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살얼음'..정부 민간 회복력에 주력
"국내 경기 흐름만 인위적 대폭 개선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정부는 2일 정부중앙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1분기 경제상황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대외 경제여건은 유럽 재정위기와 고유가 때문에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평가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던 경기둔화세가 다소 완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어려운 세계 경제 상황에서 국내 경기 흐름만 인위적으로 대폭 개선하는 건 가능하지 않은 만큼 경기변동성을 키우지 않은 채 민간 회복력을 살리도록 규제 완화 등 여건을 개선하는 데 정부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2012년 1분기 말, 우리 경제의 현주소는
정부는 미국이 고용 개선과 민간소비 증가 등 회복세를 보이고, 중국은 내수확대와 물가 상승세 둔화로 힘을 비축했다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4월 세계 경제성장률을 3.5%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다만, 유로존이 재정 긴축과 은행 디레버리징(부채축소)에 들어가면서 완만한 경기침체는 이어진다고 내다봤다. 유가 상승도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아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스페인 재정위기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프랑스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져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국제유가는 오는 7월 대이란 원유 금수조치가 발효하고 여름철 계절적 수요가 늘면 다시 오를 수 있다.
국내 경기는 올해 1분기 전기보다 0.9% 성장하면서 지난해 하반기의 부진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평가를 했다.
건설투자를 제외한 민간소비, 정부소비, 설비투자, 수출 등 대부분 항목이 증가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대(對) EU, 중국 수출은 주춤했지만 대(對) 미국ㆍ아세안 수출은 양호한 편이다. 고유가 탓에 원자재와 반도체 중심의 자본재 수입은 증가했다.
경상수지는 1월 9억7천만달러 적자였지만 2월 3월 연속 흑자로 돌아섰다.
서비스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어 고용시장엔 훈풍이 불고 있다. 취업자 증가 수는 6개월 연속 40만명을 웃돈다.
물가상승률은 2%대에서 안정됐다. 보육료 지원과 무상급식 확대 등으로 연간 물가상승률이 0.5%포인트 내려갔다. 다만,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8%에 달하고 농산물 수급불안과 공공요금 인상압력 등 곳곳에 불안 요인이 숨어 있다.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말 취득세 감면 혜택이 끝나 여전히 부진하다. 전세금은 지난해보단 상승폭이 다소 둔화했다.
주가는 올해 초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으로 오르다가 지난달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번지면서 하락세다. 금리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역시 하락했다. 환율은 3월 이후 달러화 강세 때문에 오르고 있다.
◇실업과 집값은 어떻게 잡나
정부는 민생문제의 핵심인 물가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먼저 일-성장-복지의 선순환구조를 만들도록 '일하는 복지'와 '맞춤형 복지'라는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4월19일에는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주유소에 인센티브를 주고, 전량 구매 계약을 강요하는 행위를 위법으로 명시하는 내용을 담은 `석유제품시장 경쟁촉진, 유통구조개선방안'이 발표됐다.
석유제품 전자상거래용 수입 물량을 지원하고 석유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완화하도록 삼성토탈을 제5공급사로 참여시킨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이와 같은 방안을 꾸준히 살피며 유가 변동에 주의를 기울일 방침이다.
식탁물가를 잡도록 농축수산물의 수급 조절과 할당관세를 적절히 이용하기로 했다. 공공요금도 안정 기조를 유지한다.
'청년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선정해 청년들은 좋은 중소기업이 어디인지 모르고,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기로 했다.
정부가 선정하는 중소기업은 복리후생, 재무구조, 성장가능성 등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기준이 뛰어난 기업이다.
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서 30대와 중장년층을 타겟으로 한 취업성공패키지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과학기술계 출연기관에는 총액인건비제도를 도입해서 신규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총액인건비 내에서 자유롭게 인력을 채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체납세액 유예를 통해 실패한 기업인 재창업에 나서는 것도 지원키로 했다.
주택거래 정상화를 위해서는 지난해 내놓은 12·7 대책을 빨리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강남 3구 투기과열지구 해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유예 등 재건축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로 하는 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은 집값 급등 시절 만든 부동산 규제를 대폭 풀면서 노무현정부 이후 금기시된 '다주택자'와 '강남 3구' 그리고 '재건축'을 건드렸다는 점이 눈에 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 부과 중지 등이 입법이 지연되면서 시행되지 못한다고 보고 빨리 추진키로 했다.
◇가계부채 연착륙...저축은행 감독 강화한다
정부는 제2금융권의 가계 대출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면서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풀 수 있도록 불법 사금융을 척결하려는 조치다.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에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신용위험 평가를 해 채권 은행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을 상시로 할 계획이다.
국채시장에서는 입찰 단위를 낮춰 개인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외화 예금을 늘려서 자본 유출입으로부터 안전망을 마련한다.
2013년 균형재정을 이루고 2015년부터는 국가채무비율을 30% 미만으로 낮춰서 거시 재정 건전성을 유지키로 했다.
지자체의 낭비성 지출을 억제하고 효율적인 지방 재정운용을 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새로 출범한 중장기전략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조적 관점의 정책 대응력을 키우고, 보육료와 양육 수당을 늘려서 출산과 양육 지원을 강화한다.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중소기업의 금융 환경을 개선한다. 중견기업을 키워서 기업들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도 만든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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