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신불자 전락한 하우스푸어] 조여오는 원리금 폭탄 감당 못해.. 아파트 속속 경매로
국내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의 기형적인 구조로 탄생한 하우스푸어(소득 중 주택관련 금융비용의 비중이 높은 사람들). 주택담보대출자의 6명 중 1명은 하우스푸어라는 조사 결과도 있지만, 그동안 하우스푸어 문제는 사실상 '그들만의 문제'로 치부했던 것이 사실이다.
수도권 30~40대 중산층 계층에 집중된 하우스푸어들은 절반은 위화감에, 또 절반은 정책적 무관심 속에 방치돼왔다.
하지만 지난 2006~2007년 부동산 시장 과열이 최고조에 달할 때 거품 대열에 앞다퉈 뛰어들었던 하우스푸어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최근 한계 상황에 도달하고 있다. 연간 4,000만~5,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을 벌어도 다중채무자나 '준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는 하우스푸어 사례가 속출하며 이들이 금융권의 부실 덩어리로 떠오르고 있다.
뾰족한 대안도 없다. 시중 금융계는 물론 금융당국에서조차 "(하우스푸어들을 위한) 탈출구가 사실상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는 지경이다.
◇고사 지경에 놓인 하우스푸어= 지난 2006~2007년을 전후로 3~5년 거치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샀던 하우스푸어들이 원금 상환시기가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채무 상환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올 들어 신용회복위원회에 월소득 300만원을 초과하는 중산층 계층의 사전 채무조정제도(프리 워크아웃) 신청 숫자가 지난 1ㆍ4분기 기준 150건으로 전년 동기(68명) 대비 120% 증가했다.
금융권에 3개월 이상을 연체해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한 월소득 300만원 초과자 중 워크아웃을 신청한 숫자도 지난해 94명에서 올해 1ㆍ4분기 127명으로 35% 증가했다.
신복위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어려움을 겪다 신복위 문을 두드리는 고소득 계층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을 못 이겨 담보(주택) 물건이 법원 경매로 넘어간 사례도 올 들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금융권의 법원 경매 청구금액이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 보유한 수도권 주택담보물건이 부실화돼 법원에 경매를 청구한 금액이 지난 3월 2,0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8년이후 최고 수치로 지난 4월에도 1,972억원으로 조사됐다. 경매청구건수 역시 지난 3월과 4월 각각 678건과 627건을 기록했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경매개시결정이 내려 진 뒤 최초 경매가 진행되기까지 통상 5~6개월 이상 소요되는 시차가 존재한다"며 "올 들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 하반기 경매 물건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조여오는 원리금 폭탄=최근 하우스푸어들은 소득이나 자산 대비 무리한 '베팅'으로 주택 장만에 뛰어들었다가 빚더미에 깔려 허우덕 거리는 형국이지만 이들을 위한 대안 조차 마땅히 없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돼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부실 위험에 놓인 주택담보 물건을 소화하는 것이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며 이마저 여의치 않다.
집값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주택거래마저 중단되니 하우스푸어들이 손절매로 주택을 처분하려 해도 방도가 없다.
실제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2006년 14만1,812건을 점정으로 지난해 6만3,622건으로 반토막 이상 오그라들었다. 올 들어서는 지난 4월 현재 1만3,349건으로 현재 추이대로라면 전년 대비 30%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주택 가격 하락세는 겉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지난 2006년 연 평균 31%까지 치솟았던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2010년 이후 현재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담보여력이 있거나 그나마 신용도가 5등급 이상인 하우스푸어들은 거치 기간 종료 시점과 맞물려 타 은행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타며 임시 방편으로 원금 상환시기를 연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하우스푸어들은 앉은 채로 원리금 폭탄을 두들겨 맞고 있는 실정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수도권의 경우 2008년 초 대비 주택 가격이 30~40% 가량 하락한 곳도 있어 매수세가 장기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며 "금융권에서 원리금 거치 기간을 연장해주는 등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하우스푸어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제도적으로도 하우스푸어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재 금융계에서는 바꿔드림론이나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의 전환대출 상품을 운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신용등급 6~10등급에 연소득 4,000만원 이하로 대상을 제한하고 있어 고소득 다중채무자는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최근 금융당국에서도 중산층에 집중된 하우스푸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서민금융상품의 기준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고는 있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실에서 31일 서민금융상품의 자격 기준 변경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그 동안 알려졌던 것에 비하면 수혜 대상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서민금융상품의 대상을 확대할 경우 역풍을 (금융당국에서)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하우스푸어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금융계 조차 동반 부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유미기자 yiu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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