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반티' 열풍에 동대문시장 '즐거운 비명'

2012. 5. 21.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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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5월만 같아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형제레포츠 사무실에서 16일 직원들이 반티를 제작하고 있다. 직원들이 입고 있는 야구복, 환자복은 요즘 인기 아이템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각급 학교의 운동회 시즌을 맞아 중고등학교에서 '반티' 열풍이 불고 있다. 반티란 '반(班) 티셔츠'의 줄임말로 같은 반 학생들끼리 맞춰 입는 단체복이다. 디자인도 야구복, 환자복, 유행어 '고뤠∼?'가 적혀 있는 티셔츠 등 다양해지고 있다.

○ 야구복, '고뤠'… 반티에도 유행 있다

반티 디자인은 최신 유행을 민감하게 반영한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디자인은 야구 유니폼을 본뜬 티셔츠다. 연간 관중 700만 명 시대 개막을 앞둔 프로야구의 인기가 교실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인기 개그맨 김준현 씨의 캐리커처와 김 씨가 '개그콘서트'에서 퍼뜨린 유행어 '고뤠∼?'를 새겨 넣은 티셔츠도 인기다.

환자복이나 호피무늬 옷, 의사 가운 모양 등 특이한 디자인의 반티를 찾는 경우도 많다. 반티 주문제작 업체인 형제레포츠 고병준 사장은 "2009년 걸그룹 멤버들이 농촌 체험을 하는 '청춘불패'가 방영된 이후 몸뻬 바지와 밀짚모자를 찾는 학생들이 부쩍 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티 유행은 동대문시장이 주도하고 있다. 이곳의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이 상·하의를 합한 한 벌 가격을 2만5000원 안팎으로 낮추면서 동시에 최신 디자인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길 원하는 어린 학생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킨 덕분이다.

반티 열풍 덕분에 동대문시장의 단체복 주문·생산 업체들은 운동회 시즌인 5월과 10월 두 달 동안의 매출이 연간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하루 주문량이 실제로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의 3∼4배로 뛰고 있다"며 "하루에 7000∼8000장의 티셔츠를 만드느라 열흘째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교복 문화와 불안한 심리의 결과물

패션업계는 반티의 인기가 교복 문화와 인터넷에서 비롯했다고 보고 있다. 교복 세대에게는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 팀워크를 다지는 일이 낯설지 않은 데다, 다른 학생들이 인터넷에 올린 반티를 입고 찍은 단체사진을 보며 모방심리와 경쟁심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직접 시장을 찾아다녀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으로 쉽게 반티를 주문할 수 있게 된 것도 반티 인기에 불을 지폈다.

일부에서는 반티가 청소년들의 불안심리를 내비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학생들은 학원에 매여 개성을 추구할 여유가 없는 승자독식 사회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반티는 그런 가운데 소속감을 찾고자 하는 학생들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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