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분기 아파트거래 사상 최저..5~6년前 집값으로 내놔도 안팔려
총선후 다주택 양도세 중과 폐지 유력가계빚 우려에 DTI 완화는 어려울듯
40대 중반 직장인 김 모씨는 2년 전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일이 한 달여 지났지만 아직 이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해야 분양받은 집 잔금을 치를 수 있는데 집을 내놓은 지 6개월이 지나도록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김씨는 "집 내놓은 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집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어 최근엔 5~6년 전 매입했던 가격 수준으로 매도가를 낮췄는데도 매수자가 없다"고 한탄했다.
주택거래가 '실종'됐다.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에만 총 6차례에 걸쳐 부동산대책이 쏟아졌지만 시장엔 한파만 몰아친다.
정부가 총선 이후 주택경기 부양을 위한 대책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정부 대책이 주택시장을 살릴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들과 시장관계자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10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시내 주요 아파트 단지들 거래가 크게 감소했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는 지난 1분기 총 2건이 거래되는 데 그쳤다. 이 단지는 지난해 1분기엔 11건의 거래가 성사됐던 곳이다.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1차 역시 지난해 1분기 20건이 거래됐지만 올해는 8건으로 거래가 확 줄었다.
문제는 거래 부진에 따른 '돈맥경화' 현상이 침체 상황을 더욱 심화시켜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기존 집을 판 돈으로 새 집을 사서 이사하는 게 정상적인 주택시장 거래 패턴인데 기존 집이 팔리지 않다 보니 새 집으로 들어갈 여력이 생기지 않고 이는 결국 시장 전반에 걸친 거래 침체를 더욱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확실한 '카드'로는 단연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가 꼽힌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금융규제 완화가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지만 경제 건전성과 연관돼 있어 정부가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난해 말 종료한 취득세 인하도 다시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문주현 MDM 회장은 "아파트는 과거엔 사실상 현금성 자산이었지만 최근 거래가 막혀 이 같은 기능을 잃었다"며 "시장이 철저히 실수요 위주로 재편된 만큼 규제의 대폭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관심은 총선 이후로 쏠린다. 정부가 거래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보따리를 풀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부터 냉각된 시장 분위기를 동반 점검하며 추가 부동산대책 발표 시기를 저울질 해왔다.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지난 9일 기계산업 경영자 조찬 포럼에서 "수도권 부동산 거래가 너무 침체돼 있다"며 "가격은 안 올라가고 거래는 활성화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규제 완화 방침을 시사했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 역시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부동산 거래는 단순히 집 있는 사람들의 경제와 관련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인테리어, 이사 등 수많은 서민업종과 연관된 만큼 거래 활성화가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가장 큰 대책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영구 폐지다. 지난해 12ㆍ7 부동산대책 발표 시 완전 폐지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 국회에 정부안이 제출되지 못해 '장롱' 속에 묵혀 둔 상태다. 2005년 참여정부는 3주택자 이상에게 양도차액의 60%를 중과했고 2006년에는 2주택자에게 양도차액 50%를 중과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현 정부 출범 후 2009년부터 올해 말까지 중과를 유예해 현재는 기본세율(6~36%)로 과세 중이다.
재건축에 대한 징벌적 규제 역시 완화가 유력하다. 대표적인 게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이다. 지난해 12ㆍ7 대책 발표 시 2년간 한시적으로 부과를 중지하기로 했지만, 법 개정 사항이어서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19대 국회 개원 시기에 맞춰 양도세 중과 폐지안과 함께 개정법안이 만들어져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1~3년으로 묶여 있는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과밀억제권역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민간택지의 경우 규모에 상관없이 1년, 공공택지의 경우 85㎡를 초과하는 경우 1년, 85㎡ 이하 규모에 대해서는 3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시장이 가장 원하는 강남 3구에 대한 DTI 규제 해제는 이번에도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해 DTI 폐지에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재완 장관이 최근 "DTI를 풀면 오히려 가계부채가 줄어든다는 견해도 있어 많은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해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전면 해제는 아니더라도 전용 85㎡ 이하 중소형 주택에 대한 일부 해제는 가능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다만 현재 주택거래 부진의 근본 원인이 시장 펀더멘털 변화와 주택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맞물린 결과라는 점에서 규제 완화 효력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주택거래 부진은 시장 자체가 갖는 펀더멘털에 관련한 것"이라며 "규제 완화 등이 일부 효과를 발휘할 수는 있어도 시장 체질 자체가 개선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치유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병득 기자 / 이명진 기자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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