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조중동이 차라리 나았다고?

2012. 5. 2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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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토록 아찔한 경성… 우리의 근대화 속에, '일본은 없다'

[미디어오늘 정상근 기자]"채플린이 이런 말을 했어요.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고요,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관해서는 거꾸로 된 측면이 있습니다. 롱 테이크로 보면 비극적이고 암울한 시대였는데, 일상생활은 희극적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비극과는 다릅니다.(중략) 당시의 그런 일상생활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미시사나 광고 아닌가 생각됩니다."(56p)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까지, 이른바 '근대사'로 불리는 영역은 한국인들에게 다소 치욕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본에 의해 식민지 생활을 겪었고 그때의 상처와 아픔은 어느덧 일천회를 훌쩍 넘은 수요집회가 상징하듯,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그 아픔만큼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 또한 우리가 근대사를 대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 암울한 시기, 우리에게 근대사는 그냥 그렇게 지워버리고픈, 아니 이미 지워진 역사일까? 그 시대를 관통해 살아왔던 불과 2~3세대 전의 사람들은 그 당시를 어떻게 살아왔을까? OBS가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 간 방송했던 특별기획 <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 > 는 바로 이 잊혀진 역사를 찾았다.

이 프로그램은 여느 근대사 강의처럼 우리가 이렇게 일본에 '의해' 고통 받고, 일본에 '맞서' 싸운, 그런 강의는 아니었다. 어디에 피동적인 객체가 아니라 우리 민중 스스로의 주체로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우리에게 근대사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어보는 특강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책으로 나왔다. < 이토록 아찔한 경성 > (한성환 엮음, 꿈결)이 그것이다.

이 책은 <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 > 에서 전문가들이 강의한 생생한 내용을 선별하여 글로 옮겼다. 여기에 사회자이자 인문학자 남경태와 발제자들의 대담을 다룬 '역사토크-만약에'를 추가해 책의 무게감을 더한다. 맨 위에 언급한 말도 남경태의 말로, 이 책의 성격을 어느 정도 드러낸다.

책의 키워드는 '광고', '대중음악', '사법제도', '문화재', '미디어', '철도' 등 6개이다. 이 주제를 통해 어두운 근대사에도 도도히 흘러왔던 민중의 삶을 찾고 기록한다. 책을 보다보면 일제 강점기에도 신문에 광고가 있었고, 그 광고의 기법도 매우 세련되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으며 '트로트'라는 독특한 장르의 대중음악이 어떻게 이 땅에 뿌리내리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김인회 교수의 '사법제도' 강의를 통해 일본순사가 그 시대 왜 그렇게 미움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고, 한 유지가 일본에 맞서 어떻게 우리의 문화재를 확보하고 지켜왔는지, 그 한 개인의 치열하고 처절한 싸움을 볼 수 있다. 또한 '철도'라는 테마를 통해 조선인들의 눈물과 고통으로 부설한 철도가 당시 조선인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소개한다.

▲ 책 표지

관심가는 것은 최영묵 교수의 '미디어' 강의다. 국내에서 미디어가 어떤 형태로 등장하였는지, 왜 근대신문이 권력을 끼고 생기고 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당시의 조중동 시대에 비해 지금의 조중동 시대가 얼마나 질 떨어지는지, 그렇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통하는 것은 근대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이다. 혹자는 일본이 우리의 근대화를 '이식'했다고 말하고, 혹자는 우리 나름의 근대화가 있었다며 반박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의 근대를 보고 싶지 않아하고 숨기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몇가지 키워드를 통해 이미 우리 안의 근대화는 진행되고 있음을 고증하고 그것은 누구에 의한 것도 아닌 민중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우리와 친숙한 키워드로 이루어진 책인 만큼 가깝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OBS 김종오 대표이사는 이 책의 머리말을 통해 "프로그램과 책, 영상과 활자를 통해 자각하는 것은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아직도 우리가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뿐'"이라며 "역사는 미래를 향해 흘러가는 체험으로 <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 > 가 그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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