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게 두기 보다 치열하게 두고 싶다"

유연석 2012. 4. 2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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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노컷뉴스 서영도 기자]

바둑 팬들은 그를 독사라 부른다.

냉엄한 승부의 세계에서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승부사 기질이 귀공자풍의 청년에게 살벌한 별명을 붙여준 거 같다.

바둑판 앞에선 독사인 최철한 9단(27)은 인터뷰에선 순한 양이었다.

또박또박 모범생 같은 태도로 말했고, 대화 중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겉은 저렇게 조용한데 어디서 전투적인 기보가 나올까. 분명 그의 내면은 꿈틀거리리라. 그는 최근 9단들만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인 10단전에서 우승했고, 5월 개막되는 응씨배에선 2연패에 도전한다.

또 6월엔 같은 프로기사인 윤지희 3단과 신혼살림을 차릴 예정이다.

최철한의 내면을 찾아보고픈 호기심으로 지난 20일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만났다.

- 바둑은 언제 시작했고 소질을 어떻게 발견했나.

▲ 아버지가 아마 3단정도의 고수여서 내게 바둑을 배우게 했다.

7살 때 동네(서초동) 바둑학원을 찾았는데 마침 그곳이 권갑룡 도장이었다.

운이 좋았던 것이다.

나도 바둑이 좋았고 권 사범님이 부모님께 소질이 있다고 말씀하셔서 9살 때부터 프로기사를 생각하고 바둑공부를 했다.

12살 때 입단했다.

- 10단전에서 우승했다. 다른 어떤 대회보다도 성취감이 클 것 같다.

▲ 그동안 결승에도 못가본 기전이고 요새 성적이 좋지 않은 와중에 우승해서 더 기쁘다.

- 올해 9승9패(4월20일 현재) 승률 50%는 최 9단과 어울리지 않는다. 국내랭킹도 4위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특히 비씨카드배(류싱 7단)와 바이링배(천야오예 9단), 춘란배(박문요 9단)에서 연이어 중국기사에게 패하며 세계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들어 패수가 많은데 무슨 이유라도 있는가.

▲ 워낙 다른 기사들이 강해져 평준화 되간다는 생각이다.

성적은 반타작을 했지만 상대가 어려운 점도 있었다.

- 한국바둑리그에서 SK에너지 주장을 맡게 됐다. 개막전에서 이원영 3단에게 패해 불안한 출발을 보였는데 팀 구성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그리고 팀 성적을 예상한다면?

▲ 바둑리그는 늘 초반에 한두 판을 지고 시작해서…. 18판을 두는 긴 레이스라 크게 신경 안 쓴다.

다행이 팀이 이겼고 멤버도 어린 기사들로 구성돼 있어 기대가 크다.

- 팬들은 이세돌 9단과 같은 창조적인 바둑에 열광하는 거 같다. 어떤 기풍의 바둑을 추구하는가.

▲ 그때그때 상황마다 최선의 수를 찾으려고 하는 스타일이고 유연하게 판을 끌어가기보다 치열하게 두고 싶다.

그러다 보니까 무리한 수가 나오기도 하고 가끔은 좋은 수도 나온다.

장단점이 있다.

-기풍 따라 독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 이창호 9단과 타이틀 매치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팬들한테 강한 인상을 심어준 거 같다.

그때는 그런 점이 잘 통했던 것 같지만 요새는 제 기풍이 노출되고 다른 기사들의 실력도 상향돼 꼭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할 수 없다.

여러 가지 전략을 많이 짜야 한다.

별명도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웃음). 부모님은 독사라는 별명을 별로 안 좋아 하시는데 나는 싫지는 않다.

- 고수들의 승부는 실력보다 (팬들 입장에서는) 운도 따라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는가.

▲ 바둑을 업으로 삼고 20년째 해오다보니 운도 실력이라고 항상 생각한다.

이세돌 9단이 막판에 절묘한 수순으로 흔들어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고 승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운이 좋은 거 같이 보여도 다 실력이다.

운은 정말 극소수다.

- 지금 바둑 공부는 어떻게 하나

▲ 주로 신사동에 있는 연구실에 나간다.

박정환 9단, 원성진 9단, 윤준상 9단, 박정상 9단, 허영호 9단, 김지석 8단 등이 주 멤버인데 4~5년 전에 결성됐다.

매일 모이진 못하지만 친구사이인 기사들도 많고 상위 랭커들이라 큰 도움을 받는다.

최신 기보는 다 본다.

중요한 정보이니까.

- 야구 테니스 축구 등 운동을 좋아하고 최근엔 유도를 배운다고 들었다. 스트레스 풀기에 좋은 것 같은데 평소 주말은 어떻게 보내나.

▲ 김지석 선수랑 유도를 배우다가 힘들어 그만 뒀다.

날씨가 풀려서 주말엔 프로기사들로 구성된 사회인 야구팀에 나간다.

일주일에 한번은 테니스도 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집에서 푹 쉬는 것도 좋은 휴식이다.

-5월 21일 타이베이에서 4년마다 열리는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가 시작된다. 2연패에 도전하는데 결승에 간다면 꼭 만나고 싶은 상대가 있는가. 꼭 피하고 싶은 상대는?

▲ 너무 김칫국부터 마시는 거 같은데(웃음). 구리 9단이다.

서로 재밌는 바둑이 될 것이다.

이세돌 9단도 말했듯이 멋진 승부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히 기피하는 기사는 없다.

몇몇 중국 기사들과 대국에서 저조한 성적을 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만나기 싫지는 않다.

-국내 기사들과 대국 중 힘에 부친다고 생각되는 기사가 있는가.

▲ 뭐 거의 랭킹대로 간다고 보면 된다.

이세돌 9단에게 결정적인 승부에서 패했던 기억이 많다.

압도적으로 밀리진 않지만 이 9단은 집중력이 좋다.

박정환 9단도 많이 까다로운 편이다.

-가장 주목하는 신인을 한명만 꼽으라면? 어떤 점을 높게 평가하는가.

▲ 박정환은 신예가 아니니까 빼고, 큰 차이가 없지만 굳이 꼽으라면 삼성화재배에서 4강까지 갔던 나현 2단(17)과 14세인 이동훈의 성장이 기대 된다.

-요즘 한국 바둑이 중국에 밀린다는 얘기가 많다. 어떻게 타개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국 바둑의 교육 시스템이라든지 훈련 방법 등 개선할 점은?

▲ 우선 바둑 인구에서 차이가 있고,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은 10년 전부터 유망주들을 차곡차곡 훈련시켜 결실을 맺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린 기사들과 상위 랭커들을 묶어놓고 훈련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맡겨놓고 있다.

상위 랭커들과 어린 기사들을 묶어 놓으면 층이 두터워져 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인이 바둑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주위에 고수가 있으면 편하게 배울 수 있다.

요새는 인터넷 바둑 강좌에서 신인 코너를 활용하면 될 거 같다.

바둑TV나 인터넷이 있어 교류를 하지 않고도 쉽게 배울 수 있다.

-6월 2일에 윤지희 3단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일종의 사내 결혼인데…. 네 번째 바둑 커플이라고 하더라.

▲ 눈치를 보며 데이트를 하진 않았고 서로 숨기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편하게 지냈다.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걸 안 좋아해서 여자 친구 집이 있는 수원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데이트 했다.

기사 커플이 많다.

원래 아는 사이인데 다른 기사가 한번 만나보라고 부추겨서 내가 먼저 접근 했다 (웃음). 프러포즈는 방송에서 어설프게 했지만 아직 제대로 못했다.

결혼하기 전에 다시 해야 할 거 같다(웃음). 신혼집은 기원 가까운 곳에 마련했다.

같은 직업이라 장단점이 있다.

너무 속속 알아서 깊숙이 찌르면 곤란할 거 같다.

시합에서 지고 왔을 때 안 건드렸으면 좋은데 거기 왜 뒀냐고 하면….(웃음) 그래도 장점이 많은 거 같다.

-상금은 어떻게 관리하나. 재테크는 하나.

▲ 결혼하면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는 부모님이 관리하시고 용돈 같은 것은 편하게 쓰는 스타일이다.

-올해로 입단 15년째인데 가장 기억에 남은 대국은?

▲ 2004년 이창호 9단을 상대로 국수전을 땄을 때고 지난해 농심배에서 4연승 하면서 한국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을 때 가장 기뻤다.cosmos1@nocu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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