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토요타 캠리, 103가지 변화의 실체-2편

2012. 4. 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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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가 올초 신형 캠리를 내놓으며 '103가지 변화'를 내걸었다. 이전 대비 103가지 항목이 새로워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 어느 부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구체적인 항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오토타임즈는 103가지 변화를 일일이 파악, 변화의 폭을 연재키로 했다. 더불어 일반적인 자동차 기능에 대한 설명까지 포함해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자동차 전문지 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이번 연재가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각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2. 디자인/차체⑪ 3컬러 톤의 세련된 시트 디자인 자동차 시트는 옷과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뒤쪽 절반이나마 우리 몸을 감싼다. 또한 씌우는 틀이 다를 뿐 염색과 재단, 재봉을 거쳐 껍데기를 완성한다. 박음질 패턴 역시 우리가 입는 옷에서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로나 가로, 빗금이나 격자 등 스티치로 멋 내는 방식마저 닮은 꼴이다. 커버 소재 또한 익숙한 직물 또는 가죽이다.이따금씩 멋진 시트를 볼 때마다 벗겨서 옷으로 만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 가지 이상 다른 색을 섞지 말라"고 조언한다. 여러 색 옷을 입으면 시선이 분산된다.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심지어 수채화 물감을 섞을 때도 마찬가지다. 세 가지 이상 섞으면 칙칙한 색이 나올 수 있다.자동차 시트에도 원칙은 같다. 어떻게든 튀어야 하는 컨셉트나 젊은 층을 겨냥한 차는 예외지만 대부분 양산차는 결코 시트에 여러 색을 섞지 않는다. 진회색이나 베이지, 브라운 등 한 가지 색깔로 꾸미는 게 일반적이다. 너무 튀는 색의 시트가 실내 디자인 흐름을 망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시트가 너무 단조로워도 아쉽다. 그래서 자동차 업체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시트를 꾸민다. 가령 시트 테두리에 다른 색 소재를 덧댄다. 실밥 여민 곳을 따라 전선 감싸듯 처리한다. 그 모양 때문에 '파이핑(Piping)'이라고 부른다. 영국차가 즐겨 쓰는 방식이다. 또한, 빨강이나 노랑 등 튀는 색상의 실밥을 일부러 드러내 가죽을 꿰맨다.

토요타는 신형 캠리 시트를 세 가지 톤의 컬러로 꾸며 지루함을 덜었다. 기본 컬러는 베이지와 그레이. 여기에 진하고 흐린 톤을 섞어 총 네 가지 조합을 완성했다. 종종 외출을 앞두고 어떤 색 옷을 입을지 망설일 때가 있다. 그럴 땐 캠리 시트의 배색이 참고될 수 있다. 잘 만든 시트는 이따금 패션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

⑫ 고급 감촉의 알칸타라 시트

가죽은 처리방법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스웨이드는 가죽 안쪽 면을 가공해 만든다. 두께가 얇아 착착 감긴다. 반면 감촉은 적당히 까칠하다. 스웨이드는 이렇게 독특한 질감 때문에 점퍼나 장갑, 구두 등의 소재로 사랑받는다. 돼지와 소, 양, 사슴 가죽을 주로 쓴다. 그런데 스웨이드의 장점을 고스란히 살린 합성소재가 있다. 알칸타라다.

알칸타라는 68%의 폴리에스테르와 32%의 폴리우레탄을 섞어 만든다. 보슬보슬한 특유의 질감이 스웨이드를 쏙 빼닮았다. 둘을 같은 소재로 착각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내구성은 알칸타라가 훨씬 뛰어나다. 오염에도 한층 강하다. 게다가 크기가 소 한 마리 분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때문에 가공도 쉽다. 또한 스웨이드와 달리 양쪽 면의 질감이 같다.

알칸타라는 일본 화학회사 토레이의 미요시 오카모토가 처음 개발했다. 1972년 토레이는 이태리 'ENI'라는 화학회사와 신소재를 개발, 생산하기 위한 조인트벤처를 세웠다. 이 회사 이름이 바로 알칸타라였다. 참고로 토레이는 세계 최대 탄소섬유 업체다. 보잉의 최신 여객기, 787 에어라이너의 동체로 쓴 탄소섬유가 바로 이 회사 제품이다.

그런데 알칸타라에도 단점이 있다.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레이스카나 고성능 스포츠카, 최고급차 등 제조원가를 줄일 필요가 없는 차종에 제한적으로 쓴다. 주로 스티어링 휠의 림이나 시트에 씌운다. 땀이 덜 차는 데다 쉽게 미끄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토요타 신형 캠리 하이브리드 역시 '선택받은 소수' 가운데 하나다. 시트 엉덩이 받침과 등받이에 알칸타라를 씌운다. 캠리 하이브리드만의 특별한 가치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다. 친환경에 동참한 오너를 위한 선물이기도 하다. 알칸타라는 소재의 특성상 통풍에 유리하다. 그래서 일반 가죽보다 한층 쾌적하다. 방염성도 뛰어나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

⑬ 모든 승객의 편안한 승차감 인체공학적 시트

시트는 과학이다. 크기 넉넉하고 두꺼운 시트가 최고로 대접받던 시절은 지났다. 오늘날 시트는 소재와 골격,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심오한 연구와 치밀한 계산이 낳은 결실이다. 탑승객이 살을 맞대는 만큼 만족도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부품이다. 또한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 따라서 안전을 좌우하는 요소로도 손꼽힌다.

좋은 시트의 조건은 여러 가지다. 우선 다양한 체형을 편안히 떠받쳐야 한다. 눈속임은 통하지 않는다. 잘못된 설계는 몸이 먼저 알아챈다. 물론 튼튼해야 한다. 사고 시 엄청난 충격 에너지를 견뎌야하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신경써야 한다. 실내 부품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 차의 수명만큼 써야하니 내구성도 중요하다.

최근 한 시트 개발업체의 테스트 과정을 취재했다. 실험실엔 기상천외한 생김새의 로봇이 즐비했다. 이 가운데 솔기 너덜너덜해진 청바지를 씌운 로봇이 눈길을 끌었다. 자동차 시트의 내구성을 테스트하는 중이었다. 로봇은 청바지 입은 운전자의 대역이다. 시트에 엉덩이를 비스듬히 얹은 뒤 운전대 쪽으로 비틀어 앉는 상황을 재현한다.

시트 재질이 얼마나 마찰을 견디는지, 안쪽의 쿠션 폼이 얼마나 오랫동안 제 모습과 푹신함을 유지하는지 가늠하기 위한 시험을 거친다. 횟수는 막연한 예상을 훌쩍 뛰어 넘는다. 일반 승용차는 50만 회 이상. 하루에 네 번 타고 내린다고 쳐도 342년 동안 타고 내리는 것과 맞먹는다. 택시용 시트는 더욱 혹독한 검증을 거친다. 무려 150만 회 이상이다.

신형 캠리 시트 역시 이처럼 가혹한 검증을 거쳤다. 그 결과 지금의 간결한 모습으로 완성됐다. 그런데 시트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는 야박하다. 허리가 뻐근하다는 둥 단점은 귀신 같이 잡아낸다. 반면 장점은 구체적으로 기억 못한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좋은 시트일 수록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캠리의 시트가 딱 그런 경우다.

⑭ 그립감 향상으로 주행에 최적화된 스티어링 휠

시트만큼 운전자가 늘 신체를 맞대는 부품이 스티어링 휠이다. 시트는 모든 승객과 경험을 나누는 반면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 홀로 느끼고 겪는다. 경험도 영역별로 세분화된다. 첫째는 시각이다. 늘 운전자 시야에 걸친다. 따라서 디자인이 중요하다. 실내가 제 아무리 화려해도 정작 눈앞의 운전대가 밋밋하면 감동은 반감된다.

그렇다고 화끈한 디자인을 엄두 내기도 어렵다. 계기판 읽는데 방해가 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충돌 시 운전자의 신체에 미치는 피해도 최소화해야 한다. 안전때를 착용해도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 조건의 충돌 때는 이마로 스티어링 휠을 강타할 수 있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스티어링 휠은 촉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트나 페달과 달리 운전자의 맨살이 닿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끝으로 느낄 촉감까지 신경써야 한다. 가죽을 씌우든 우드 패널을 덮든, 너무 거칠어도 미끄러워도 안 된다. 실제로 많은 자동차회사가 신차의 감성품질을 기획할 때 스티어링 휠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나아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조향기능이다. 어떤 도구든 올바르게 쥐어야 제대로 다룰 수 있다. 하물며 엄청난 덩치와 무게의 쇳덩이를 휘두를 도구라면 손에 빈틈없이 맞아야 한다. 이 때문에 스티어링 휠은 손바닥 크기와 모양의 평균값을 내서 디자인한다. 림을 감쌀 소재는 손바닥의 유분과 수분까지 고민해 정한다.

신형 캠리의 스티어링 휠은 가죽으로 감쌌다. 감촉이 부드럽되 미끄럽지 않은 가죽을 엄선했다. 엄지와 검지로 쥐는 부위는 잘록하게 팠다. 그래서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이상적인 지점을 거머쥐게 된다. 림도 적당히 굵직해 손바닥에 착착 감긴다. 제대로 움켜쥐려면 시트 등받이도 바짝 세워야 한다. 자연스레 올바른 운전자세까지 완성된다.

⑮ 섬세한 크롬 타입 스커프 플레이트

무릇 자동차 디자이너라면 사고방식과 눈썰미가 남달라야 한다. 사소한 데서 특별한 걸 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사용자가 무심코 반복하는 행위를 반추해야 한다. 행위의 과정을 박편 썰 듯 미세하게 쪼개 보는 게 시작이다. 나아가 그 속에서 어떤 패턴을 포착해 내야한다. 디자인으로 마음을 움직일 기회는 보통 그런 곳에 감춰져 있다.

운전자가 문을 열 때는 세 가지 모습이 떠오른다. 위로 번쩍 들어 올리거나 옆으로 미는 슬라이딩이 아니라면 차를 향해 비스듬한 각도로 선다. 문과 차체 사이로 몸을 밀어 넣어야 하는 까닭이다. 도어를 열면 세모난 공간이 드러난다. 운전자가 차에 탈 때마다 반복해서 보는 풍경이다. 설령 기억을 못한들 무의식 속에 각인된 차의 대문 안 모습이다.

하지만 사람은 시야에 들어온 모든 걸 눈여겨보지 않는다. 보고 싶거나 봐야 하는 곳에 초점을 맞춘다. 지붕 피해 옹송그린 몸을 차 안으로 당기려면 손으로 뭔가를 쥐어야 한다. 바로 스티어링 휠이다. 그런데 본능적으로 시선을 두는 곳이 있다. 도어의 아랫단과 맞물리는 스커프다. 다리를 실내로 뻗어 넣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부분이다.

스커프는 자동차에서 구조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부위다. 충돌 때 앞이나 뒤에서의 충격을 견뎌 승객을 보호할 대들보다. 옆에서 오는 충격을 막아내는 동시에 앞뒤로 퍼뜨릴 최후의 빗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차의 껍데기보다 한층 강한 소재로 짠다. 속에 다양한 배선을 품기도 한다. 여유 공간이 빠듯한 수퍼카는 심지어 냉각수 파이프까지 숨긴다.

디자이너에게 스커프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운전자가 늘 쳐다보고 넘어설 문지방이다. 토요타는 신형 캠리 스커프에 금속받침을 씌웠다. 그 결과 문 열 때마다 은은한 광택이 반긴다. 기분이 산뜻해진다. 신발 스치며 날 수 있는 상처도 막아준다. 또한 차 이름도 새겼다. 누가 무슨 차인지 물을 때 요긴하다. 넌지시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그만이다.

⑯ 저중심 설계의 안정감 있는 차체

화물용 트럭은 높이가 너비를 웃도는 경우가 많다. 굽잇길에서 기우뚱거려도 용케 넘어지지 않고 달린다. 외모는 꺽다리지만 무게중심은 아래쪽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움직이는 물체는 매순간 중력과 원심력 등 다양한 물리적 힘이 작용한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물리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경량화와 저중심이다. 가벼우면 힘을 덜 받고, 같은 무게라면 중심을 최대한 낮춘다. 지붕 위에 짐을 가득 얹고 달리는 자동차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반대로 무게중심이 높으면 가속하거나 제동할 때 앞뒤 쏠림이 커진다. 끄떡임도 잦아진다. 코너링 할 때 상대적으로 더 휘청거린다.

그러나 자동차 무게중심을 낮추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다. 설계부터 달라야 한다. 엔진은 자동차에서 가장 무겁기에 최대한 낮춰 장착하는 게 시작이다. 그러면 엔진과 연결된 변속기와 드라이브 샤프트 등의 위치도 끌어내릴 수 있다. 서스펜션 구조도 바꿔야 한다. 동시에 서스펜션과 휠의 무게는 최소로 덜어야 한다. 그래야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토요타 신형 캠리 역시 이처럼 까다로운 수술을 거쳤다. 고장력 강판을 많이 써서 차체 강성을 높였다. 스티어링 휠 응답성도 상당히 빠르다. 스태빌라이저 바와 부싱, 스프링 등 서스펜션 관련 부품을 손질했다. 그리고 팽팽하게 당겼다. 그 결과 이전보다 운전 재미가 크게 늘었다. 굳이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차이가 확연히 와 닿는다.

하지만 무게중심은 볼 수 없다. 몰아봐야 알 수 있다. 그래서 토요타는 신형 캠리 얼굴에 변화를 암시하는 단서를 녹여 넣었다. 요컨대 그릴을 좌우로 길쭉이 잡아 늘렸다. 덕분에 신선한 공기를 더 많이 들이킬 수 있게 됐다. 범퍼도 양옆으로 최대한 벌렸다. 아울러 땅바닥 쪽으로 더욱 끌어 당겼다. 디자인과 기능이 찰떡궁합을 이룬 모범사례다.

⑰ 넓은 주행시야를 확보하는 슬림한 A필러

A필러는 앞 유리 양쪽을 지지하는 기둥을 말한다. 보닛과 지붕 사이를 잇는다. 앞뒷문 사이의 기둥은 B필러, 뒷문을 감싼 기둥은 C필러라고 부른다. 왜건이나 SUV처럼 지붕이 꽁무니까지 뻗은 차는 뒤쪽 유리 양쪽을 거머쥔 D필러도 갖춘다. 반면 뚜껑 여닫을 수 있는 컨버터블은 기둥이 A필러뿐이다. 연결할 지붕이 없어 앞 유리만 오롯이 감싼다.

이들 기둥은 '수호천사'다. 사고로 차가 뒤집어졌을 때 실내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버틴다. 차체를 단단히 엮는 수단이기도 하다.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깊숙이 뿌리 내린다. 충돌 땐 에너지를 발 빠르게 분산시키는 통로 역할도 한다. 차체 안전성을 좌우할 핵심요소인 셈이다. 그만큼 소재 및 설계와 관련된 기술이 아낌없이 녹아든다.

기둥 가운데 A필러는 가장 가혹한 운명을 타고 났다. 모양만 봐도 짐작이 된다. 구조가 더없이 불리하다. B필러는 대개 앞뒷문의 이음새를 따라 수직으로 곧추선다. 반면 A필러는 앞 유리 각도를 따라 가파르게 기운다. 아울러 C필러보다 상대적으로 얇다. 그래서 A필러는 특별대접을 받는다. 강성을 높이기 위해 쇠판을 몇 겹씩 겹치기도 한다.

단단히 다지다 보면 A필러는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름을 마냥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둥은 창문의 창살과 비슷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유리를 나누는 경계다. 결국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다. 특히 A필러는 운전자가 바라보는 풍경 양옆을 가로지르는 테두리여서 두꺼울수록 대각선 방향 사각지대가 커진다. 그만큼 안전을 위협한다.

신형 캠리의 A필러는 늘씬하다. 따라서 밖이 시원하게 내다보인다. 그러나 충분한 강성을 확보했다. 충돌테스트에서 거머쥔 '우등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비결은 고강성 철판. 강성이 훨씬 높되 부피와 무게는 줄인 철판으로 A필러를 빚었다. 당연히 비용이 치솟았다. 하지만 토요타는 망설이지 않았다. 소비자의 안전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라고 판단했다.

⑱ 가벼운 신소재 구성으로 30㎏ 이상 경량화된 차체

요즘 자동차 업계가 다이어트 열풍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무게가 가벼울수록 연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든다. 아울러 같은 엔진으로 더 나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자동차회사들은 마그네슘과 강화흑연강, 탄소섬유와 알루미늄, 플라스틱 소재에 주목하고 있다. 강성이 높되 가볍기 때문이다.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구동, 저항 감소, 경량화가 그것이다. 엔진 부품이 가벼울수록 효율이 치솟고, 차체 무게를 덜어낸 만큼 저항이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무게를 10% 줄이면 연비는 3~8%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갈수록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가까워지면서 앞 다퉈 편의장비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여기에 하루다 다르게 엄격해지는 충돌시험과 배기가스 기준도 통과해야 한다. 자동차회사가 경량화 기술 연구·개발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붓는 배경이다.

자동차 경량화 기술의 상당 부분은 항공기에서 비롯됐다. 뼈대 구분이 따로 없는 모노코크 차체가 좋은 예다. 경량소재로 인기를 끄는 알루미늄 역시 항공기의 영향을 받아 도입됐다. 그런데 알루미늄은 원가가 비싸다. 강성도 철판보단 떨어진다. 제작과 수리도 까다롭다. 그래서 경주차면 모를까 양산차는 힘을 덜 받는 부위에 제한적으로 썼다.

토요타는 지난 2007년부터 소재 및 부품업체와 함께 '차체 경량화 프로젝트(MI)'를 진행해 왔다. 신형 캠리에는 이 같은 노력의 결실이 녹아 있다. 400Mpa(메가파스칼) 이상의 고장력 강판 비율을 높였다. 그 결과 무게를 30㎏ 줄이면서 강성은 높일 수 있었다. 동급 최고의 연비를 기록한 비결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아울러 몸놀림도 한층 날렵해졌다.

⑲ 보닛, 후드의 충격완화 보행자 충돌안전 장치

1869년 8월 31일, 세계 최초의 자동차 사고 희생자가 발생했다. 아일랜드에서 한 여성이 자동차에 부딪혀 사망했다. 1899년 9월13일에는 뉴욕에서 한 남성이 자동차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북미 지역 첫 희생자였다.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000만 명 이상이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급기야 1890년대 자동차 사고에 따른 인체 상해 연구가 시작됐다.

하지만 1930년대 말까지만 해도 객관적인 자료가 전혀 없었다. 그나마 연구를 이끈 주체도 자동차회사가 아니라 학계였다. 초기엔 시신을 자동차 시트에 동여매고 벽에 충돌시켰다. 이후 동물 실험으로 이어졌다. 특히 돼지가 많이 희생됐다. 시트에 앉았을 때 무게나 위치가 인체와 흡사해서다.

1965년 미국의 운동권 변호사 랄프 네이드는 그의 저서를 통해 "운전자에게 위험한 차를 생산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미국 자동차 업체로부터 합의금 42만5,000달러를 받아 챙겼다. 1966년, 미 의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자동차 안전법을 처음 제정했다. 이 법은 머리 받침, 충격흡수 스티어링 휠, 안전띠에 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이후 자동차 안전성에 대한 연구는 급물살을 탔다. 1980년대 3점식 시트벨트, 1990년대 에어백 등 안전장비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자동차 충돌테스트도 도입됐다. 앞뒤와 옆은 물론 보행자 사고 안전까지 가늠하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과 설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령 콧날은 밋밋하게 다듬는다. 보행자가 정강이에 입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신형 캠리도 이 같은 흐름에 충실하다. 보닛 안쪽의 프레임은 세로형이다. 충격에 의연하게 버티기 위해서다. 보닛의 강도는 고르게 분포시켰다. 충격에너지를 흡수해 보행자의 상해를 최소화했다. 또한 일정 충격량 이상의 전면충돌 때는 보닛이 완전히 접히도록 설계했다. 운전자와 보행자 피해를 동시에 줄이기 위한 묘안이다.

⑳ 충격의 효과적인 흡수, 분산 설계 정면/후면/측면의 충격 완화

시멘트벽을 향해 두 대의 차가 맹렬히 달려간다. 한 대는 승용차, 또 한 대는 장갑차다. 곧이어 충돌했다. 승용차는 앞부분이 박살났다. 보닛이 앞 유리 직전까지 아코디언처럼 찌그러들었다. 반면 장갑차는 콧등만 살짝 뭉개졌다. 두 운전자 중 누가 더 위급할까. 당연히 장갑차 쪽이다. 차체가 흡수하지 못한 충격에너지가 실내로 고스란히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반면 승용차는 차체가 구겨지며 에너지의 상당량을 흡수한다. 요즘은 이처럼 적극적인 방식으로 충격에너지를 줄인다. 물론 연구에 가속을 붙인 건 충돌테스트다. 유럽의 유로 NCAP, 미국의 도로교통안전청(NHTSA)과 고속도로 보험안전협회(IIHS)의 테스트가 유명하다. 일본은 국토교통성 산하 자동차사고대책기구, 국내는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치른다.

시험용 차는 시중의 자동차 영업소에서 익명으로 구입한다. 테스트는 실제 사고를 본떠 구성한다. 유로 앤캡(NCAP)은 시속 64㎞로 차 앞쪽 절반만 부딪히는 '오프셋(off-set)', 차체 옆면에 구조물을 시속 50㎞로 부딪히는 측면, 차체 옆면에 기다란 막대를 시속 29㎞로 충돌시키는 폴 테스트, 인체 모형을 시속 40㎞로 충돌시키는 보행자 안전 테스트 등으로 구성된다.

충돌테스트 준비에 걸리는 시간은 6시간. 하지만 정작 충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3초면 된다. 그리고 결과 분석에 3주가 걸린다. 정확한 자료를 얻기 위해 1초에 3,000 프레임을 찍는 초고속 카메라와 조명을 수십 개씩 동원한다. 테스트엔 178㎝, 체중 75㎏의 인체모형을 주로 쓴다. 하나의 인체 모형에서 3만5,000가지 이상의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최근 토요타 신형 캠리는 미국 고속도로 보험안전협회가 치른 충돌테스트에서 전 과목 만점을 받았다.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는 차체를 갖췄다는 방증이다. 각 부위 소재와 구성은 물론 용접의 방향까지 수백 번 시험을 거듭한 정성으로 맺은 결실이다. 때로는 이처럼,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김기범 자동차 칼럼니스트/ 자료협조 한국토요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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