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오의 팀' 브레시아의 눈물, 그리고 폭우

2012. 5. 6.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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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이탈리아, 브레시아) 이상철 기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동쪽 방향으로 1시간 동안 완행열차를 타고 가면 도착하는 브레시아. 밀라노와 같은 롬바르디주에 속해 있다. 그러나 여러모로 다른 게 많다. 이탈리아의 경제 수도라고 불릴 정도로 대도시인 밀라노는 항상 어디를 가나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인구가 20만 명도 안 되는 작은 도시인 브레시아는 한적하다. 길거리의 사람들도 조용하기만 하다.

축구도 그렇다. 밀라노를 연고로 하는 AC 밀란과 인터 밀란은 세리에A 최고 명문 클럽이다. 반면, 브레시아는 세리에A 우승 경험이 한 차례도 없는, 별로 볼 게 없는 팀이다. 그나마 2000년대 초반 로베르토 바지오가 현역을 마무리하며 유명세를 탔을 뿐이다.

그렇지만 브레시아 팬의 열성은 뒤처지지 않는다. 홈구장인 마리오 리가몬티는 매우 조용한 브레시아에서도 매우 시끄러운 장소다. 브레시아역에서 북쪽으로 차를 타고 20분여를 달리면 나오는, 지리적으로 시내와 다소 먼 곳에 위치해 있다. 그럼에도 홈경기가 열릴 때마다 열성적인 브레시아 팬들은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친다.

2011-12시즌 바레세와의 세리에B 39라운드 경기가 치러지는 5일 오후(현지시각)에도 많은 팬이 몰렸다. 이번 경기는 그 어느 경기보다 중요했다.

38라운드까지 15승11무12패(승점 56점)로 8위에 올라있는 브레시아는 세리에A 승격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6위와 승점 5점차였다. 1시즌 만에 세리에A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승점을 쌓아 이를 뒤집어야 했다. 반대로 패할 경우, 승격의 꿈이 사실상 무산된다.

브레시아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날인데 날씨는 도움을 주지 않았다. 이날 오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경기 시작 1시간을 앞두고 폭우로 돌변했다. 순식간에 옷이 다 젖었고 제대로 앞을 보고 걷기도 힘들 정도였다. 우산이나 우비도 별 소용이 없었다.

그런 악천후임에도 팬들은 경기장 내 여기저기 모여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줬다. 꼭 이겨 세리에A 승격의 희망을 키우자는 뜻으로.

우려한 대로 그라운드 사정은 엉망이었다. 폭우로 인해 그라운드는 논두렁이 같았다. 선수들은 볼을 제대로 차기도, 제대로 뛰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승점 3점을 따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출발은 산뜻했다. 전반 11분 만에 호나다스의 패스를 받은 엘 카두리가 침투해 들어가 선제 득점을 올렸다. 이후에도 브레시아는 호나다스, 엘 카두리, 로시, 피오바카리가 펼치는 조직적이고 빠른 침투 플레이도 바레세를 몰아붙였다. 이때만 해도 그들이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쓰여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계속 불안하던 수비라인이 무너졌다. 측면이 자주 뚫렸는데 그게 빌미가 돼 전반 43분 동점골을 내줬다. 그러다 후반 31분 수비수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 실점까지 허용했다. 스코어가 뒤집어 졌다. 일순간 경기장에 정적이 흘렀다.

그래도 아직 시간은 남았고 다른 경쟁팀의 상황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브레시아에겐 행운의 여신이 따르지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게 됐다.

브레시아가 날린 슈팅은 골 포스트를 살짝 비켜나갔고 그때마다 관중석에서 탄식이 이어졌다. 여기에 신경이 날카로이 세워져 있는데 주심의 판정까지 마음에 들지 않은 브레시아 팬이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브레시아 선수가 넘어져도 휘슬을 울리지 않았고 종료 직전 피오바카리가 골을 넣었으나 오프사이드로 노 골이 선언됐다.

결국 브레시아의 1-2 패배로 경기는 종료됐다. 중요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승점차를 좁히지 못한 브레시아는 삼프도리아가 하루 뒤에 치르는 레지나와의 홈경기에서 이길 경우, 사실상 승격의 꿈을 접게 된다.

브레시아의 사실상 승격 실패를 하늘도 슬퍼한 것일까. 빗줄기는 좀처럼 그칠 줄을 모르고 천둥 번개까지 쳤다. 궂은 날씨에도 관중석의 브레시아 팬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기립 박수로 온 힘을 쏟은 선수들을 격려했다. 좌절감이 컸을 텐데도 그들은 아쉬운 티를 내진 않았으나 눈가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2,3시간 전에 내렸던 폭우처럼 펑펑 울고 싶은 게 브레시아 팬의 솔직한 심정일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은 툭툭 털어내고 경기장을 빠져나간다. 발걸음이 그리 무겁진 않다. 선수들도 다르지 않다. 아쉬움은 크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다. 올 시즌에는 못 이뤘으나 다음 시즌이나 그 다음 시즌에 이루면 된다는 것이다.

취재 지원= 디아도라(http://www.diadorakorea.com/) [mksports@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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