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거래돼야 바닥경제 산다

2012. 4. 1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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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 못해 가구·인테리어·식당 줄줄이 고사위기

◆ 부동산 거래부터 살리자 / ① 경제 선순환구조 만들려면 ◆

#. 경기 고양시 식사동 가구단지. 예년에는 3~4월 이사철 주말이면 가구를 보러 오기 위해 찾는 신혼부부ㆍ중년층 발길로 붐비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난 14일 찾아간 식사동 가구단지는 문의 손님 한 명 없이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K가구점 직원 양 모씨(37)는 "인근에 수천 가구 아파트가 입주했지만 상당수가 불꺼진 아파트로 남아 있다"며 "신도시 옆 '목 좋은 가구단지'란 말이 무색해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 최근 빚더미에 올라 직원 급여를 체불하는 사상 유례없는 사태가 벌어진 인천시. 직격탄은 부동산 경기 침체였다. 이달 4일 현재 인천시 올해 지방세 징수 실적은 4532억원으로 전년 동기(5479억원) 대비 947억원 줄었다. 부동산 거래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거래세인 취득세 수입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기준 인천시 취득세 수입은 547억700만원. 지난해 같은 달 989억8900만원에 비해 44.7%나 감소했다. 취득세는 인천시 연간 재정에서 40% 이상을 차지한다.

집값 하락과 거래 실종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계속되면서 사회 밑바닥 경제 곳곳에 쇼크가 오고 있다.

부동산 관련 세수가 '확' 줄어든 지자체는 당장 하반기에 지출할 사업비가 부족해 각종 인프라스트럭처 사업도 '올스톱'할 처지다.

인천시는 최근 현재 건설 중인 도시철도 2호선 사업과 관련해 "중앙정부 지원 없이는 공기 내 완공이 불가능하다"며 공개 SOS를 쳤다. 자영업자 등 밑바닥 경제 종사자들도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인천 청라지구에서 인테리어업을 하고 있는 구 모씨(53)는 "이 동네 인테리어업자 10명 중 4~5명은 망했다고 보면 된다"며 "입주가 늦어진 데다 집값이 워낙 떨어져 집을 고치겠다는 사람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삿짐센터도 죽을 맛이다. 16일 성남시 분당 상가 건물 1층에 위치한 H업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부부가 함께 이삿짐센터를 운영해왔지만 요사이 일이 없는 날엔 아내 우송연 씨(가명ㆍ42)가 인근 레스토랑에서 주방일을 하고 있다.

건축자재 가구 식당 등 밑바닥 건설 경기도 최악이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올해는 봄철 특수가 전혀 없다"며 "3~4월 공장 가동률이 예년 70~80%에 그쳐 올해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거래 부진이 집을 팔지 못해 매달 대출이자에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를 넘어 국민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에선 2009년 3조3515억원에 달했던 취득세 세수가 지난해 2조7921원으로 16%나 줄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후보자 시절 "서울시 복지예산을 21% 수준에서 30%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올해 복지예산이 전체 26% 그친 것도 세수 부족 탓이 컸다.

이런 추세라면 2014년까지 임대주택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던 박 시장 공약도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 무엇보다 오랜 거래 침체가 야기하는 소비 위축 효과가 가장 치명적이다.

마테오 이아코비에로 미국 연방준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에선 주택자산 가격이 1달러 올라가면 소비가 12센트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주택 관련 자산 가격 상승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보다 두 배나 컸다.

[홍종성 기자 / 신헌철 기자 / 이지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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