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길 따라 정겨운 풍광.. 발품 지칠 즈음엔 온천

규슈 2012. 5. 3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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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올레 트레킹

일본 남부 규슈에서 사단법인 제주올레에 라이선스 비용까지 치르고 '올레'라는 이름을 수입해 지난 2월 말 첫 4개 코스를 열었다. 일본 국토교통성 규슈운수국과 규슈관광추진기구가 'Visit Japan 사업'의 하나로 만든 것이다. 대지진 이후 격감한 한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아이디어다. 돈 벌자고 '올레' 만든 게 일본인에게도 색다른 경험이었나 보다. 4개 코스 중 하나인 다케오(武雄) 코스가 있는 다케오시 관광협회의 오쓰보 이사오 회장은 "길이야 원래 여기저기 있지만 이렇게 이어서 걸을 수 있구나 하는 걸 새롭게 알았다"며 "다케오 시민들 사이에서도 걷기 바람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길 좀 걷자고 해외까지 가기는 망설여진다. 게다가 일본은 유럽이나 미국의 유명 트레킹 코스에서 맛보는 이국미도 별로 없다. 해변이든 야산이든 규슈 코스는 제주 올레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좀 못하다고 보면 맞을 듯하다.

그렇다고 규슈만의 묘미가 없는 건 아니다. 바다를 끼며 걷고 낮은 산을 가볍게 오르는 길에서 사람들과 만나 인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여느 일본 여행에서 맛 볼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규슈가 구한말 정한론의 발원지이며 명성황후를 살해한 일본 자객들이 규슈 출신이라는 구원(舊怨)이 생각나서일까, 그들의 인심은 더욱 살갑다. 빼놓을 수 없는 건 온천이다. 코스 어디를 가나 반나절 남짓 걷고 흐른 땀을 온천에서 씻을 수 있는 것은 일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규슈 올레는 북서쪽 사가(佐賀)현의 다케오, 북동쪽 오이타(大分)현의 오쿠분고(奧豊後), 중부 구마모토(熊本)현의 섬 아마쿠사(天草)ㆍ이와지마(維和島), 가고시마(鹿兒島)현 남단 이부스키(指宿) 코스다.

10여㎞를 걷는 동안 촌부들과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누며 일본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코스는 오쿠분고. 분고오노(豊後大野)시의 아사지(朝地)역에서 출발해 해발 200m 높이에 펼쳐진 논밭 길을 걸어 12세기부터 지었다는 산성 터를 지나 성하(城下) 마을 다케타(竹田)시에서 마무리하는 길이다.

지난 20일 아사 지역을 출발해 농지 사잇길을 따라 3㎞ 남짓 걸었다. 마을 농산물 직판장으로 쓰는 건물이 보인다. 마침 11m 높이로 암벽에 새긴 마애불이 있는 인근 절 후코지(普光寺)에서 잡초 베기를 마치고 돌아오던 마을 관광협회 이사 아사쿠라 히데야스씨를 만났다. 오전 10시도 안 된 시간이지만 굳이 야키소바(볶음국수)를 먹고 가라고 일행을 붙잡는다. "다른 올레 여행객들도 미리 연락만 해주면 식사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대가 높아 초여름 날씨인데도 바람이 선선하다.

후코지는 불당 한쪽에 피아노를 두고 예불을 피아노 연주로 대신하도록 해 일명 '피아노 절'이다. 6세기에 창건돼 역사가 오랜 이 절은 백제와 인연이 있다. 한반도로 건너간 규슈 무인의 아들이 백제에 귀화해 높은 관직까지 받고 살다가 일왕의 요청으로 일본으로 돌아가서 만든 절이다. 일본 국가 지정 사적인 오카 성터와 성하 마을에서는 일본 전통문화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규슈의 관문인 후쿠오카(福岡)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다케오 코스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올레.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5월까지 석 달 동안 다녀간 한국 관광객이 벌써 600명으로 네 코스 중 가장 많다. 코스 초반부에 있는 절인 기묘지(貴明寺)의 차 대접이나 3분 좌선 체험이 인상적이다. 다케오 코스는 시를 가로질러 공원이나 산을 걷는 것이어서 트레킹의 매력은 크지 않다. 하지만 보습력이 탁월해 1,300년 전부터 미인 온천으로 유명한 다케오 온천이 그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수령 1,000년이 넘는 다케오 신사 내 녹나무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영험스럽다.

아마쿠사ㆍ이와지마, 이부스키 코스는 모두 바다를 끼고 있다. 이와지마는 일대가 과거 천주교 박해 지역이었다는 역사를 알고 걸으면 왠지 낯선 땅 같지 않다. 일본 최남단 무인역 등이 추억에 남을 만한 이부스키 코스 주변 바다를 보고 제주올레 관계자는 "서귀포 앞바다 같이 아늑하다"고 말했다.

규슈 올레 코스와 특징

●오쿠분고 코스(오이타현)

11.8㎞/ 4, 5시간/ 난이도 중

걷는 맛★★★ 주민과 교류★★★ 문화ㆍ역사 체험★★ 온천 등 휴양★★

아사지역→유자쿠 공원→후코지(절)→논ㆍ밭길→소가와 주상절리→오카 산성터→치카도구치→다키 렌타로 기념관→16 나한상→분고다케타역

●다케오 코스(사가현)

14.5㎞/ 약 4시간/ 난이도 중

걷는 맛★★ 주민과 교류★★ 문화ㆍ역사 체험★★ 온천 등 휴양★★★

다케오온천역→다케오가와→시라이와 체육공원→기묘지(절)→이케노우치 호수→등산로(A코스) 257계단(B코스) →다케오시 문화회관→다케오 신사 녹나무→쓰카사키 녹나무→다케오시청→나가사키 가도→사쿠라야마 공원→다케오온천 누문

●아마쿠사ㆍ이와지마 코스(구마모토현)

12.3㎞/ 4, 5시간/ 난이도 중상

걷는 맛★★ 주민과 교류★ 문화ㆍ역사 체험★ 온천 등 휴양★★

센자키 버스정류장→센자키고분군→조조어항→감귤밭→이와사쿠라ㆍ꽃 공원→다카야마(산) →소토우라 자연해안→해안 길→산길→시모야마(산) →시모야마 마을→센조쿠 버스정류장→센조쿠 천만궁(신사)

●이부스키 코스(가고시마현)

20.4㎞/ 5, 6시간/ 난이도 하

걷는 맛★★ 주민과 교류★ 문화ㆍ역사 체험★ 온천 등 휴양★★

니시오야마 역→나가사키바나 등대→나가사키바나 곶→나가사키바나 해안→소나무숲→가와지리 해안→가와지리 어항→가이몬 산록 허브원→히가시가이몬 역→가가미이케(연못) →히라키키 신사→가이몬 역

규슈=글ㆍ사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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