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집값 떨어지자 準신불자로
정호연(39)씨는 굴지의 대기업에서 매달 400만원이 넘는 임금을 받는 고소득 직장인이다. 하지만 다달이 불어나는 빚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지난 2008년 초 무리하게 주택담보대출 2억원을 끼고 수도권에 아파트를 구입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금융위기를 전후로 집값은 곤두박질친 반면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지난해부터는 3년 거치기간이 끝나 원금까지 갚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매달 200만원에 이르는 원리금 상환에 두 자녀 양육비와 생활비를 빼면 살림은 마이너스가 되곤 했다. 그는 결국 2금융권에까지 손을 뻗쳐 신용대출로만 1억2,000만원의 빚을 냈고 '준신용불량자'라 할 수 있는 다중채무자가 됐다. 정씨는 "급하게 집을 팔려 해도 팔리지 않고 채무상환은 임계점을 넘었다"고 토로했다.
계속되는 부동산 침체가 소득 대부분을 주택 금융비용으로 지불하는 '하우스푸어'들을 고통의 터널로 몰아 넣고 있다. 2006~2007년 부동산 경기가 꼭짓점에 올라설 당시 담보대출로 집을 구매했던 하우스푸어들이 준신불자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용회복위원회에 사전채무조정제도(프리워크아웃)를 이용하는 다중채무자 중 월소득 300만원 이상 고소득 계층이 지난해 407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213명) 대비 90% 넘게 증가한 수치다. 프리워크아웃은 연체 30일 이상인 경우로 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하기 전 채무를 조정하는 제도다. 올 들어서도 급증세는 이어지고 있다. 1ㆍ4분기에만도 150명의 고소득자가 신청, 전년동기(68명) 대비 120% 급증했다.
신복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고소득 계층 중 사업실패나 실직으로 신청했지만 최근에는 채무부담을 이기지 못하는 하우스푸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우스푸어들이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원리금 상환을 견디지 못한 하우스푸어의 경매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3월 수도권 주택의 경매청구는 2008년 이후 최고인 2,025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하우스푸어들이 부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타격을 불러온다"고 전제한 뒤 "고소득 다중채무자들은 소득이 높아 제도적으로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미기자 yiu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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