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큰손'..통행료 수입만 하루 15억
[한겨레] 민자사업 혈세 퍼주기
남산타원 운영권 눈독…'못말리는' 맥쿼리
한국 진출 10년만에 운용자산 22조 급성장
틈새시장 공략·민자유치 정부 정책이 주효
주무관청이 일정수준 수익 보전해줘 '날개'
서울 남산 엔서울타워 운영권 매입을 추진 중인 '맥쿼리자산운용㈜'은 오스트레일리아 맥쿼리 그룹의 한국내 자회사 가운데 하나다. 맥쿼리 그룹은 28개국에 70여개의 사무소를 두고 있다. 지난 2000년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맥쿼리는 불과 10여년만에 국내에 인프라펀드·주식파생상품 등 10개의 다양한 금융서비스 업무를 운영하면서 운용자산을 22조원 가까이 늘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 발판이 됐던 게 바로 도로·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투자였다.
국내 인프라투자를 이끌고 있는 회사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다. 맥쿼리인프라의 투자, 자금조달 및 분배 등 실질적인 경영권은 맥쿼리자산운용이 행사한다. 맥쿼리인프라는 각 민자사업별로 투자자를 모집해 펀드를 조성한뒤 이를 사업시행사(특수목적법인)에 투자하는 구조다.
맥쿼리자산운용은 맥쿼리그룹이 국내에 진출할 때 당시 신한금융그룹을 영업 파트너로 삼으면서 신한 쪽이 이 회사의 지분 19.9%을 보유했지만, 올해 2월 이를 매각해 이젠 맥쿼리 그룹의 100% 자회사가 됐다. 이에 따라 회사이름도 '맥쿼리신한자산운용'에서 '맥쿼리자산운용'으로 바뀌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맥쿼리 쪽이 인프라 투자 수익을 우리와 나누다보니 몫이 줄어들게 돼 지분정리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이미 2009년에 결정된 사항이었지만 최근 매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맥쿼리인프라는 한국 최초의 인프라 상장펀드로 지난 2002년 설립됐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메트로9호선, 우면산터널 등 14개 국내 민자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자는 지난해 말 현재 8500여명으로 국내기관투자자 61%, 개인투자자 21%, 외국기관투자자 18%로 구성돼 있다. 맥쿼리 인프라가 투자하고 있는 14개 사업은 모두 민간이 자금을 조달해 인프라시설을 건설한 뒤 정부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대신 일정 기간 동안 시설의 관리운영을 인정받아 운용수익을 수령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O)이다.
맥쿼리인프라가 짧은 기간에 국내 인프라 투자의 큰손이 될 수 있었던 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틈새시장 공략이 주효했다는게 금융권의 평가다.
맥쿼리 그룹은 인프라투자 분야에선 세계적으로 가장 큰 금융회사 가운데 하나다. 맥쿼리는 이런 전문성을 살려 기업 구조조정·은행 매각 등에만 관심을 뒀던 다른 외국계 투자은행과 차별화를 꾀했다. 여기에 당시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침체된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도로와 항만 등 인프라 투자에 민간자본을 적극 끌어 들였다. 한 금융권 인사는 "맥쿼리가 지금은 사회인프라 투자 등을 독식하면서 고수익을 얻고 있다는 비난을 받지만, 당시만 해도 관료들이 아쉬워서 손을 빌리는 입장이었다"며 "정부나 지자체는 수천억, 수조원이 들어가는 사회간접자본에 민간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관료들이 너도나도 맥쿼리에 투자를 요청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국내은행 관계자도 "당시 국내은행은 20~30년에 걸친 투자를 해 본적이 없다"며 "맥쿼리는 이를 구조화해서 판을 짰고 국내은행들이 참여해 맥쿼리의 노하우를 배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날개를 달아준 게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다.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는 특정운영기간에 실제 운영수입이 추정운영수입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일정한도까지 주무관청이 시장위험을 부담해 주는 제도다. 맥쿼리인프라는 투자유치 과정에서 이 제도를 통해 투자비 회수 가능성을 크게 높이고 안정적인 고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맥쿼리인프라는 매년 투자자산(도로, 터널 등)을 지나는 통행량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말 현재 하루 평균 15억원 가량의 통행료 수입을 올리고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최소운영수입보장을 바탕으로 안정적 고수익을 얻고, 정부나 지자체는 재정이 아닌 민간자본으로 대규모 인프라 건설이 가능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던 셈이다. 맥쿼리 쪽은 지난 2009년 최소수입운용보장제도가 폐지되고 재정지원마저 축소되면서 인프라 투자 사업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판단에서 최근 투자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메트로9호선에서 대주주에게 고금리의 후순위 대출을 끌어낸 투자구조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인사는 "정부에서 최소마진을 보장하니까 실제로는 후순위 대출이 필요없는 구조"라며 "나중에 투자 수익이 발생할 경우 주주에게 배당을 해주면 법인세를 내야 하는데, 이를 이자로 지급하게 해 세금을 아끼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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