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 '최소수입보장제' 삭제할 기회 2번 있었다
[한겨레] 특혜의혹 왜 불거지나
이명박·오세훈 시장때 협약개정 가능했지만 그대로 둬
비슷한 시기 착공한 강남순환도로는 논란 빚자 삭제
당시 협상팀 "2005년에 금융약정까지 체결해 변경못해"
서울 지하철 9호선과 마찬가지로 우면산터널도 서울시가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를 적용해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해준다. 서울시 민자사업 10개 가운데 이들 두 사업에만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외국계 금융자본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코리아)가 두 사업의 대주주이자 채권자로 확인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국내 자본이 투자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강남순환도로)에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를 적용했다가 나중에 이를 삭제한 것과 극명히 대비되기 때문이다.
2007년 7월 착공한 강남순환도로(금천구 시흥동~강남구 우면동)는 서울시가 2002년 6월 두산건설 등과 최초 실시협약을 체결했던 당시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를 적용했다. 이후 인천공항철도 특혜 시비 등으로 최소운영수입보장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2006년 6월 실시협약을 변경해 이를 삭제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인 2005년 5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실시협약을 체결했던 지하철 9호선은 이후에도 최소운영수입보장제를 그대로 뒀다. 때문에 당시 이명박 시장이 현대로템 주도 컨소시엄이 투자한 서울시메트로9호선㈜ 쪽에 장기 수익을 보장하는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강남순환도로 사업의 실시협약을 변경한 뒤에도, 2009년 4월 '자금 재조달을 위한 투자자 변경'을 이유로 실시협약을 다시 바꿨다. 2008년 9월 한국산업은행 등 투자자들이 이 사업에 추가로 뛰어들어, 주주 구성이 두산건설 등에서 산은금융지주 등으로 대폭 바뀌었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맥쿼리코리아가 2008년 1월 2대 주주(24.5%)로 새로 들어왔는데도, 서울시는 실시협약을 변경하지 않았다. 주주 구성 변경만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승인했다. 강남순환도로 사례에 견주면, 최소운영수입보장제를 손질할 두번째 기회였지만 이를 그대로 넘긴 셈이다. 고율로 빌렸던 대출금(후순위 15%, 선순위 7.2%)을 낮은 대출금으로 갈아타거나, 세후 수익률 8.9% 보장 등의 '특혜성' 조건을 조정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시 협상 과정에 참여한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순환도로는 2006년 협약 변경 당시 금융약정을 맺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재협상이 쉬웠지만, 9호선은 2005년 5월 실시협약 체결 바로 다음날 금융약정이 이뤄져 협약을 변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권은 뭔가 메리트를 주지 않으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조직"이라며 최소운영수입보장제 삭제를 비롯한 협상이 사실상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서울시 지급보증으로 이자율이 4.3%인 대출금으로 바꾸고, 수익률도 낮추는 방안'을 제안하고 협상에 나섰으나, 서울시메트로9호선 쪽은 '요금 인상 일방 공표'라는 카드로 맞서고 나섰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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