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악 투어] "호수에서 카약 타며 인생의 여유 즐겨라!"

글·김기환 기자 2012. 5. 2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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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만발한 일본 최대 호수 비와호 유람

↑ [월간산]바다처럼 넓은 비와호 변의 만개한 벚꽃과 카약들.

날이 풀리면서 한낮의 햇볕이 뜨겁다. 아웃도어 활동에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특히 수상스포츠 마니아들은 정말 눈이 빠지게 이 봄을 기다려왔다. 아무래도 날이 풀려야 물에서 놀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아직 물속에 들어가는 것은 무리지만 이제 카약이나 요트로 즐기는 뱃놀이는 가능해졌다.

이달에는 일본의 카약 동호인들과 함께 비와호(琵琶湖) 봄꽃 구경에 나섰다. 이 행사는 일본 후지타카누(Fujitacanoe)가 주최하는 정기 투어로 매년 벚꽃이 만개할 즈음 비와호에서 열린다. 연분홍으로 물든 호숫가의 벚꽃을 감상하며 카약을 즐기기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본 시가현(滋賀縣) 중앙부에 자리하고 있는 비와호는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다. 면적은 670㎢로 서울시보다 넓고, 남북으로 길쭉한 형태의 자연 담수호로 최대수심은 103.6m에 달한다. 주변을 산이 둘러싸고 있지만 호수 가운데 들어서면 수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한 곳이다.

투어는 4월 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비와호 서안의 경관이 좋은 곳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호수 전체를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구간별 릴레이 투어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1박2일로 카약을 타면 캠핑을 겸하곤 한다. 하지만 아직은 날씨가 추워 근처의 숙소를 이용했다.

'호수가 아니고 바다야!'

첫날은 오미하치만시(近江八幡市)에서 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호숫가에서 투어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하안을 따라 큐카무라 오미하치만(休暇村近江八幡)까지 북상하는 약 10km 구간을 탔다.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지만 호수를 따라 펼쳐지는 자연풍광이 아름다워 눈이 심심할 틈이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날씨가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다.

↑ [월간산]4월의 비와호에서는 벚꽃과 눈 쌓인 높은 산들이 조망된다.

밤사이 내리던 비는 잦아들었지만 바람이 불며 수면이 거칠어졌다. 세찬 파도가 호숫가에 부딪히며 부서지는 모습이 영락없는 우리나라의 서해안이었다. 시작부터 상황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마냥 호수가 잔잔해지기만을 기다릴 수 없었다. 파도에 적응하며 패들링을 시작했다.

출발 시각이 오전 10시를 넘겼는데도 여전히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했다. 호숫가의 인공섬 뒤로 숨어서 앞으로 나아갔다. 나무를 심어 둔 섬 안쪽의 호수는 잔잔해 편안하게 패들링이 가능했다. 하지만 섬 옆으로 빠져나와 조메이지(長命寺)까지 가는 구간이 문제였다. 거친 파도와 바람을 그대로 정면으로 거슬러야 했기 때문이다.

작은 절인 조메이지 앞의 모래톱에 배를 세웠다. 절 앞 공터에는 흐드러지게 꽃이 핀 커다란 벚나무가 서 있었다. 일행들은 자리를 펴고 앉아 준비한 도시락을 꺼냈다. 벚꽃이 파라솔처럼 펼쳐진 나무 밑에서 즐기는 식사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렇게 특별한 장소를 찾아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카약만의 즐거움이다.

바람과 삼각파도에 맞서며 고생

점심을 먹는 사이 파란 하늘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햇살이 호수 위로 쏟아지자 파도가 고기비늘처럼 튀어 올랐다. 식사를 마친 뒤 북쪽으로 투어를 계속했다. 잠시 뒤 호숫가의 전망 좋은 카페가 있는 곳에 배를 세웠다. 주말을 맞아 꽃구경을 나온 상춘객이 물가에 바글거렸다. 카페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벚꽃을 구경한 뒤 다시 호수로 뛰어들었다.

↑ [월간산]비와호 위치도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은 청명해졌지만 바람은 거칠었다. 카약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 정도로 파도가 험했다. 방향을 잘 못 잡으면 배가 전복될 가능성이 컸다. 잔뜩 긴장한 상태로 계속 패들을 저어야 했다. 너무 힘들어 잠시 호숫가에 배를 대고 휴식시간을 가졌다.

한참을 그곳에서 기다렸지만 후미에 처진 카약이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선두가 먼저 목적지인 큐카무라로 이동하기로 했다. 만(灣)으로 들어가니 파도가 더욱 심해졌다. 이제는 생존게임이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배가 돌아가며 파도에 휩쓸렸다. 호숫가를 향해 온 힘을 다해 패들링을 했다. 어찌나 힘을 썼는지 팔뚝이 뻣뻣해질 정도였다.

큐카무라 앞의 모래밭에 도착해 배를 옮기고 있는데 뒤에 처졌던 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나이가 지긋한 부부와 여성들인데 역시 경력이 있어서인지 별 탈 없이 코스를 완주했다. 하지만 그들도 무척 힘든 얼굴이었다. 예상보다 물의 상태가 좋지 않아 고생을 한 것이다.

벚꽃 만발한 호숫가 관조하는 맛

두 번째 날은 비와호 북동쪽의 나가하마(長浜)에서 출발해 히코네(彦根)까지 남하하는 15km 코스에서 투어가 진행됐다. 어제 너무 고생을 한 터라 파도가 세면 투어를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다행히 오늘은 호수가 거울처럼 잔잔했다. 하늘이 먼 곳에서 온 우리를 봐준 모양이다.

↑ [월간산]1 취재진이 나가하마 선착장 앞의 호수에서 패들링을 하고 있다. 2 히코네성의 해자를 따라 들어가고 있는 카약 동호인들.

나가하마선착장은 휴일을 맞아 많은 행락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그곳에서 카약 20대가 동시에 호수로 나아갔다. 오늘 답사하는 구간의 호숫가에는 도로와 집들이 끊이지 않고 나타난다. 하지만 그 주변에 핀 많은 벚꽃을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중간에 보이는 공원이나 선착장에 상륙해 쉬면서 편의시설을 이용하기도 수월했다.

이날 점심은 사카타(坂田) 기차역 근처의 식당을 이용했다. 메뉴는 비와호에서 나는 물고기 요리였다. 발효시킨 붕어회와 식초와 간장을 가미한 민물고기 요리는 별미였다. 이렇게 지역 특산물을 맛보고 즐기는 것 또한 카약 투어의 기쁨 가운데 하나다. 카약을 빌리고 점심을 제공하는 모든 비용이 행사 참가비에 포함되어 있다.

일본 카약 동호인들의 투어 방식은 여유 있게 즐기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카약을 탈 때도 40~50분 남짓 패들링한 뒤 30분 이상 휴식을 취하며 투어를 진행했다. 일본 사람들답게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무리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그들의 방식이 옳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로에서 타는 카약도 흥미로워

이날 일정은 비와호와 연결된 히코네성(彦根城) 해자(垓字)를 돌아보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좁은 수로에서 타는 카약은 호수와는 다른 아기자기함이 특징이다. 정박한 요트와 보트 옆을 지나 시가지 사이로 파고 든 물길을 따라 들어갔다. 빼곡하게 건물이 들어서 있는 도심을 구경하는 느낌은 확실히 남달랐다. 벚꽃이 만발한 수로 주변은 봄기운이 가득했다.

↑ [월간산]배를 끌고 비와호로 향하는 일본 카약 동호인.

히코네성의 해자는 중심부의 성곽을 이중으로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일본 전통 성곽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물길을 따라 들어가며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낚시를 하거나 꽃놀이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낚시꾼들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조용히 배를 저어 안쪽 해자로 들어섰다. 성곽이 정면에 보이는 다리를 지나니 부유물 유입을 막으려 수상 울타리가 쳐 있었다. 더 이상 해자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쉽지만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카약 투어를 마무리했다.

일본 카약 동호인들과 함께한 이번 비와호 투어는 그들의 아웃도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카약을 타며 자연을 즐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카약은 바쁘게 사는 도시인에게 훌륭한 휴식의 도구 역할을 했다. 우리도 그들처럼 여유를 즐기며 세상을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비와호 찾아가는 길

서울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에서 운항하는 일본 오사카행 항공편을 이용한다.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에서 오사카역까지 전철이나 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공항에서 오사카역까지 공항리무진을 이용할 경우 성인 1,500엔(편도).

↑ [월간산]1 히코네성이 보이는 수로에 모인 일본 카약 동호인들. 2 새로 구입한 카약의 진수식을 하고 있는 동호인들.

오사카역에서 JR 열차를 이용해 교토를 거쳐 비와호 근처인 시가현의 오미하치만시(近江八幡市)나 히코네시(彦根市), 나가하마시(長浜市) 등지로 이동한다. 오사카에서 히코네시까지 운행하는 신쾌속선 열차도 있으나 보통열차를 타면 1~2회 환승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오사카에서 히코네까지 갈 경우 운임 1,890엔(편도). 역에서 호숫가까지 도보나 택시를 이용해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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