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지하철 9호선, 눈뜨고 코 베이나

김명지 기자 2012. 4. 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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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메트로 9호선과 서울시가 서울 지하철9호선 요금을 놓고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메트로 9호선은 당장 6월부터 가격을 50% 이상 올릴 태세다. 서울시는 "과태료를 물리겠다"며 강공에 나섰지만 마땅한 법적 대응책이 없어 쉽게 진화될지는 의문이다. 서울시와 매트로 9호선간의 '갈등'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하철 9호선이 개통하는 2009년에도 900원과 1050원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사실 이번 사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노무현 정부는 공공복지부문 예산 확보를 위해 사회기반시설부문에 민간투자(BTO) 방식을 도입했고, 민자사업을 처음 해 본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외국계 자본에 끌려 다녔다. 정확한 수요조사 없이 무턱대고 진행하다 보니 서울시는 건설비로 절반 가량의 돈을 주면서 30년 동안 민간자본에 운영과 이득은 물론 손실보전분까지 해주는 그야말로 '노예계약'을 체결했다.

15일 9호선 요금 인상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 등에서는 서울시와 정부를 성토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총선이 끝나고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적자가 날 것 같으면 처음부터 사업을 하지 말던가, 국책사업으로 했어야 한다"는 지적부터 "정부가 수요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턱대고 추진한 탓에 결국 국민만 손해를 본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왔다.

공공부문 사업의 실패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서울시메트로 9호선은 특히 심하다. 세전 연 수익 8.9%를 정부가 보장해준다고 까지 했다. 사업자 선정 당시에도 버스와 택시업계는 적자로 요금인상을 끊임없이 요구했었다. 은행이자 3배 안팎의 수익률을 보장하고 사업자를 선정한 것도 특혜 논란이 크다.

9호선 요금인상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적자를 본 다른 민자사업자들도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요금인상 등 실력행사에 나설 것이다. 국민은 지하철을 이용하며 요금내고, 적자는 세금으로 보전해주면서 다시 볼모로 잡히게 됐다. 9호선이 지나는 강서구(57만5000여명) 양천구(50만5000여명) 영등포구(43만9000여명) 등 151만9000여명이 당장 서울시와 9호선의 갈등으로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계약 당시 득과 실을 제대로 따지지 못한 공무원들에게 있다. 9호선 사업 전에 수요조사를 하고, 외부 컨설팅을 맡긴 비용은 결국 '혈세 낭비'로 돌아왔다. 지금도 다양한 사회기반시설 사업에 민자유치가 추진되고 있다.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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