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향연' 십리대숲 걸으며 봄에 취하다

2012. 4. 1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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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계곡·기암괴석 어우러진 절경
아무 방향이나 셔터 눌러도 명품 사진
선바위, 금강산 봉우리 옮겨다 놓은 듯

[세계일보]

우리나라 광역시 중 면적이 가장 넓다는 울산광역시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도시에 대한 편견은 깨졌다. 선박과 자동차, 석유화학의 도시라 매캐한 냄새와 스모그 낀 하늘, 시끄러운 시가지를 예상했지만 전혀 딴판이었다. 시가지는 신도시처럼 정돈돼 있었고, 곳곳에 공원과 역사문화 유적지가 숨 쉬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느 도시처럼 공원에서 산책하고 강과 바다에서 낚시를 즐기며, 논밭과 공장 등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울산도 사람 사는 도시였다.

반구대암각화로 들어가는 '스토리워킹 태화강, 첫 번째 길-선사문화길'. 비포장 황톳길로 길가엔 복사꽃, 산수유, 벌개미취 같은 풀꽃들이 반긴다.

울산을 대표하는 역사유물은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다.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암각화를 품은 반구대는 산세와 계곡,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절경이다. 마치 거북 한 마리가 넙죽 엎드린 형상을 하고 있어 '반구대(盤龜臺)'라 부른다. 반구대 입구는 '스토리워킹 태화강, 첫 번째 길-선사문화길'로 매우 고즈넉하다. 잘 보존된 호수 위에 설치된 데크로드를 건너 대숲을 통과해 500m 남짓 걸으면 만날 수 있다. 길가엔 복사꽃, 산수유와 더불어 벌개미취 같은 이름도 낯선 풀꽃들이 반긴다.

1965년 건설된 사연댐으로 대곡천 물이 불어 가까이에서 볼 수는 없지만, 대형 모형도를 참조하며 망원경으로 보면 흐릿하나마 암각화의 윤곽이 보인다. 교과서에서만 접했던 그 그림이다. '동물도감'으로 불릴 만한 암각화엔 고래를 비롯해 거북, 가마우지, 사슴, 멧돼지, 호랑이, 표범, 늑대, 너구리 등 300여 점의 동물과 5점의 배, 그리고 14점의 사람 그림이 새겨져 있다. 인근엔 역시 국보로 지정된 천전리 각석(제147호)과 세계의 암각화를 터치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최첨단 암각화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울산의 새로운 명소는 태화강변에 조성된 십리대숲이다. 울산 12경의 하나인 십리대숲은 남구 무거동에서 중구 태화동까지 십리(4㎞)에 걸쳐 이어져 있다. 산업화의 아픔을 이겨내고 1급수로 거듭난 태화강 둔치와 나란히 조성돼 유채꽃이 만발하는 봄에 거닐면 주변 풍경과 음이온에 흠뻑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사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명품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아무 방향이나 셔터를 눌러도 구도와 원근이 기가 막히게 잡힌다.

선암호수공원은 울산 시민들이 돌려받은 보물이다.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40년 동안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있던 선암저수지 일원이 최근 공개돼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오염이 전혀 안 된 청정지역으로 테마가 있는 산책로와 해바라기·연꽃·코스모스 등 계절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꽃단지, 시냇물이 흐르는 생태습지원, 여가와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체육시설, 수변공연장, 삼림욕장 등이 조성돼 있다.

울산 12경의 하나인 태화강 십리대숲이 경이로운 자태를 드러냈다. 4㎞ 남짓한 대숲길을 걷다 보면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건강마저 좋아지는 느낌이다.

364만㎡ 부지에 인공적으로 조성한 울산대공원도 대규모 광장과 다양한 산책로, 호수, 실내수영장, 나비원, 장미공원, 동물원과 각종 레포츠시설, 청소년시설, 자연학습원 등을 두루 갖췄다. 도심 최대의 자연공원으로 울산시민의 쉼터이자 자랑이다.

문수월드컵축구경기장과 국제양궁장, 실내수영장 등 국제 규모의 스포츠 시설이 한군데 모여 있는 울산체육공원도 인근의 분수대와 자전거도로, 산책로와 조화를 이뤄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울산에서 놓칠 수 없는 관광지로는 이밖에 신화미술마을, 선바위, 외고산옹기마을, 대운산 내원암계곡 등이 있다.

신화미술마을은 1960년대 장생포와 매암동 일대에 공단이 조성되면서 형성된 이주민촌으로 현재 34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도시 속 외딴섬처럼 문화와는 거리가 먼 곳으로 보이던 신화마을이 세상에 알려진 건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 촬영 무대로 선정되면서부터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0마을미술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온 마을이 구석구석 그림과 시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시멘트 벽에 창문이 그려지고 그 안에 멍멍이가 밖을 내다보는 장면과 모퉁이에 작은 고양이가 꺄웃거리는 모습이 앙증맞다.

태화강 상류 백룡담에 있는 선바위는 마치 금강산 해금강의 봉우리 하나를 옮겨다 놓은 듯한 바위다. 2010년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가 열린 외고산옹기마을은 재래식 옹기 제작과정을 지켜볼 수 있으며, 체험 코스도 운영하고 있다. 영남 제일의 명당으로 알려진 내원암을 품은 대운산에선 깊고 청량한 계곡의 수려한 연못과 폭포, 한번 누워보고 싶은 너럭바위들을 만날 수 있다.

울산=글·사진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여행정보

◆교통=

울산은 KTX와 렌터카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코레일관광개발이 2010년 말부터 울산역을 비롯해 동대구역과 신경주역 등에 렌터카를 운영하고 있다. 열차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철도 이용객에겐 렌터카를 40% 할인해주고 있다. (052)263-7799

◆고래관광=

고래바다여행선 관경선(觀鯨船)이 4월부터 10월까지 장생포항에서 주말마다 출항한다. 고래떼를 만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배를 타고 근해로 나가 보는 것도 새로운 체험이다. 요금은 어른 2만원, 어린이 1만원. (052)256-6301

◆먹거리=

고래고기는 부위마다 빛깔도 다르고 고래 특유의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익숙해지면 12가지 맛을 느낄 수 있어 별미로 친다. 4∼5명이 먹을 수 있는 모듬 한 접시에 10만원 안팎이다. ▲장생포 소라고래집(052-261-2661), 고래고기원조할매집(261-7313), 고래막집(266-1585) 등 30여곳이 장생포항 일대에서 영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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