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골프 이야기>버디뒤 연이어 '사이클링 버디'.. "들어나 봤수?"

최명식기자 2012. 5. 2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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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수 금호아시아나그룹 고문

골프 구력 30년 된 오남수(64) 금호아시아나그룹 고문은 자랑할 만한 골프 기록이 꽤 있다. 그중 하나가 이름도 생소한 '크라운(Crown) 버디'다. 크라운 버디란 '사이클링 버디'에다 앞뒤 홀 버디를 추가한 4개홀 연속 버디를 말한다. 그는 지난해 가을 경기 용인의 아시아나골프장 서코스에서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 골프장에서 지금까지 나온 크라운 버디는 그를 포함해 딱 두 차례밖에 없다. 그는 이 코스 10번홀(파4) 버디를 시작으로 11번홀(파4)-12번홀(파5)-13번홀(파3)에서 잇달아 버디를 기록했다.

그는 1981년부터 5년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지사 근무 시절 골프를 배웠다. 당시 국내에서는 30대 초반 샐러리맨이 골프 칠 형편도 안됐지만 미국에서는 가능했다. 이때 페블비치골프장이나 스파이힐그래스 등 인근의 명문 골프장을 부지런히 다녔다. 귀국한 뒤 승진(차장)했지만 눈치가 보여 드러내 놓고 골프를 칠 수 없었다.

그러나 미8군 출입증을 가진 친구 덕에 한 달에 한 번씩 '더치 페이'로 라운드를 할 수 있었다. 그것도 잠시, 곧 런던으로 발령받고 다시 주재원 생활을 했다. 몇 년을 영국에 머물겠거니 생각하고 느긋하게 지내던 어느 날 서울로 다시 발령이 났다며 보름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새로 출범하는 아시아나항공으로 발령났던 것. 그는 골퍼들의 '로망'이던 세인트앤드루스에 가기로 마음먹고 친하게 지내던 다른 회사 주재원들과 송별회를 하기로 했다. 일행은 골프채를 들고 런던에서 금요일 밤 기차를 타고 세인트앤드루스로 향했다.

다음 날 올드코스는 예약이 꽉 차 일요일 오전에 치기로 하고 토요일은 그랜이글스 킹스골프장에서 쳤다. 현지인 캐디를 고용해 올드코스 마지막 팀인 오전 11시부터 라운드를 했다. 그는 유능한 캐디 덕에 올드코스에서 7오버파 79타를 쳤다. 말로만 듣던 항아리 벙커에는 딱 한 번 빠졌다. 14번홀에서 그 유명한 '헬벙커'에 빠져 더블보기를 범했다. 전반을 3오버파로 마쳤다. 지금도 그때 친 스코어카드는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인터뷰 중 그가 "롱홀과 쇼트홀의 어원을 아세요"라며 뜬금없이 물었다. 올드코스의 스코어카드를 내보이며 이렇게 설명했다. "올드코스에는 매홀 이름이 붙어 있다"며 "8번홀(166야드)이 '쇼트홀', 13번홀(523야드)이 '롱홀'로 이름 붙여진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 롱홀과 쇼트홀의 유래가 됐다는 것이다. '미들홀'은 그 어디에도 어원이 없지만 중간이라는 의미로 편의상 만들어진 이름이라는 것.

아시아나항공 취항으로 그는 골프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 필드에 나갈 시간도 없었다. 그러다 1996년부터 그룹이 운영하는 아시아나골프장 대표로 발령이 났다. 1999년까지 4년 동안 골프장 대표로 근무한 그는 '골프의 또 다른 세상'을 맛보게 됐다. 골프장 경영에 문외한이던 그는 남부, 안양, 남서울골프장 등 인근 명문 골프장 사장들과 유대를 갖기 위해 골프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라운드를 했다.

모임은 주로 골프장이 쉬는 월요일에 돌아가면서 호스트 역할을 했다. 이 모임에서 그는 첫 홀인원을 기록했다. 1998년 6월23일 강원 문막 오크밸리골프장의 정기휴장일이었다. 골프장 대표 6명이 모인 탓에 3명씩 두 팀이 라운드를 하다 '재미가 없다'며 후반부터 두 팀이 합쳐졌다. 그러던 중 파인코스 3번홀(135m)에서 8번 아이언을 잡고 친 그의 공이 핀 앞에 떨어져 구르더니 홀로 들어갔다. 생애 첫 홀인원을 기록하고도 그는 드러내 놓고 자랑할 수 없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체제였고, 평일인 데다 공짜골프(?)까지 쳤기 때문이다. 잔치랄 것도 없이 조용히 지냈다. 얼마 뒤 골프장 사장들을 아시아나골프장으로 초대했고 그래도 모른 척할 수 없어 골프장 직원들에게 떡을 해서 돌렸다. 첫 홀인원을 한 지 정확히 100일 만에 그는 두 번째 홀인원을 작성했다. 아시아나 서코스 13번홀(120m)에서 피칭웨지를 잡고 친 공이 그대로 홀로 들어갔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사업을 하던 친구(조재진)가 때마침 귀국해 급히 만들어진 대학 동창 모임이었다.

그의 부인(윤인성)은 남편의 잇따른 홀인원 소식에 시샘이라도 하듯, 1999년 가을 동코스 11번홀에서 친구들과 라운드에서 첫 홀인원을 한 데 이어 1년도 채 안 돼 2000년 개천절 때 미국에서 온 친구 부부와 라운드 중 서코스 5번홀에서 홀인원을 했다. 부부가 2년반 사이 홀인원을 네 차례나 했다.

그는 홀인원 하면 '재수 좋다'는 말을 실감했다. IMF체제 때 남들은 구조조정 대상이었지만 자신은 승진했다. 골프장 상무로 갔다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그룹의 '재무통'이었던 그는 2000년부터 2009년 말까지 전략경영본부 사장으로 10년 동안 최장수 근무기록을 세웠다. 그는 201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몇 해 전 박삼구 회장이 주재하는 그룹 사장단 회의 때 우연히 홀인원 얘기가 화제가 됐고, 그때 확인한 결과 그룹 내에서 홀인원을 두 차례 한 인사는 박 회장과 자신밖에 없었다고 기억했다.

공인 핸디캡 9인 그는 베스트스코어인 1오버파 73타를 두 차례 기록했다. 1989년 런던에서, 1998년 아시아나골프장에서 작성했다. 이글은 10여 차례 했다. 한때 퍼시먼드라이버를 사용해 490야드 파5홀을 2온시켰고, 요즘은 평균 230야드 정도 보낸다.

글 = 최명식 기자 mschoi@, 사진 =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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