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맛' 칸 기립박수 7분, 예의인가 수상신호인가

김정환 2012. 5. 2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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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뉴시스】김정환 기자 =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돈의 맛'이 26일(현지시간) 밤 9시15분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레드카펫과 프리미어 스크리닝을 열었다.

남자는 검은 턱시도와 보타이, 여자는은 드레스(치마정장 포함)라는 드레스 코드에 맞춰 한껏 멋을 낸 채 극장 앞에 도열해 있던 관객들 위로 밤 9시께부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배우와 감독의 전유물인 국내 영화제와 달리 칸은 관객이 먼저 레드카펫을 밟고 영화관으로 들어선 뒤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따라 상영관 안으로 들어오게 돼있다. 관객보다 감독과 배우를 존중하는 방식이기는 하나 관객도 레드카펫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을 특기할 만하다.

이날도 처음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된 많은 관객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즐겁게 입장했다. 특히 한국의 허진호(49) 감독이 연출한 중국 영화 '위험한 관계'에서 장동건(40)과 호흡을 맞춘 중국 여배우 장바이즈(32)가 관객 자격으로 다른 관객들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아 호응을 얻었다.

관객들이 상영관 안에 모두 들어서자 스크린에 레드카펫 상황이 비쳐졌다. 검정 턱시도 차림의 임상수(50) 감독, 백윤식(65), 김강우(34)와 원숙미 넘치는 검은 슬리브리스 드레스를 입은 윤여정(65), 금색 튜브톱 드레스로 우아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과시한 김효진(28) 등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레드카펫 위를 걸어 상영관으로 입장했다. 2400석 실내를 거의 다 채운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이들을 맞았다.

이윽고 영화가 시작됐다. 출품작 중에는 자국 내 상영작과 다른 버전도 있다. 하지만 '돈의 맛'은 국내 극장가에 걸린 그 버전 그대로 선보였다. 임 감독의 말대로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버전이 가장 훌륭한 버전"이기 때문이다.

객석 반응은 뜨거웠다. 한국 최고재벌 '백금옥'(윤여정)이 '주영작'(김강우)의 몸을 더듬으면서 행복해하는 모습과 그런 백금옥에게 분노하면서도 비서라는 신분 때문에 참아야만 하는 영작의 표정이 대비되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필리핀 하녀 '에바'(마우이 테일러)가 '윤 회장'(백윤식)의 사랑을 받는 것이 발각된 뒤 '백금옥'의 수영장에서 죽은 채 둥둥 떠있는 모습으로 등장할 때는 여기저기에서 안타까워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영작이 괴한들에 의해 납치된 뒤 얼굴에 비닐봉지가 씌워진 채 죽음의 고통에서 몸부림치는 장면에서는 객석도 쥐죽은 것처럼 조용해지며 몰입했다.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면서 푹 빠져들게 만든 120여분이 지난 뒤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박수가 3분 가까이 이어질 무렵 상영관 안에 불이 켜졌다. 모든 관객이 일어나 감독과 배우들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객석 중앙에 앉아 있던 임 감독, 배우와 공동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손광익 대표, 공동배급사 시너지 김원국 대표 등은 서로 악수하며 기쁨을 나눴다. 임 감독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주위의 외국 영화계 인사들과 손을 잡기도 하고 1, 2층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기립박수는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부터 임 감독 등이 퇴장한 이후에도 끝날 줄 몰랐다. 배급사 측은 "총 7분 동안 박수가 나왔다"고 밝혔다. 기립박수는 칸 영화제의 전통이지만 대부분 5분 가량으로 7분은 비교적 긴 편에 속한다. 2010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임 감독의 '하녀'는 5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전날 각국 기자 초청 시사에 이어 이날 프리미어 스크리닝을 마치면서 외신들도 "임 감독의 최신작에는 그의 전작에서 보여졌던 스타일과 광채가 있고, 극적으로 화려한 세트와 훌륭한 촬영, 빠른 액션과 스타 파워가 있는 많은 한국 배우들이 있다"(스크린), "임 감독은 상위층의 타락과 부패를 조롱하는 것 이상으로 보여줬다"(버라이어티) 등 반응을 내놓았다.

'돈의 맛'은 경쟁부문 진출작 22편 중 가장 마지막으로 공식 행사를 가졌다. 배급사 측은 이를 수상 가능성으로 해석하고 있다. 27일 폐막식에서 판가름난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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