 선의의 경쟁이잖아요."

그동안 많은 인터뷰에서 이준혁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길 간절히 원한다고 밝혀왔다. '적도의 남자'를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찾았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진 않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장일은 소비형 캐릭터이거든요. 모든 걸 쏟아내 버린 느낌이라서 다시 담기는 어려워요. 다음 작품이 그래서 더 부담스러워요."

다음 작품 이야기를 하지만, 이준혁의 다음 작품은 '국방부'가 될 전망이다. 팬들은 조만간 육군 현역으로 입대하는 이준혁의 차기작을 '국방부'로 표현하고 있다. '적도의 남자'로 이준혁의 연말시상식 연기상 수상을 기대한 팬들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준혁은 "시청자들이 그렇게(아쉽게) 생각해주면, 그걸로 됐다"며 웃었다.

"상 욕심은 전혀 없어요. 이쪽 일을 처음 할 때는 빨리 뜨고 싶고, 스타가 되면 내 인생이 편해지지 않을까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여러 작품을 해오면서 전 작품에서 내가 지나치게 잘됐으면 부담스럽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또 한 작품을 인정받더라도 다음 작품을 게을리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고요. 어차피 계속 힘들 거라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힘든 게 낫죠."

이준혁은 "'적도의 남자' 일정이 끝나면 친구들을 만날 여유도 없이 입대할 것 같다"면서 아쉬워한다. 그렇지만 이내 "지금까지는 나를 많이 소진한 느낌이라 충전을 하고 싶다. 더 날카로워져서 좀 더 많은 걸 담을 수 있는 배우가 돼 있으면 좋겠다"면서 군에 다녀온 이후의 연기 생활을 기대한다. 공백 기간이 두렵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확 뜬 적도 없다"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자신의 입대를 슬퍼하며 울어줄 여자친구 한 명도 없느냐고 물었더니 "그러게 말이다"면서 울상을 지어 보이는 이준혁. 자신에 일에 대해서는 그토록 강한 신념을 지닌 그도 어쩔 수 없는 남자였다.

장소=파크앤느리게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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