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고 다양하게"..'박원순식 임대' 8만 가구
서울시, 2014년까지 공급학생·여성·실버 '맞춤 개발', 시유지·민간 토지 활용…건축비 상승·법령정비 난제
앞으로 서울지역 임대주택의 종류가 크게 다양화되고 건물 디자인, 편의시설 등이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민간 분양주택과 비슷하게 주거 품질을 높이고, 입지도 역세권 등 여건이 양호한 곳을 중심으로 서울 전역에 고루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 대상 계층도 저소득층 일변도에서 신혼부부, 대학생, 독신자, 노년층 등으로 다양해진다.
서울시는 2014년까지 공급할 임대주택 8만가구의 추진계획을 9일 밝히면서 '임대주택=저급주택'이란 등식이 사라질 수 있도록 '희망둥지 만들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원순 시장은 민선5기 오세훈 시장 시절 계획했던 6만가구에 추가로 2만가구 임대주택을 '신개념 맞춤형'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신개념 맞춤주택 연내 1만8000가구
서울시는 2010년 7월부터 작년까지 이미 1만5000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한 데 이어 앞으로 4년간 연평균 2만가구씩 공급할 예정이다. 이 중 올해 물량은 1만8516가구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공공기숙사 장기안심주택 원룸 등으로 임대주택의 종류와 형태가 다양해진다는 점이다. 예컨대 서울시는 천왕동 도시개발지구 내 공공청사 부지의 경우 건물 저층부에 경찰지구대를, 위쪽에는 여성전용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방안을 서울지방경찰청과 협의 중이다. 공릉동 시유지에선 서울여대·광운대·삼육대 등 인접 대학과 지자체, 기업이 공동으로 '저소득 대학생용 공공기숙사'를 선보인다. 올해 처음으로 민간이 짓는 14~20㎡ 크기의 도시형생활주택·원룸도 적극 매입하기로 했다.
임대주택의 편의시설도 맞춤형으로 디자인한다. 신혼부부(신정동 장기전세주택)와 대학생(연남동 대학생 공공원룸)이 주로 거주하는 임대주택에는 공공보육시설과 독서실을, 독신자나 노년층 1~2인용 임대주택(문정동 공공원룸)에는 공동 세탁실을 우선 설치하는 식이다.
임대주택의 품질 및 거주환경 향상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또 분양·임대주택 혼합단지에선 자재와 마감재를 분양주택과 똑같이 하고, 출입구와 주차장·편의시설 등도 분리하지 못하게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임대주택 거주자가 차별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지역별로는 25개 자치구 내 지하철역·복지시설 등이 가까운 곳에 임대주택을 우선 안배하기로 했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을 위해 서울시 4조6000억원, SH공사 1조4800억원 등 11조88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며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SH공사가 2014년까지 2만가구 추가 공급에 부담하는 금액은 2800억원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유지 활용, 주택 크기 줄여
서울시는 예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역세권과 근접한 유수지(장마 등에 대비한 빗물저장시설) 등 미사용 시유지 △임대 가능한 민간토지 등을 다각도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문정·연남·신정·등촌·신내동에 있는 시유지와 수서동의 주차장 부지 등 총 25곳에는 임대주택을 포함한 복합개발 방식이 적용된다. 시는 다음달 공고를 내 임대할 민간토지를 선정, 임대주택을 짓고 임대료를 지급할 계획이다.
주택 크기를 줄여 실속형 소형 주택을 확대하는 데도 신경쓸 방침이다. 당장 85㎡ 초과 규모의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중단하고 85㎡ 이하(60㎡ 이하가 80% 이상)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국민임대주택도 60㎡ 이하로 공급하되 50㎡ 이하(전체의 80% 이상)에 집중한다.
◆실제 공급까지는 과제 적지 않아
그럼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품질 향상에 따른 건축비 상승이 문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대주택에서 빌트인 가구나 시스템 에어컨과 같은 옵션사항까지 일반가구와 동등하게 맞추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임대주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 매입분도 재정비사업 일정이 늦춰질 경우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한강변 유수지에 임대주택을 건설하거나 임대주택을 학교·병원과 같은 공공시설(사회기반시설)로 편입하는 계획도 국토해양부와 논의해 법규정을 바꿔야 한다.
문혜정/이현일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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