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가 MB 회사? DJ·노무현 때 민영화 원죄부터 털어라"

2012. 4. 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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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수서KTX는 황금독점이다"

[미디어오늘 허완 기자]

수서발 KTX 민영화와 서울지하철 9호선의 기습적인 요금인상으로 민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크게 두 갈래다. 일부 대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한편, 임기 10개월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의 '꼼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맥쿼리'라는 회사는 '이명박'과 연관검색어에 오르며 일종의 '음모'를 꾸며 온 당사자로 지목된다. '경쟁체제 도입이지 민영화가 아니'라는 정부의 뻔한 거짓말도 반대 여론에 한몫 하고 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민영화를 "공공서비스를 수익경영의 대상으로 전환시키는 것"으로 정의했다. 국가 재산을 사익 추구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는 뜻이다. 시민들은 이 지점에서 어떤 '익숙함'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오 실장은 "(민영화에 대해) 국민들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된 건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역시도 정부의 '꼼수'를 지적했다. 수서발 KTX의 경우, 정부의 설명과는 정반대로 '경쟁체제 도입은 아닌데, 민영화는 맞다'는 것이다. 특혜 가능성도 언급했다. 오 실장은 "우리나라 교통정책 계획에 따르면, 수서는 앞으로 수도권의 교통허브"라며 "황금독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혜'와 '꼼수'가 아니더라도, 민영화에 반대할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는 게 오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소비자를 '봉' 취급하는 이동통신 시장을 예로 들었다. KT가 민영화되지 않고 공기업으로 남아있었다면, 훨씬 공익적인 방향으로 시장이 형성됐을 거란 이야기다.

때 아닌 '중도-진보' 논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쓴 소리'도 이어졌다. 오 실장은 "민주당은 반MB 프레임에 걸려 있다"며 "만약 민주당이 좀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나서자고 한다면 지금은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23일 그와의 전화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최근 국토부가 수서발 KTX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민영화'가 다시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부는 일단 민영화가 아니라는 입장인데.

"민영화에 대한 정의 문젠데, 정부는 소유권을 이전하는 게 아니어서, 철도공사를 파는 게 아니고 운영만 하게 하는 거니까 민영화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공공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민간자본이 참여해서 수익을 올리면 그게 바로 민영화다. 20세기에는 매각 방식이 주를 이뤘는데, 매각은 이미 대부분 했고 이제는 소유권은 국가가 갖되 운영을 민간에 주고 그 과정에서 수익을 얻으라고 하는 쪽으로 (민영화 기조가) 바뀌었다. 수서발 KTX 역시 민영화다. 당연히 민영화라는 건 곧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거다. 민영화와 경쟁체제는 하나의 논리인데, 정부는 자꾸 이걸 두 개로 분리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통신의 경우 SK텔레콤도 있고 LG도 있고, 여러 경쟁업체가 있다. 경쟁체제다. 그런데 문제는 KTX는 경쟁체제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거다. 똑같이 서울역에서 출발해야 경쟁이 되는 건데 이쪽은 수서에서 출발하고 저쪽은 서울역에서 출발한다. 강남에 계신 분들은 수서로 가고 강북은 서울역으로 간다. 이건 경쟁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산업과는 달리 철도는 지역별 독점체제이기 때문에 경쟁체제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뒤 열차가 앞 열차를 따라 잡을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또 철도기술이라는 게 대부분 표준화가 되어 있다. 회사가 다르더라도 중앙 관제소에서 통제하기 때문에 굳이 회사 간 차이가 있다면 객실서비스 정도다. 이것도 서울역에서 같이 출발할 때 경쟁이 발생하는 건데. 그게 아니다. 보통은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서 민영화를 하는데 이건 사기업에 운영을 맡기기 때문에 민영화인 반면, 오히려 경쟁체제는 형성되지 않는다. 정부 설명과는 정반대다. 더구나 우리나라 교통정책 계획에 따르면, 수서는 앞으로 수도권의 교통허브다. 앞으로 시민들이 수서로 가서 열차를 탈 수밖에 없게 될 것이기 때문에 완전 독점이다. 황금 독점."

▲ 지난 2월4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KTX 민영화 저지 및 철도공공성 강화 철도노동자 1차 총력 결의대회'에서 철도노조의 한 조합원이 KTX민영화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철도노조

-정부는 '효율'을 내세우면서 다양한 방면에서 적극적으로 공공기관 민영화를 선전해 왔다. 공공기관의 비효율성, 방만한 경영 등은 거의 '상식'으로 자리 잡은 측면도 있다. 사실 일부 그런 사례들이 있는 것 아닌가.

"철도공사가 비효율적이라면 어디가 비효율적인지 정부는 얘기해야 한다. 인건비 높다는 거 하나다. 일반 시민들 중에서는 동의하는 분도 있을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서 높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공공기관 노동자의 임금수준 논의는 민영화와는 별도의 논의다. 노동자들 임금 낮추기 위해 민영화 한다는 건 좀 우습지 않나. 민영화를 하는 이유 중에서 경쟁에 의한 효율 강화라는 측면이 있을 수는 있는데 말씀드렸듯 KTX는 경쟁이 아니라 그건 성립할 수가 없다. 결국 국토부 사람들하고 얘기하면 꼭 끝에 임금 이야기가 나오더라. 그럼 민영화 얘기가 아니고 차라리 철도노동자 임금 깎겠다고 솔직히 말하는 편이 낫다."

-민영화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민영화의 핵심이 뭐라고 보나.

"공공서비스를 수익경영의 대상으로 전환시키는 거다. 그건 소유권 이전의 방식도 있고, 운영권만 주는 방식도 있다. 서울지하철 9초선도 마찬가지다. 소유권은 서울시에 있다. 9호선주식회사에 30년간 운영을 맡겼다. 정부논리에 의하면 이것도 민영화가 아니다."

-IMF 이후 공공기관 민영화가 일부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던 것 아닌가.

"당시 급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4대 부문 개혁을 했다. 금융, 기업, 노동, 공공부문 개혁 등이 있었는데, 이 중 공공부문 개혁이 바로 민영화였다. 외국자본이 와서 공기업을 많이 사갔고 DJ 정부도 돈이 없으니까 민영화로 돈을 마련하려고 했다. 큰 기업 중에서는 포스코나 KT도 그 때 팔려나가고, 그 다음 순서로 있던 게 철도 가스 발전이었다. 그건 2002년도에 (발전노조의) 파업도 있고 해서 홀딩 됐다가 노무현 정부가 2003년도에 백지화 시켰다. 그래서 안 되고 있다가 갑자기 철도(KTX)가 작년 12월에 국토부 업무보고에 올라가면서 논란이 된 거다."

-민영화된 공공기관들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KT가 아닌가 싶다. 민영화 이전과 이후의 KT를 비교할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했다. 우리나라가 이동통신 선진국이 됐으니까. 근데 만약 공기업이 기술적 경쟁을 같이 하면서도 요금체계나 이런 것에서 수익을 덜 내면서 공익적으로 경영을 했다면 훨씬 이용자를 많이 확보한 KT가 됐을 거라고 본다. SKT나 LG가 있더라도 KT가 공기업으로 같이 경쟁하면 된다. 그러면 지금처럼 이런 식으로 완전히 소비자가 봉이 되는 경우는 없었을 거다. 민영화된 이후 소비자들의 요금부담이 커졌다. 통신민영화도 성공적인 경우가 아닌 거다. 공기업이 있었다면 훨씬 더 공적인 방향으로 통신시장이 형성됐을 텐데, 지금은 셋 다 수익 극대화 방식으로 가고 있다. 포스코는 좀 다른 경우다. 제조업이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철강이라는 중간재를 생산하는 거고. 포스코의 성장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하고 연관되어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면 포스코가 크는 구조였다. 그런 면에서 포스코 자체의 힘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수혜를 본 거다. 민영화로 성공했다? 공기업이면 망했을까. 아니라고 본다. 똑같이 독점기업으로서의 영향을 유지했을 거다."

-민영화가 우리나라만의 '트렌드'는 아니었는데, 세계적으로 어떤 변화의 흐름이 있나.

"아직까지는 감지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97·98년이 전환점이었고, 선진국에서는 그 전부터 공기업 민영화가 진행됐다.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렇게 해서 2008~2009년에 금융위기가 닥친 다음에 다시 국가의 역할이 중요시되고는 있지만, 민영화된 공기업을 다시 되돌리는 일까지는 못하고 있다. 대부분 재정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다시 사들일) 돈도 없고. 수서발 KTX나 9호선처럼 운영을 민영화하는 방식, 민간투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대부분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다. 다른 나라도 민자 방식의 민영화가 퍼져있다. 아직까지는 되돌리는 흐름이라고 보긴 어렵다."

▲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이치열 기자

-민영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이유가 있을까.

"지금까지는 '시장'하면 무조건 '효율적'이라는 이데올로기가 강했다. 아마 9호선 같은 경우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도시철도공사에서 운영하는 줄 알았을 거다. 그런데 (이번 논란이) '시장기업이 운영하면 달라지는구나', 하고 느끼는 계기가 됐을 거라고 본다. 이번 KTX 논란도 만약 적자노선을 민영화 한다고 했으면 국민들이 꽤 찬성했을 거다. 민간기업이 효율화시킬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흑자노선, 알짜배기 노선을 민영화 하겠다고 하니까 더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측면도 있다. 어쨌든 '민영화의 본질이 사기업의 수익 극대화 추구'라는 것을 KTX와 9호선이 단순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국민들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된 건 분명한 것 같다. 국민들의 관심이나 비판여론이 그걸 말해주는 것 같다."

-민주당을 비롯한 일반의 정서는 '이명박 정권의 꼼수'라는 측면에서 이번 논란을 보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특혜 의혹도 제기되는데, 어떻게 보나.

"바보 같다. 민주당은 반MB 프레임에 걸려 있다. 맥쿼리에 이상득 의원 아들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니까, 저쪽에서 관련 없다고 해명을 했다. 그럼 더 뭐라고 할 건가? 그 걸로 꼬투리 잡는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누가 관련이 되든 안 되든 민간자본, 서민, 민생 이게 본질이다. 민영화 문제를 초점에 두고 파고들기 시작하면 9호선부터 다른 모든 사업자들이 다 연결된다. 굉장히 정책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게 확장되는데, 그걸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민주정부'에서 자신들이 추진했던 정책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도 있지 않을까.

"그것도 맞다. 9호선이 MB 시장 때 진행된 거지만, 사실 중앙정부가 추진했던 민영화는 더 많다. 그리고 DJ, 노무현 정부 때 모두 건 건마다 다 이런 특혜가 들어가 있다. 수요예측 과대하게 하고. 지금 9호선의 보장된 수익률이 8.9%인데 DJ 때는 더 높았고 노무현 때도 그만큼 줬다. 당시 DJ나 노무현 대통령이 다 이런 시장중심의 경제효율화 정책을 썼다. 재정에 여유가 없다보니 민간투자를 활성화시킨다면서 추진했다. BTO(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은 94년에 시작됐고 (당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자유치촉진법'이 제정됐다.), BTL(임대형 민자사업) 방식은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됐다. 노무현 정부는 당시 공공과 민간을 결합시킨다고 하면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따라서 (민주당에서) 이제 와서 문제가 있다고, 특혜라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 만약 비판 하려면 털어야 한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지금 민주당이 시장과 전면적으로 부딪히는 문제, 한미 FTA도 그렇지만, 기본적인 정치철학이나 정책 방향에서 갖고 있는 자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만약 민주당이 좀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나서자고 한다면 지금은 굉장히 좋은 건이다. 그런데 중도 강화론 이야기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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