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투기지역 해제" 소식에 집주인만 두근두근
2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아파트. 1만 가구가 넘는 대규모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이곳에서는 정부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투기지역 해제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K공인중개사무소 이모 대표는 "아침부터 '분위기가 좀 어떻느냐', '사겠다는 사람은 있느냐'고 물어보는 집주인이 5~6명 있었다"면서 "매물을 걷어가거나 가격을 올리겠다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를 포함한 정부의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관련 부처 간 막바지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실상 빈사상태에 빠져 있는 주택시장에 규제 완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강남 등 일부 지역 아파트는 호가(부르는 값)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투기지역 해제, "효과 있겠지만…"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카드는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다. 정부는 강남3구가 이미 투기지역 해제요건을 갖춘 데다 집값 급등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강남3구는 2004년에 투기지역으로 묶인 뒤 전국에서 유일하게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투기지역 해제는 경기 부양책이 아니라 주택 거래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4·11총선'이 여당 승리로 끝난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이 퍼지면서 일부 집주인들이 매도 호가를 올리고 있다. 서울 잠실의 G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잠실주공 5단지는 총선 이후 호가가 평균 5000만~7000만원쯤 뛰었다"면서 "매수세가 붙지 않아 거래는 없지만 집주인들의 기대감은 높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도 호가가 상승세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센터장은 "개포주공 2단지와 3단지는 급매물이 소진됐다"면서 "가격도 평균 2000만~3000만원쯤 올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기지역 해제가 주택 거래 회복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시장을 회복세로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시장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돈이 급해 급매물을 내놓거나 거래 중단으로 고통받는 실수요자에게 숨통을 틔워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실장도 "투기지역을 풀어도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그대로 살아 있어 강남 집값이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강남 집값을 좌우하는 변수는 정부 정책이 아니라 재건축 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박원순 시장에게 달려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고민 깊은 정부, 다른 대책 있나?
시장에서는 투기지역 해제 외에 다른 대책도 동시에 내놔야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세제 부분과 금융분야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주택 수요 기반을 넓힐 수 있도록 DTI 완화와 세제 혜택 확대"라며 "외환위기 당시처럼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 제도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DTI의 경우도 전면 폐지가 어렵다면 실수요자가 집을 살 경우에 한해 DTI 비율을 일부 올려주는 방안을 도입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로 종료된 주택 구입 시 취득세 50% 감면 방안을 부활시키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이웰에셋 이영진 부사장은 "올해 주택 거래 감소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취득세 50% 감면 폐지"라며 "선진국처럼 세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다른 카드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DTI 완화는 가계부채 증가 위험으로 섣불리 손대기 어렵다는 반대론자가 많다. 취득세 감면의 경우 최근 세수 부족이 극심한 지방자치단체의 반대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 등 상당수 대책이 국회 법안 통과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행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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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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