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인상' 논란 9호선, MB 연루 의혹

2012. 4. 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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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실련 "MB 서울시장 때 현대로템으로 사업자 변경"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민간업체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이하 메트로9호선)이 요금을 500원 올리겠다고 해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시민단체가 9호선 사업자 선정과 요금 책정 과정에 이명박 대통령이 연루된 의혹이 있다며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감시단(단장 신영철)은 메트로9호선 요금인상 논란이 불거진 16일 "상식을 벗어난 요금 인상은 민간투자 사업으로 진행한 9호선 건설 과정부터 예견된 일"이라며 "대기업과 외국자본에 온갖 특혜를 제공해주면서 진행된 9호선 민자사업에 대해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이 제기한 메트로9호선 관련 의혹 가운데 핵심은 민간이 투입한 건설비에 비해 요금이 과하게 책정되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9호선 요금 책정과 관련해 "총 공사비의 3분의 2를 세금으로 지출하고도, 총공사비의 3분의 1만 지출한 민자사업자에게 다른 노선과 동일한 운임을 승인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9호선 건설은 시설 부문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선로건설 등 지하철 공사의 근간이 되는 토목공사는 서울시가 세금으로 건설했고, 나머지를 민간컨소시엄이 맡아 시행했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9호선의 총공사비는 3조4768억원인데, 이 가운데 민간사업자가 투입한 비용은 1조2000억원에 불과했다.

경실련은 "9호선은 공사비 3분의 2를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제공받고도 개통 당시부터 다른 지하철 노선과 동일한 요금을 책정했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엄청난 특혜와 커넥션이 존재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9호선 사업자 선정 과정과 메트로9호선 대주주 변경과정에 이명박 대통령과 그 일가가 연루된 의혹을 제기했다. 지하철 9호선 사업자 선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명박 서울시장 취임을 전후로 사업자가 변경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2002년 5월 9호선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주)서울도시철도9호선(울트라 컨소시엄 : 울트라건설40%, Parsons 20%, 머큐리 15%, 로템 10%, 쌍용건설 10%, 강원레일테크 5%)을 선정했다. 그러나 이명박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인 2003년 4월 울트라컨소시엄과 협상을 종료하고, 5월에는 '도시철도 9호선 1단계 구간 시설사업기본계획'을 재고시했다. 이를 통해 2003년 10월 우선협상대상자로 '로템컨소시엄'(주간사 로템, 현대건설, 포스콘, 포스데이타, 대우ENG, LG산전, 강원레일테크, 울트라건설, 쌍용건설, 신한은행, 중소기업은행, 외환은행, 조흥은행, 하나은행)을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하게 된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단장은 "사업자 변경은 현대 계열 전문경영인 출신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취임을 전후로 진행됐다"며 "당시 건설업계와 서울시 안팎에선 '대기업 참여가 없는 것이 이유였다'는 말만 돌았을 뿐 이해할 만한 이유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3조5000억원 짜리 국가기간 사업을 시행하면서 사업자가 바뀌는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또 2008년 9호선 주식회사의 대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도 지적했다. "당시 9호선 주식회사(서울시메트로9호선) 대주주가 변경되면서 맥쿼리한국인프라가 2대 대주주로 등극했다. 맥쿼리IMM자산운영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아들 이지형씨라는 사실 때문에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지형씨 쪽은 "대표로 있던 맥쿼리IMM자산운용은 일반 주식채권 펀드 자산운용사로 서울지하철 9호선의 주주인 맥쿼리한국인프라와 별개의 회사"라며 "특히, 이지형씨는 2007년 맥쿼리IMM자산운용을 그만두고 다른 회사에서 일을 했다"고 관련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경실련은 또 "이명박 서울시장이 재직 당시인 2006년 강남순환 민자도로 사업의 운영수입보장제(MRG)는 삭제하면서, 9호선 민자사업의 MRG는 삭제하지 않아 의혹을 증폭시켰다"고 주장했다. 운영수입보장제는 민간자본이 투입된 사업의 수익이 적을 경우 공공기관이 세금으로 이를 보전해주는 것을 말한다.

신 단장은 "9호선 MRG가 삭제되었다면 요금을 올릴 경우 승객이 줄어 수익이 줄 것이기 때문에 민간회사가 무리한 요금 인상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시 MRG 유지 결정을 내린 9호선 민자사업 협상단 참여 인사들의 명단과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재임시절 메트로9호선에 운임 자율징수권을 보장한 것도 도마에 오른다. 서울시와 메트로9호선은 이 대통령이 시장 재직시절인 2005년 5월 실시협약을 맺는데, 여기에서 9호선은 투자한 자본과 운영비 회수, 매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민간 사업자에게 운임 자율징수권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트로9호선 쪽은 이를 근거로 삼아 요금을 묶어두려면 손실을 보전하라는 요구를 하며, 서울시가 끝까지 요금 인상을 막으면 법정으로 가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 단장은 "이렇게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요금 인상으로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불편을 주고 있는데도 공공부분이 시행한 토목공사 부분만 감사가 이뤄졌고, 민간사업 부분과 관련한 감사는 거의 이뤄진 게 없다"며 "감사원은 지금이라도 9호선 민자사업 실시협약서 일체와 협상과정 등을 포괄하는 특별감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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