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恩師)' 주례 줄고 '업체' 주례 늘어난다..비용 절감·절차 간소가 원인

2012. 5. 1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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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오는 6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부 김현진(30ㆍ가명)씨. 김씨는 지난 주말, 주례를 맡아줄 신랑의 은사를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감사의 표시로 고급 브랜드 넥타이도 선물로 드렸다. 신랑이 대학원 시절 2년간 조교로 일하며 모시던 교수님이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이날 식사비와 넥타이 값으로 지출된 비용은 모두 23만원.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예식 전에 30만~40만원 수준의 양복을 선물하고 예식 후 사례비로 현금 20만원을 드릴 예정이다. 김씨는 "은사가 주례를 맡아주셔서 기쁘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이래저래 신경쓸 일도 많아 부담이 되긴 한다"고 털어놨다.

오는 9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랑 이정훈(31ㆍ가명)씨는 최근 신부와 양측 부모님을 설득해 전문 업체에 주례를 의뢰하기로 했다. 고교 담임 선생님이나 양가 부모님의 지인에게 주례를 맡길 의향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왕래가 없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주례를 부탁하는 절차가 번거로워 이내 생각을 접었다. 이씨는 "주례전문업체 몇 군데를 알아보니 인기가 좋은 주례 선생님도 20만원 정도면 모실 수 있더라. 업체에 의뢰하면 주례 내용이나 시간도 내가 원하는대로 요구가 가능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 업체에 주례를 의뢰하는 젊은 신랑신부가 늘어나고 있다. 존경하는 지인이나 학창시절 은사에게 주례를 맡기던 전통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유는 예비 부부들이 주례 비용 절감과 절차 간소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김씨와 이씨의 사례를 비교해보면 주례 비용에서만 50여만원이 차이가 난다. 대학원 시절 은사에게 주례를 맡긴 김씨의 경우 사례비와 각종 선물 등의 총비용이 70만~80만원 수준인데 반해 이씨는 사례비 20만원이 전부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16일 서울 시내 주례 전문 업체 4곳을 취재한 결과 오는 7월까지 주말 주요 시간대(오전 11시~오후 2시)는 대부분 예약이 만료된 상태였다. 업체별로 인기가 많은 일부 주례 선생님의 경우는 내년 3월 일정까지 잡혀있는 경우도 있었다. 평균 비용은 15만~20만원 정도. 일부 업체에서는 10만원 정도에도 계약이 가능했다. 일명 '주례 공동구매'를 통할 경우 8만원에 계약이 가능한 곳도 잇었다.

교수, 전직 최고경영자(CEO), 언론인 등 50여명의 주례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A주례업체의 경우 지난 1일부터 현재까지 2주동안 접수된 주례 상담건만 50여건에 달했다.

A업체 관계자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상담을 받고 있다. 대부분 예식 두달 전까지는 예약을 해야 원하는 주례 선생님을 모실 수 있다. 인기가 많은 선생님의 경우는 가능하면 빨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B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제휴 업체나 웨딩플래너들이 미리 예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인기가 많은 주례의 경우는 내년 초까지 주말 주요 시간대에는 예약이 불가능했다.

B업체 관계자는 "지인에게 주례를 부탁하게 되면 여러가지 번거로운 절차가 많다보니 아예 처음부터 업체를 찾아오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요즘엔 젊은 신랑 신부보다 양가 부모님들이 먼저 업체 주례를 추천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 해 3월 전문 업체에 교장 출신 주례를 소개받아 사례비 10만원을 지급하고 예식을 치른 은행원 송모(32ㆍ여)씨는 "친구의 소개를 받아 업체에 의뢰를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직접 통화도 하고 예식 당일에는 식 전에 미리 만나서 덕담을 해주기도 하셨다. 주례도 간결하게 해줘서 하객들도 만족했다"고 말했다.

김인옥 한국 웨딩학회장(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은 "서양의 결혼식 문화가 일본을 통해 한국에 유입되면서 주례 문화도 시작됐다. 우리나라 전통 혼례에서 집안 어르신이 담당하던 집매자(사회자)의 역할이 주례로 변화한 것"이라며 "이런 문화로 인해 예전에는 스승에게 주례를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제 관계가 예전처럼 끈끈하지 않다보니 주례 부탁을 하기가 서로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sjp10@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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