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바라나시의 거미줄 골목길..원숭이 오줌 피하려다 소똥 밟다

2012. 4. 25. 09: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성과 속이 나뉜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 세상의 온갖 속된 것들이 붐비는 골목을 빠져나가면 강변에 장작을 쌓아 그 위에서 시체를 태우는 화장터가 있고, 그 너머로 신성한 강, 강가(Ganga)가 유유히 흐르고 있다.

거미줄보다 복잡한 미로를 걸으며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다

제목 그대로 황당한 시추에이션이 벌어진 곳, 역시 인도다. 대략 3000년 전부터 힌두교의 가장 중요한 성지였다는 바라나시. 이곳에는 성스러운 '강가'강과, 죽어 한 줌의 재로 여기에 뿌려지기를 열망하는 인도인들과, 이들을 위해 '24시간 365일 연중무휴 영업 중'인 화장터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도무지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골목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사건은 바로 이 골목에서 일어났다. 골목의 넓이는 겨우 1m 남짓. 이 좁은 공간에 사람과 자전거, 오토바이, 시체를 실어 나르는 상여에 개와 소까지 붐빈다.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자전거에 부닥치거나 소뿔에 받칠 판이다. 더구나 골목길 곳곳에 대전차 지뢰처럼 넙대대하게 생긴 소똥이 포진해 있어, 전후좌우에 발 아래까지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니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 무엇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을 수밖에. 그날따라 날씨까지 좋아, 머리 위는 신경도 안 쓰고 소와 소똥만 피하며 조심조심 걷는데, 갑자기 눈 앞에 떨어지는 한 줄기 물에 흠칫 놀랐다. '에어컨에서 떨어지는 건가? 그러기엔 양이 좀 많은데… 아 참, 이 동네에는 에어컨이 드물잖아?' 등등의 생각을 하며 올려다보니 원숭이 한 마리가 빤히 쳐다본다.

'아니 이놈이 백주 대낮에 길거리에서 뭐 하는 짓이여?' 하고 소리치며 손가락질을 하려는 찰라, 또 다시 내리 꽂히는 물줄기. 허 그 놈 참, 오래도 싼다. 그런데 이런, 물줄기가 방향을 바꾸더니 내 머리를 덮친다. 폴짝, 하고 잽싸게 몸을 피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미끈, 하는 느낌이 발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제길, 밟았구나. 그토록 조심하며 걸었는데. 쓰레기 주워 먹은 소들의 똥은 아주 묽어 샌들을 흠뻑(!) 적셨다(인도의 거리를 배회하는 신성한 소들의 주식은 쓰레기다). 어쩌랴,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밟아버린 소똥인 것을. 남의 집 앞 계단에 신발을 문질러 대충 큰 덩어리들은 떨어내고, 나머지는 흙바닥에 비벼 칙칙한 색깔을 감췄다. 하지만 도저히 더 이상 걸어 다닐 기분이 나지 않아 근처 게스트 하우스 옥상 레스토랑에 올라갔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잠시 쉬었다 가지. 마침 점심시간이기도 하니까.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인도는 무엇으로 사나?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뒤숭숭한 정신을 수습하고 찬찬히 주변 풍경이나 살펴보려는데, 이 옥상, 사방이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동네 도둑이 많아 그런가? 하며 둘러보는데, 우당탕탕, 슬레이트 천장에서 돌 굴러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러더니 옆집 지붕으로 건너 뛰는 원숭이 몇 마리가 보였다. 아하, '원숭이 도둑'을 막으려고 사방을 철조망으로 막아 놓았구만. 느즈막히 나온 식사를 하는데, 원숭이 몇 마리가 철조망에 붙어 사람들 밥 먹는 모습을 쳐다본다. 그 중 한 놈은 무슨 피부병이라도 걸렸는지 온몸에 털이 하나도 없는 벌거숭이 원숭이다(<털없는 원숭이>의 저자는 인도에 와보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세상에, 이거 완전히 동물원 우리가 따로 없구만. 도대체 누가 누굴 구경하는 거야? '인도에선 원숭이가 철조망 속 사람 밥 먹는 모습을 구경한다', 하고 어느 신문 해외토픽에라도 날 일이지 싶다. 그래도 사방이 막혀 있으니 그나마 안심하고 밥을 먹을 수가 있었다.

사실 인도에서, 그것도 바라나시에서 이 정도 일쯤은 뭐 대단한 얘깃거리도 아니다. 연중무휴, 24시간 영업(?) 중인 화장터는 사방이 트인 강가에 있어 지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장작 위에서 사람이 타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다(단, 사진 촬영은 안 된다). 비싼 장작 살 돈이 없는 사람을 위한 전기화장터가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나무와 함께 재가 되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자신을 태울 장작 값을 마련하기 위해 구걸을 하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까지 돈을 모았지만, 가끔은 장작이 모자라 조금 덜 탄(?) 사람을 그냥 강물에 띄우기도 한다. 성스러운 강이 오염되면 어떡하냐고? 걱정 마시라, '강가강의 청소부' 까마귀들이 있으니. 새벽 배를 타고 일출을 구경하다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깃덩이 위에 까마귀들이 수북하게 앉아 있을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물론 개중에는 사람만이 아니라 소나 개의 시체도 있다).

배를 타고 하류로 좀더 내려가면, 아저씨들의 허연 엉덩이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큰 일'을 보는지, 혹은 '작은 일'을 보는 지는 알 수 없다. 상당수의 인도 남자들이 '쪼그려 쏴' 자세로 소변을 보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이 모든 일들이 강가강에서 일어난다는 사실. 이 '성스러운 강'에서 매일 아침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씻고 이빨을 닦는다. 위생상의 문제? 물론 있다. 가이드북은 여행자들이 인도인을 따라 이 강물에 뛰어드는 것을 말리고 있다. 작은 상처라도 있으면 덧나기 쉬워, 누구는 어느 한 곳을 잘라낸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오늘도 인도인들은 길게 줄을 서서 강물에 목욕을 하고, 입을 적시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만트라(주문, 혹은 경전의 한 구절)를 암송한다.

햇살에 실루엣으로 비치는 그 모습은 법당의 예불이나, 성당의 미사 못지않게 경건하기만 하다. 도무지 여행자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 '인연과 윤회의 나라 인도'에서 원숭이 오줌을 피하려다 소똥을 밟은 사건도 결국은 전생의 업(?)이려니,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글 ·사진 구완회(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25호(12.05.01일자) 기사입니다]

[단독 화보]제시카 알바, 남편과 함께 서울 나들이 현장 취재

"안철수 보다…" 이광재 前강원지사 `충격발언`

주식팔아 1억 정기예금 넣은 41세男 "아뿔싸! "

서울대 나온 50대男, 목사되더니 한다는 일이…

주다영, '0.1% 겸손' 발언으로 화제

차도녀 고아라와 "커피 한 잔?"

[화보] 급소맞은 손대호, `男子만 아는 이 고통`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티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